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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방에 갇혀 숨진 9살, 한달 전 온몸엔 멍···계모 "말 안들어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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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여행 가방에 갇혔다가 의식불명 상태에 빠진 뒤 병원에서 치료받다가 숨진 9살 남자아이는 한 달 전에도 학대를 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초등학교 3학년인 아이는 등교수업을 불과 이틀 앞두고 변을 당해 주변을 안타깝게 했다.

의붓아들을 여행가방에 감금해 숨지게 한 계모가 지난 3일 오후 영장실짐심사를 받기 위해 천안동남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JTBC 이우재 기자

의붓아들을 여행가방에 감금해 숨지게 한 계모가 지난 3일 오후 영장실짐심사를 받기 위해 천안동남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JTBC 이우재 기자

4일 충남지방경찰청과 충남교육청 등에 따르면 천안지역 대학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A군(9)이 지난 3일 오후 6시 30분쯤 숨졌다. 지난 1일 오후 7시 25분쯤 119구급대가 병원으로 이송한 지 이틀 만이다. 사인은 다장기 부전증으로 인한 심폐 정지로 추정됐다. 경찰은 정확한 사인을 밝히기 위해 5일 오전 부검을 진행할 예정이다. 3일은 숨진 A군이 첫 등교수업을 하는 날이었다.

여행가방에 7시간 갇혀, 병원치료 중 사망 #경찰, 계모 '아동학대 치사혐의' 적용 조사 #어린이날에도 체벌당해 병원서 치료 받아 #부모 "아이 훈육차원 체벌한 것이다" 주장

경찰은 A군이 사망함에 따라 3일 오후 구속 영장이 발부된 계모 B씨(43)의 혐의를 ‘아동학대 중상해’에서 ‘아동학대치사’로 바꿔 적용할 방침이다. B씨는 지난 1일 의붓아들인 A군이 자신의 말을 듣지 않고 거짓말을 한다며 여행 가방에 감금, 의식불명 상태에 빠져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 결과 B씨는 1일 낮 12시쯤부터 오후 7시까지 A군을 여행가방에 감금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애초 A군을 가로 50㎝·세로 70㎝ 크기의 대형 여행가방에 가뒀다가 A군이 가방 안에서 용변을 보자 다시 가로 44㎝·세로 60㎝ 크기의 중형 여행가방에 감금했다고 한다. 119구급대가 A군을 발견한 건 중형 가방이었다.

B씨는 A군을 가방에 감금한 뒤 3시간가량 외출한 사실도 확인됐다. 경찰이 아파트 폐쇄회로TV(CCTV) 영상을 분석한 결과 B씨는 1일 오후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아파트 밖에 다녀왔다. 아이가 가방 안에서 공포에 떨고 있을 동안 태연하게 외출했다는 얘기다.

의붓아들을 여행가방에 감금해 숨지게 한 계모가 지난 3일 오후 영장실짐심사를 받기 위해 천안동남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JTBC 이우재 기자

의붓아들을 여행가방에 감금해 숨지게 한 계모가 지난 3일 오후 영장실짐심사를 받기 위해 천안동남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JTBC 이우재 기자

사건 당시 아파트에는 B씨의 친자녀 2명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친부인 C씨(42)는 일 때문에 다른 지역에 머물던 중이었다.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A군이 병원 치료를 받던 중 친모에게 연락, 이런 내용을 알렸다고 한다.

B씨는 한 달 전에도 아동학대 정황이 드러나 경찰 조사를 받던 중이었다. B씨 부부는 어린이날 무렵인 지난달 5일 A군을 데리고 병원으로 가서 치료를 받았다. 당시 A군 몸에서 멍 자국이 발견돼 이틀 뒤인 7일 의료진이 경찰에 관련 사실을 알렸다. 경찰은 이런 내용을 충남아동보호전문기관(천안 소재)에 통보했다.

당시 B씨는 경찰에서 “말을 듣지 않아 때렸다”는 취지로 범행 일부를 시인했다. 자신의 친자녀 2명도 함께 체벌했다는 내용도 진술했다. 경찰의 통보를 받은 아동보호전문기관은 상담사를 A군의 집으로 보내 상담을 진행했다. 경찰은 아동보호전문기관으로부터 상담 기록을 넘겨받아 내용을 살펴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병원 치료를 받는 A군 눈 주변에서 멍 자국이 발견됨에 따라 학대나 폭행 등이 있었는지도 조사 중”이라며 “A군 친부와 다른 가족을 상대로도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일 9살 의붓아들을 여행가방에 감금해 숨지게 한 계모를 조사 중인 충남지방경찰청. [중앙포토]

지난 1일 9살 의붓아들을 여행가방에 감금해 숨지게 한 계모를 조사 중인 충남지방경찰청. [중앙포토]

한편 충남교육청은 A군이 다니던 학교에서 상담 기록 등을 전달받아 내용을 파악하고 있다. A군은 집 근처 학교에 입학, 3학년까지 진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등교 수업 전이라 담임 교사가 가정통신문과 전화 등을 통해 아이의 건강상태와 가정생활 등을 점검했다고 한다.

천안·홍성=신진호·최종권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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