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로컬 프리즘

욕먹을 각오하고 화장장 조성 나선 가평군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4면

전익진 기자 중앙일보 기자
전익진 사회2팀 기자

전익진 사회2팀 기자

‘내 집 앞마당만큼은 절대 안 된다’는 기피시설에 대한 ‘님비(NIMBY·Not In My BackYard) 현상’이 만연한 지 오래됐다. 화장장 등 장사(葬事) 시설이 대표적이다. 여러 지자체가 공동 사용하는 광역 장사시설 조성이 대안으로 제시되기도 하지만 규모가 큰 만큼 반대가 더 심하다.

최근 가평군과 남양주시, 포천시 등 경기도 동북부 3개 시·군이 공동형 장사시설 건립 추진에 합의해 관심을 끌고 있다. 주민 91만명이 공동 이용하는 광역 화장장을 2026년 상반기 완공 목표로 가평군에 건립하기로 했다. 화장로는 7기 내외로 설치될 예정이며 사업비는 510억원으로 추산됐다.

현재 3개 시·군 화장률은 90%에 육박한다. 그러나 화장장이 전무해 주민들은 다른 시·군으로 ‘원정화장’을 다니는 실정이다. 주민들은 경기도 고양·성남, 강원도 인제·속초 등지의 장사시설을 이용하는 불편을 겪고 있다. 타지역 주민에게는 10~20배 많이 받는 화장 비용도 부담을 준다.

가평군·남양주시·포천시 양해각서 체결식. [사진 가평군]

가평군·남양주시·포천시 양해각서 체결식. [사진 가평군]

이번 합의에서 주목할 대목은 가평군이 스스로 “우리 지역에 광역 장사시설을 조성하겠다”고 이웃 지자체에 먼저 나섰다는 점이다. 이는 3선 자치단체장인 가평군수의 결단에서 비롯됐다. 김성기 가평군수는 “광역 장사시설 유치로 지역의 발전을 앞당기겠다는 역발상에서 시작했다”며 “표(票)를 신경 써야 하는 자치단체장의 입장에서는 선뜻 나서기 어려운 일이었다”고 속내를 밝혔다. 그러면서 “표를 의식할 필요가 없는 3선 단체장으로서 마지막 남은 임기 2년 동안 욕먹을 각오하고 지역에 필요한 사업을 시작해 놓고 떠날 생각이다”고 털어놓았다.

김 군수와 가평군은 지난해 각 읍·면 마을별로 화장장 유치의향을 물어 3~4개 마을로부터 화장장 건립을 희망한다는 의견을 미리 수렴했다. 이왕 조성하려면 광역으로 조성하는 게 유리한 측면도 염두에 뒀다. 규모가 커지면 공원식으로 쾌적한 시설을 조성하고, 인구 비례 등을 기준으로 각 지자체가 분담하게 될 사업비 부담도 줄일 수 있고, 해당 지역에 돌아갈 인센티브가 커지는 등의 이점도 노렸다고 귀띔했다. 이참에 한자리서 장사를 지낼 수 있도록 봉안시설까지 갖추는 방안도 구상 중이라고 했다.

지방자치 공동체에서 기피시설 조성과 확충은 피할 수 없는 중요한 사업이다. 하지만 대부분은 기피시설 유치를 원치 않는다. 이럴 때 필요한 게 자치단체장의 리더십이다. 이건 공동체 구성원을 대표하는 단체장에게 부여된 권한이자 의무다. 권한에는 책임이 따르고 그 책임에는 비난과 비판도 포함된다. 하지만 반대와 어려움을 기꺼이 감수하고도 추진해야 할 일은 합리적으로 밀고 나가는 뚝심이 리더에게는 필요하다. 가평군수의 결단에 박수를 보내는 이유다.

전익진 사회2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