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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기업들 코로나 맞기 전에 매출 이미 마이너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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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지난해 이자를 낼 만큼의 돈도 벌어들이지 못한 기업의 비중이 역대 최고 수준으로 커졌다. 기업들의 매출액도 4년 만에 뒷걸음질 쳤다.

한은 2019년 2만5874곳 경영분석 #이자도 못버는 기업 비율 사상최대 #수출 부진으로 대기업이 더 타격 #부채 비율은 1년새 93.1→95.4% #올해는 코로나로 상황 더 나쁠 듯

한국은행은 3일 이런 내용의 ‘2019년 기업경영분석(속보)’을 발표했다. 한은이 외부감사대상 비금융 영리법인 기업 2만5874개를 상대로 조사한 지난해 성적표다.

기업경영분석 주요 지표

기업경영분석 주요 지표

성장세 둔화가 두드러진다. 2017년 9.9%를 기록했던 매출액 증가율은 2018년 4.2%로 반 토막이 나더니, 지난해엔 아예 -1.0%로 고꾸라졌다. 1년 동안 기업을 굴렸는데 덩치가 커지긴커녕 쪼그라든 셈이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018년 4.5%에서 지난해 -2.3%로 급락했다. 자동차와 조선이 상승했지만, 석유·화학 등을 중심으로 큰 폭 하락했다. 비제조업도 건설업을 중심으로 같은 기간 3.8%에서 0.8%로 하락했다. 기업 규모별로는 대기업(4.3%→-1.5%) 하락 폭이 중소기업(3.9%→1.5%)보다 상대적으로 컸다. 지난해 한국 경제를 강타한 수출 부진의 여파다.

수익성도 나빴다. 2019년 이들 기업의 매출액영업이익률은 4.7%였다. 전년보다 2.2%포인트 하락했다. 장사도 안 되는데 팔아도 남는 게 별로 없다는 의미다. 한은 관계자는 “세부적으로 매출 원가와 판매관리비 비중이 상승해 이익률이 낮아졌다”고 말했다.

이자보상비율도 2018년 593.3%에서 지난해 360.9%로 큰 폭으로 떨어졌다. 이자보상비율은 영업이익을 금융비용(이자)으로 나눈 값이다. 기업이 돈을 빌려 이자를 갚을 수 있는 능력을 보는 지표다. 이게 낮아진다는 건 기업이 건강하게 성장하지 못한다는 의미다.

특히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갚지 못하는 기업(이자보상비율 100% 미만)의 비율은 34.1%로 2013년 조사를 시작한 이후 가장 높은 수치로 올랐다. 기업 중 3분의 1 이상이 돈을 벌어 이자도 채 갚지 못한다는 얘기다. 매출액 영업이익률이 하락한 반면 금융비용 부담은 커진 탓이다.

실적이 좋지 않으니 안정성에도 문제가 생긴다. 일단 부채비율이 2018년 93.1%에서 지난해 95.4%로 상승했다. 제조업(63.6%→63.7%)과 비제조업(142.7%→147.8%) 모두 올랐다. 차입금 의존도 역시 소폭 상승했다. 순현금흐름(전체 기업 평균)은 2018년 순유출에서 지난해 3억원 순유입으로 전환했다. 벌이도 줄었지만, 투자를 더 줄였기 때문에 나타나는 불황형 흑자다.

범위를 좁혀 국내 상장사 2000대 기업을 분석해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지속성장연구소가 2000대 상장사 경영 실적 현황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 규모는 1541조원으로 전년보다 0.8% 축소됐다. 영업이익도 79조원으로 전년보다 42.3% 줄었고, 영업이익률은 5.1%로 최근 10년 중 최저 수준이었다.

기업별로 보면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감소하거나 영업 손실을 본 기업이 71%(1419곳)에 달했다. 기업 10곳 중 7곳꼴이다. 지난해 순이익이 감소한 기업도 60.3%(1205곳)였다.

신경수 지속성장연구소 대표는 “올해는 코로나19 때문에 기업들의 매출과 영업이익·순이익이 더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며 “원가 절감을 비롯한 생산성 향상뿐 아니라 고부가 제품·서비스를 통한 이익 창출 방안이 절실한 때”라고 말했다.

장원석 기자 jang.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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