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경차 통행료 할인만 1조···30조 빚 도공, 등골 더 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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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고속도로 통행료 감면 제도의 누적액이 3조원을 넘어섰다. [중앙포토]

각종 고속도로 통행료 감면 제도의 누적액이 3조원을 넘어섰다. [중앙포토]

 "3조 1475억원."

 경차 할인, 화물차 심야 할인, 출퇴근 할인 그리고 명절 면제 등 국내 고속도로에 적용되고 있는 주요 통행료 감면 누적액이다. 이 중 가장 비중이 높은 게 1996년부터 시행된 경차 할인이다.

통행료 감면 누적액 3조원 넘어서 #경차, 출퇴근, 명절 등이 전체 84% #30조 가까운 빚진 도공, 부담 가중 #전문가 "감면제도 옥석가려야" 지적

 3일 한국도로공사(이하 도공)에 따르면 경차 누적 할인액은 지난해까지 모두 1조 1885억원에 달한다. 경차는 건전 소비문화 정착 및 에너지 절감을 위한다는 취지로 도입됐으며 고속도로 통행료의 50%를 깎아준다.

 2000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화물차 심야 할인이 1조 334억원으로 뒤를 잇고 있다. 화물차의 통행량을 분산하고 물류비용을 줄인다는 목적으로 도입된 화물차 심야 할인은 밤늦은 시간(오후 9시~오전 6시)에 이용 비율에 따라 통행료의 30~50%를 할인해준다. 개방식 고속도로에선 오후 11시~오전 5시 사이에 통행료를 절반만 받는다.

 그다음은 2000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출퇴근 할인이다. 출·퇴근 시간대 차량 혼잡을 분산하고, 서민 생활비 부담을 줄여준다는 취지에서 시행됐다. 도공이 관리하는 고속도로 중 진·출입 요금소 간 거리를 기준으로 20㎞ 미만 구간을 주행한 승용차와 승합차의 요금을 깎아주는 제도로 누적금액이 6248억원이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오전 5시~오전 7시와 오후 8시~오후 10시 사이에 이용하는 승용차는 요금의 절반을, 오전 7시~오전 9시와 오후 6시~오후 8시 사이에 통과하는 차량은 20%를 할인해준다.

 가장 늦게 2017년부터 도입된 명절 통행료 면제는 지난해까지 누적액이 2972억원이다. 한해 1000억원꼴이다. 설·추석 당일과 앞뒤로 하루씩 총 3일간 전국 모든 고속도로의 통행료를 받지 않는다.

 각종 감면제도의 누적 금액도 상당하지만, 연간 감면금액 또한 만만치 않다. 도공이 지난 한해 감면해준 통행료는 모두 3974억원으로 거의 4000억원에 육박한다. 이는 도공이 한해 받는 통행료 수입(약 4조원)의 10%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철도의 감면요금이 전체 수입대비 4.2%, 가스가 0.3%, 전기 0.9%인 것과 비교해보면 상당히 높다.

 항목별로는 명절 면제가 945억원으로 가장 많고, 화물차 심야 할인(878억원)·경차 할인(840억원)·출퇴근 할인(660억원) 등의 순이다. 이들 네개 항목이 전체의 84%를 차지한다. 나머지는 국가 유공자 및 장애인 할인, 전기·수소자동차 할인 등이다.

 도공의 부채가 지난해 말 기준으로 29조 5000억원에 달하는 데다 신규 고속도로 건설을 위해 계속 빚을 내고 있고, 감면에 대한 정부 지원이 전혀 없는 상황임을 고려하면 도공이 통행료 할인으로 감당하는 부담이 작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도공의 막대한 부채는 결국 국민부담으로 돌아온다는 우려도있다.

 국토부에서는 도공의 부채비율(약 84%)이 낮기 때문에 별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도로 업계에서는 "도공이 가진 자본(35조원)은 대부분 고속도로이기 때문에 유사시 처분해서 자금을 마련하기도 어렵다"며 "사실상 장부상 자본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김천에 있는 도로공사 본사. 도공의 부채는 29조 5000억원에 달한다. [사진 한국도로공사]

김천에 있는 도로공사 본사. 도공의 부채는 29조 5000억원에 달한다. [사진 한국도로공사]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각종 통행료 감면제도를 재검해 옥석을 가릴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시대 상황이 바뀌었거나, 교통정책 방향과 맞지 않는 제도는 과감히 정비해야 한다는 의미다.

 대표적인 게 출퇴근 통행료 면제다. 이명박 정부 당시 도입된 제도로 당시에도 "대중교통 육성 정책에 어긋난다"는 비판이 많았다. 김시곤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대한교통학회장)는 "통행료 감면 제도 중에는 표를 의식한 다분히 포퓰리즘적인 부분들이 있다"며 "선진국에선 피크타임 때 통행료를 더 비싸게 받는데 오히려 이를 깎아주는 건 불합리하다"고 말했다. 수혜층도 수도권 남부 주민이 대부분이다.

 유정훈 아주대 교수도 "경차 할인 등 도입 당시에는 타당했더라도 시간이 흘러서 그 필요성이 줄어든 분야가 있다"며 "정부와 도공은 이 부분에 대한 정밀한 분석과 정비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kks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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