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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는 거야, 말라는 거야…갈팡질팡 코로나19 영화관 대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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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진흥위원회가 코로나19 위기 속 영화산업을 살리기 위한 영화관람 캠페인 '극장에서 다시, 봄' 할인 행사를 시작한다. [사진 영화진흥위원회]

영화진흥위원회가 코로나19 위기 속 영화산업을 살리기 위한 영화관람 캠페인 '극장에서 다시, 봄' 할인 행사를 시작한다. [사진 영화진흥위원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속 영화관에 대한 정부 대응이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영상자료원은 극장 문 닫고 #영화진흥위원회는 할인권 행사 #거리두기 지적받자 "혜택 미미" 홍보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가 극장과 관객이 함께 만드는 슬기로운 영화관람을 위한 캠페인 ‘극장에서 다시, 봄’의 시작으로 3주간 목‧금‧토‧일 영화관 입장료 6000원 할인권을 배포한다.”

지난달 28일 오전 영진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관객이 급감한 영화계를 되살리기 위해 이달 1일부터 3주간 전국 극장가에서 할인권 133만장 배포를 시작한다고 이런 보도자료를 냈다. 할인권 적용 시기는 코로나19 이후 처음 개봉하는 한국 상업영화 ‘칩입자’ 개봉일인 4일부터로 맞췄다. 이에 투입되는 예산 약 90억원은 지금껏 영화계가 영화관 티켓값 수입의 3%를 걷어 조성한 영화발전기금에서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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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자료원은 문 닫고 영화관은 할인행사 

그런데 같은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기관인 한국영상자료원(이하 영자원)은 불과 한나절도 지나지 않은 이날 오후 임시 휴관을 긴급 공지했다. 이태원 클럽에 더해 부천 쿠팡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함에 따라 이날 오후 방역 당국이 수도권에 한해 강화된 생활 속 거리두기를 시행한다고 발표하면서다. 이로 인해 오는 14일까지 2주간 수도권 지역 연수원‧미술관‧박물관‧공원‧국공립극장 등 모든 공공 다중이용시설의 운영이 중단됐다. 서울 마포구와 파주에 시설을 둔 영자원은 시민 대상 영화 박물관, 시네마테크 극장 등을 운영하고 있다. 영자원의 휴관 공지엔 “관람객의 건강과 안전을 위한 조치”란 문구가 포함됐다.

지난달 28일 한국영상자료원은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인한 방역 당국의 강화된 생활 속 거리두기 지침에 따라 긴급 휴관을 결정했다. [문자 캡처]

지난달 28일 한국영상자료원은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인한 방역 당국의 강화된 생활 속 거리두기 지침에 따라 긴급 휴관을 결정했다. [문자 캡처]

공공시설이 아닌 일반 영화관은 운영 중단 대상이 아니다. 철저한 방역을 전제로다. 그렇다 해도 정부 운영 영화관은 긴급 휴관하는데 멀티플렉스 등 극장가에선 6000원 할인 행사를 연다는 게 관객 입장에선 혼란스러울 터. 이에 온라인에선 “코로나 시대에 영화 보라니” “모이지 말라면서 영화는 보라고?” 등 부정적 여론도 나왔다.

영진위 "영화관은 상대적 안전한 다중이용시설" 

이에 영진위는 1일 공식 해명자료를 내고 “앞뒤로 한 줄 띄기 등에 의한 사실상의 50% 미만 좌석 판매, 방역 주기(간격)와 방역 방식, 입장과 퇴장 때의 거리두기, 기준 체온 이상인 관객의 입장 금지, 영화관 내에서의 음식물 섭취 제한” 등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른 영화관람 지침을 영화관과 함께 관리하며 현장 적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영화진흥위원회는 코로나19 속 영화관람 캠페인과 함께 극장 방역 지침을 강조한 캠페인 영상도 공개했다. 사진은 영상 캡처. [사진 영화진흥위원회]

영화진흥위원회는 코로나19 속 영화관람 캠페인과 함께 극장 방역 지침을 강조한 캠페인 영상도 공개했다. 사진은 영상 캡처. [사진 영화진흥위원회]

또 “관람활성화 캠페인의 일환인 할인권 배포 일정은 주무부처와 실시간 협의를 진행하면서 조정하고 있다”면서 “방역 전문가들이 포함되어 구성된 영화산업 안전관리위원회에서 판단하기에 대화 등 감염 우려 행위가 거의 없는 영화관은 상대적으로 안전한 다중이용시설이다. 할인권의 배포 기간은 현재 3주로 예정하고 있지만, 진행 과정에서 관객 반응 등의 변수를 반영하면서 실행 기간은 연장될 수 있다”고 전했다.

할인권 133만장, 1회차 상영당 12명 혜택 

그러면서 영진위는 “133.3만장의 할인권은 각 스크린에서는 상영회차당12장 꼴로 배분된다”며 “사실상 사회적 거리두기를 거론하지 않아도 될 수준의 할인권 규모”라 밝혔다. 영화관 6000원 할인권은 3주에 걸쳐 40%, 30%, 30%씩 각 영화관 예매사이트 등을 통해 배포되는데, 전년 영화시장 매출 비중에 따라 전체 할인권의 95%를 가져간 멀티플렉스 4곳(CGV‧롯데시네마‧메가박스‧씨네Q)이 총 2866개 스크린에서 하루 5회차 상영한다고 가정할 때 스크린당 평균 열두 명의 관객이 할인 혜택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하루 6회차 상영할 경우 스크린당 할인 혜택은 열 명한테만 돌아간다.

강화된 생활 속 거리두기 지침 시행 전까지만 해도 이번 할인권 행사가 코로나19로 얼어붙은 영화계 피해를 구제할 대책이라고 영진위가 대대적인 홍보를 펼쳤던 것과 온도차가 크다.

영화관 "죽은 영화시장에 마중물 기대" 

한 영화관 관계자는 “영화산업 자체가 너무 죽어있다 보니까 재활성화에 기대를 갖고 굉장히 오랜 기간 준비해온 행사인데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애매한 상황이 돼버렸다”면서 “실제로 133만장이 많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여느 여름 성수기라면 하루에도 오는 관객 수다. 1일 할인쿠폰 배포가 시작됐지만 다운로드가 엄청나게 인기 있는 상황은 아니고 다운 받아도 예매로 이어지는 비율이 굉장히 낮다”고 답답해했다. 그럼에도 그는 “전체적으로 영화시장이 침체한 상태에선 마중물 역할을 할 거라 느낀다”면서 “이번 주말을 지켜봐야 하겠지만, 영진위도 애쓰는데 비판만 하는 건 안타깝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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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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