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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소환설에 고개든 교체설···임기 1년 남은 윤석헌이 흔들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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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헌 금융감독원장. 연합뉴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연합뉴스

벌써 흔들린다. 임기 1년을 남겨둔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얘기다. 윤 원장 특유의 강성기조를 띤 금감원은 피감기관인 금융회사들과도 적잖은 마찰을 빚었고 상급기관인 금융위원회와도 불편한 동거 중이다. 금감원에 대한 청와대 민정수석실 감찰과 감사원 감사도 동시에 진행 중이다. 이런 바람을 타고 금감원장 조기 교체설까지 제기되고 있다.

"윤석헌 청와대 소환조사" 주장, 금감원 "아니다"

청와대 전경. 뉴시스

청와대 전경. 뉴시스

지난달 31일 금융권에선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최근 청와대 민정수석실로부터 비공개 소환 조사를 받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 3월 금감원에 대한 감찰 조사에 착수한 민정수석실이 최근 윤 원장을 청와대로 불러들였다는 것이다. 민정수석실은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와 우리은행 휴면계좌 비밀번호 무단 도용 사건의 검사·제재 과정 관련 문제점을 주로 감찰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이를 부인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1일 "윤 원장이 최근에 소환조사를 받았다는 얘긴데, 윤 원장은 지난 2주간 청와대에 방문한 사실 자체가 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이어 "청와대 감찰 개시가 2개월도 더 됐고 관련 직원들 조사까지 진작에 다 끝났는데 이제 와서 갑자기 금감원장을 소환 조사했다는 것은 말이 맞지 않는다"며 "금감원장으로서 이따금 업무상 청와대에 방문할 일이 생기는데 이를 두고 소환조사라는 오해가 생긴 게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임원·기관 제재 모두 소송전…DLF 제재 난처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앞을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뉴스1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앞을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뉴스1

윤 원장을 흔드는 것은 이런 소문뿐 아니다. 최근 금감원을 둘러싼 '난처한 상황'도 윤 원장엔 부담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청와대 감찰 사유로 지목된 DLF 사태다. 금감원은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의 DLF 불완전판매 및 내부통제기준 마련의무 위반 등을 두고  지난 1월 말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에겐 중징계인 문책경고를 부과했다. 동시에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에 역대 최대규모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안을 금융위에 올렸다.

금감원의 이런 결정은 모두 소송전에 휘말렸다. 손 회장은 지난 3월 금감원의 문책경고 제재안이 도착하자마자 개인 명의로 금감원 상대 행정소송 및 집행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함 부회장도 조만간 문책경고에 맞선 행정소송 등을 서울행정법원에 제기할 계획이다. 지난달 22일엔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이 기관 과태료 부과 건에 대해 금융위원회에 이의제기 신청서를 제출했다. 금감원 제재를 받은 금융사와 CEO가 이렇게까지 맞서는 건 이례적이다.

키코 분쟁조정·라임사태…안 따르는 금융사

윤 원장이 금감원장에 취임하자마자 힘줘 추진한 '11년 만의 키코 분쟁조정' 역시 갈 길을 잃었다. 금감원은 지난해 12월 12일 분쟁조정위원회를 통해 키코 판매 은행 6곳(우리·신한·하나·산업·씨티·대구)으로 하여금 피해기업 4곳의 손실을 최대 41% 배상하라고 권고했다. 그로부터 반년 넘게 지난 현재까지 이들 은행 중 권고를 따른 건 우리은행뿐이다. 산업·씨티 등 국책은행과 외국계은행은 진작 금감원에 권고안 불수용 방침을 통보했으며 하나·대구·신한 등 나머지 3곳은 금감원에 5차례나 시한을 연장을 요청했다.

이종필 전 라임자산운용 부사장. 사진은 지난해 10월 1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서울국제금융센터(IFC 서울)에서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 중단 사태와 관련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이종필 전 라임자산운용 부사장. 사진은 지난해 10월 1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서울국제금융센터(IFC 서울)에서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 중단 사태와 관련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쉽게 마무리되지 못하고 있는 라임사태도 금감원의 현재 모습을 대변하고 있다. 라임자산운용의 부실펀드를 정리를 위해 20개 판매사들이 합자해 세우기로 한 '배드뱅크'는 최대주주를 누구로 할 것이냐는 문제가 제대로 정리되지 않아 출발부터 난항을 겪고 있다. 은행 간 협의를 통해 결정됐다던 '손실 금액 선지급' 건 역시 각 은행이 이사회 반대를 핑계로 뚜렷한 결론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에 금감원은 별 역할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금감원이 지난 1월 라임펀드에서 투자금 195억원이 추가로 유출되는 것을 막지 못한 실수가 있었던 터라, 금감원이 더 전면에 나서기가 어려운 처지라는 분석도 나온다.

조기교체설 솔솔…윤석헌 "얼마의 기간 남았는지 모르겠다"

이런 상황에서 수개월째 이어지는 청와대 감찰은 임기를 1년 남겨둔 윤 원장에게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일각에선 "청와대가 감찰을 벌였다는 건 그에 앞서 금감원장에 대한 제보가 접수됐다는 것"이라고 추정한다. 더군다나 감사원 역시 지난 2월부터 DLF 및 라임 사태의 관리 소홀과 관련해 금감원을 감사 중이다. 감사원 감사 결과는 오는 9월쯤 나올 예정으로 알려졌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연합뉴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연합뉴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벌써 차기 금감원장 후보자에 대한 입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낸 정은보 한미 방위비분담금 협상대표와 제20대 국회서 더불어민주당 제3정조위원장 등을 지낸 최운열 전 의원 등의 이름이 오르 내린다. 한동안 김오수 전 법무부 차관,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전 의원 등이 언급되기도 했다.

윤 원장 역시 현재 상황에 대한 위기의식을 가지고 있다. 그는 지난 4월 27일 취임 2주년을 맞아 진행한 출입기자 간사단 감담회에서 "DLF사태 이후 최근이 고비"라며 "저한테 얼마의 기간이 남아있는지 모르겠지만 나름대로 고민하고 추진방향을 모색하고 있다"는 소회를 남겼다.

정용환 기자 jeong.yonghwa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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