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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진 “진보, 이용수 할머니까지 공격…충격적인 행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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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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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진보라면 정의기억연대(정의연) 사태 이후 치열한 반성과 성찰을 했을 것이다. 그런데 진보를 자처하는 이들은 윤미향 당선인을 사수하기 위해 흑백 구도로 끌고 가는 데 몰두했다. 심지어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까지 표적으로 삼았다.”

“국가권력과 자신을 동질화 경향 #시민사회 대변 않는 기득권 세력”

한상진 중민사회이론연구재단(중민재단) 이사장 겸 서울대 명예교수가 27일 정의연과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당선인 논란에 대해 한 말이다. 이날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중민재단 토론회에서다. 진보 성향의 사회학자로 김대중 정부에서 정책기획위원장을 맡았던 그는 “진보는 더는 시민사회를 대변했던 과거의 진보가 아니다”며 “국가 권력을 중심으로 한 기득권 집단 또는 기성체제로 변모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한 교수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도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만 하더라도 진보 진영은 국가 혹은 정치권력과 거리를 둔 채 견제자를 자처했다”며 “반면 최근엔 국가 권력과 자신을 동질화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가 권력과 같은 편이 된 진보 세력이 ‘자기 확신’으로 무장해 적과 아군을 가르고 상대를 배척하고 있어 우려스럽다”며 “일부 단체들은 외려 국가 권력의 일부가 되거나 사회의 기득권이 돼 가는 단계에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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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의연·윤미향 사태도 그 연장선이라고 봤다. 한 교수는 “여당과 일부 진보 시민단체들은 특정인(윤 당선인) 사수에 몰두했고, 일부 인사들은 친일·반일 프레임을 짠 뒤 이용수 할머니까지 공격했다”며 “국가 폭력에 희생된 피해자를 껴안는 것이 진보의 가치인데, 오히려 특정인이나 집단의 권력을 지키고자 피해자를 폭력의 틈바구니에 내던진 꼴이다. 충격적일 정도로 비정상적인 행태”라고 꼬집었다.

177석의 민주당을 향해선 “향후 진보 진영의 ‘내부 비판’마저도 거칠게 내몰리는 상황이 오면 진보의 위기가 도래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래통합당 등 야권을 두곤 “진보의 변질이 합리화되는 이면에는 통합당 등 보수 진영에 대한 ‘경멸’이 자리 잡고 있다. 통합당이 건전한 견제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현재로선 의문”이라고 평가했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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