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분수대

밈(meme)

중앙일보

입력 2020.05.26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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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장혜수 기자 중앙일보 콘텐트제작에디터
장혜수 스포츠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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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끌 모아 태산이라 했던가. 하루 한 번씩 2년 넘게 모은 ‘깡’이 ‘1천만 깡’이 됐다. 요즘 화제인 ‘1일 1깡’ 얘기다. ‘깡’은 2017년 12월, 가수로 컴백하던 비(정지훈)가 내놓은 미니앨범 ‘마이 라이프애’(MY LIFE愛)의 타이틀곡이다. ‘1일 1깡’은 유튜브에서 하루 한 번씩 이 노래 뮤직비디오를 본다는 뜻이다. 조회 수가 23일 1천만 회를 돌파했다. 사실 발표 직후 이 곡에는 혹평이 쏟아졌다. 음원 사이트 순위에서도 고전했다. 곧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유튜브에서 작은 움직임이 생겼다. 배경은 댓글이었다. 시작은 조롱이었다. 그런데 대중이 그 조롱 댓글을 즐겼다. 심지어 인터넷 게시판 등으로 댓글을 퍼 나르고 공유했다. 뮤직비디오 조회 수가 점차 증가했다. 언제부턴가 ‘1일 1깡’이라는 말이 돌았다. 올해 3월, 한 여학생이 ‘깡’ 커버 영상을 유튜브에 올렸다. 관심이 폭발했다. 많은 이가 커버 영상을 만들어 유튜브나 소셜미디어에 올리는 ‘깡 챌린지’에 나섰다. 포털 사이트에 관련 뉴스가 쏟아졌다. 호기심은 관심이 됐고, 관심은 애정이 됐다.

영국 진화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는 ‘밈’(meme)이라는 개념을 만들었다. 1976년 펴낸 책 『이기적 유전자(The Selfish Gene)』에서다. 그는 책에서 “신종의 자기 복제자가 최근 바로 이 행성에 등장했다. (…) 이미 그것은 오래된 유전자를 일찌감치 제쳤을 만큼 빠른 속도로 진화적 변화를 달성하고 있다”고 얘기했다. 그는 이 복제자를 ‘밈’이라 불렀다. “문화 전달의 단위 또는 모방의 단위라는 개념”을 담기 위해, 그리스어 ‘모방’(mimesis)과 영어 ‘유전자’(gene)를 합성해 만든 단어다.

도킨스는 책에서 “밈도 밈 풀에서 퍼져 나갈 때는 넓은 의미로 모방이라 할 수 있는 과정을 거쳐 뇌에서 뇌로 건너다닌다”고 설명했다. ‘1일 1깡’이 관심을 모으고 널리 퍼진 것도  ‘밈’의 작용이라는 게 전문가 분석이다. ‘깡’의 핵심 요소가 모방을 통해 사람들 뇌에서 뇌로 건너가 지금에 이르렀다는 거다. 묘하게 ‘선한 영향력’이라는 말과 겹치는 부분이 있다. 유명인의 선한 행동 하나가 모방을 통해 확산하는 현상이다. 크게 보면 이 역시 ‘밈’의 작용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바이러스 창궐의 시대다. 부디 모두가 누군가의 선행을 모방해 바이러스처럼(viral) 널리 퍼뜨리기를.

장혜수 스포츠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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