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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읽고 리스크 분산, 위기에도 경쟁자 제쳤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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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편의점 GS25와 기업형 슈퍼마켓(SSM) GS더프레시 등을 운영하는 GS리테일은 요즘 유통업계의 ‘다윗’으로 불린다. 그간은 전통의 유통 강자 롯데쇼핑과 이마트에 눌려왔지만, 최근 잇따라 호(好) 성적을 내며 만만치 않은 경쟁력을 보여주고 있어서다.

GS리테일 직원(오른쪽)이 소속 편의점인 GS25 점주와 함께 매출 추이 등을 살펴보고 있다. GS25는 본사 전문들이 팀을 이뤄 각 점포의 매출 잠재력을 분석한 뒤 가맹점주와 논의를 거쳐 상품 구색과 레이아웃 개선 등을 통해 점포 경쟁력을 개선하는 스토어 리노베이션 작업을 진행해 왔다. 사진 GS리테일

GS리테일 직원(오른쪽)이 소속 편의점인 GS25 점주와 함께 매출 추이 등을 살펴보고 있다. GS25는 본사 전문들이 팀을 이뤄 각 점포의 매출 잠재력을 분석한 뒤 가맹점주와 논의를 거쳐 상품 구색과 레이아웃 개선 등을 통해 점포 경쟁력을 개선하는 스토어 리노베이션 작업을 진행해 왔다. 사진 GS리테일

20일 GS리테일의 시가총액(3조1493억원)은 롯데쇼핑(2조5036억원)과 이마트(3조1360억원)를 넘어선 상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분기 기준 사상 최대 매출인 2조1419억원을 올렸고, 888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14.7%가 늘었다.

신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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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대한민국 산업계를 덮쳤지만, 기업별로 희비가 갈린다. 대부분의 기업이 올 1분기 실적 악화의 주범으로 코로나19로 인한 시장 침체를 꼽는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중앙일보가 오프라인 유통ㆍ화학ㆍ전자ㆍ자동차ㆍ정유ㆍ식음료ㆍ항공 등 7대 국내 대표산업의 업종별 1~3위 기업(2019년 매출 기준)들의 올 1분기 실적을 비교·분석했다.

코로나, 기업 진짜 경쟁력을 묻다<하>

GS리테일은 지난해 처음 매출 9조원(9조69억원)의 벽을 돌파한 데 이어 올 1분기에도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성적을 냈다. 꾸준한 효율화 노력 덕이다. 유통 업계의 맏형 롯데쇼핑의 매출(4조767억원ㆍ-0.83%)과 영업이익(521억원ㆍ-74.6%)이 뒷걸음친 것과 대비된다. 이마트는 영업이익이 34.8% 줄어들긴 했지만, 5조2108억원의 매출(13.6% 증가)을 기록하며 선방했다. '시험이 어려웠다'고 다들 불평하지만, GS리테일처럼 어려운 시험 속에서도 좋은 성적을 내는 학생은 분명히 있는 셈이다. 이지영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GS리테일은 슈퍼 부문의 영업 효율화 덕에 기대치를 크게 넘는 성과를 냈다”며 “올해는 슈퍼의 흑자 전환과 내년에는 호텔(파르나스 호텔)의 정상화가 (성장의) 모멘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확실한 1등은 위기에도 강해

글로벌 1등 기업은 어려움 속에서도 확실한 실력을 보여줬다. 삼성전자가 그렇다. 삼성전자는 올 1분기 55조3252억원 매출에, 6조4473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매출은 5.6%가, 영업이익은 3.4%가 각각 늘었다. SK하이닉스의 매출 역시 지난해 1분기보다 매출이 6% 늘어난 7조1989억원이었다. 지난해 말 기준 삼성전자는 세계 2위, SK하이닉스는 세계 4위의 반도체 업체다(글로벌 조사기관 IC인사이츠 기준). 미국 월풀과 ‘백색가전의 제왕’ 자리를 놓고 겨루는 LG전자 역시 올 1분기 14조7278억 매출(-1.3%)에, 1조904억(21.1% 증가)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산업군별 맹주들이 코로나19의 위기 속에서 흔들림 없는 매출을 내는 건 해외도 마찬가지다.

신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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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예로 미국 애플은 올 1분기 제품 매출액(스마트폰 등)은 3.4%가 줄었지만, 서비스 매출(콘텐트)이 16.6% 늘면서 전체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5%가 증가한 583억1300만 달러였다.

화학업계에서도 글로벌 수위권 기업들은 위기를 충분히 견뎌내고 있었다. 글로벌 10위(화학전문잡지 C&EN 기준)의 화학기업인 LG화학은 올 1분기 7조1157억원 매출에 2365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반면 국내 2위인 롯데케미칼(글로벌 20위)과 3위인 SK종합화학(34위)은 각각 860억원과 947억원의 적자를 냈다. 저유가가 지속하면서 롯데케미칼은 3조5000억원을 투입해 설립한 미국 ECC 프로젝트도 부담이 됐다. ECC는 셰일가스에서 화학산업의 쌀로 불리는 에틸렌을 뽑아내는 방식이다.

신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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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글로벌 2위의 화학기업인 독일 바스프의 경우, 순이익(9억300만 유로)은 37%가 줄었지만, 매출(167억5300만 유로)은 7%가 늘었다. 익명을 원한 화학업계 관계자는 “결국 글로벌 상위 10등 정도의 규모와 포트폴리오를 갖추지 않고는 위기에서 살아남기 어렵다는 의미”라고 했다.

이는 자동차 산업도 마찬가지다. 글로벌 5~6위권으로 평가받는 현대ㆍ기아차는 올 1분기에도 선방했지만, 국내 3위인 한국GM의 경우 올 1분기 판매 대수가 전년 동기보다 24.4%가 줄어든 것이 대표적이다. 윤건 한신대 공공인재학부 교수는 "전체 수요가 줄어드는 등 경영환경이 악화하면 소비자와 기업들은 경쟁력이 검증된 상위 업체의 제품과 서비스를 사는 경향이 뚜렷해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신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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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 흑자 낼 때 적자 내는 기업도 물론 있다

과감한 투자가 성패를 가르기도 했다. 국내 식음료 업계 1위인 CJ제일제당은 올 1분기 5조8309억 매출에, 2759억의 영업이익을 냈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언택트 소비의 덕을 본 덕이다. 업계 2위인 동원F&B나 3위인 대상 역시 매출과 이익이 큰 폭으로 뛰었다. 하지만 CJ제일제당은 여기에 슈완스라는 ‘한 방’이 더 있었다. CJ제일제당은 2018년 말 미국 대형 식품업체인.슈완스를 인수한 바 있다. 슈완스(1분기 매출 7426억원)을 포함한 CJ 제일제당의 글로벌 가공식품 매출은 지난해보다 약 126% 늘어난 1조386억원에 달한다. 물론 모든 식음료 업체들이 다 좋은 성적을 낸 것은 아니다. 국내 5위의 식음료업체인 롯데칠성음료는 올 1분기 전년보다 영업이익이 67.5%가 줄어든 63억원에 그쳤다.

정유업체들은 올 1분기 혹독한 시기를 보냈다. 저유가가 이어지는 데다, 이익율을 결정하는 정제마진이 손익분기점인 배럴당 4달러 선을 밑돌고 있어서다. 업계 1위인 SK이노베이션이 올 1분기에만 1조7752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GS칼텍스(-1조318억원), 에쓰오일(-1조73억원)도 사정은 비슷했다. 글로벌 1위의 정유사이자 사우디 국영석유회사인 아람코의 올 1분기 이익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 줄어든 166억6000만 달러(약 20조원)에 그쳤다.

신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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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다 같이 적자를 본 산업이라도 적자 폭은 달랐다. 항공업이 대표적이다. 업계 1위인 대한항공의 경우 매출은 22.46%가 줄어든 2조4273원에, 828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2위인 아시아나항공 역시 올 1분기 1조2937억원 매출(24.92% 감소)에 2920억원의 적자를 냈다. 매출 감소 폭은 비슷했지만, 적자 규모는 4배에 이른다. 아시아나의 경우 분기당 2000억원에 가까운 금융비용을 부담하고 있는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영학과 명예교수는 "실력 있는 기업은 어떤 여파가 와도 제일 덜 흔들린다는 건 자명한 사실"이라며 "코로나 같은 위기 국면이 심각해질수록 진짜 실력 있는 회사가 어딘지 확연히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신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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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기ㆍ최선욱 기자 lee.sook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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