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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영업이익 62% CJ 54% 상승···언택트·선제투자 빛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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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현대모비스가 울산 북구 이화산업단지에 15만㎡ 규모로 짓고 있는 전기차 전용 부품공장 건설 현장 모습. 2013년 정부가 유턴기업 지원법을 제정한 뒤 대기업이 법 적용 대상이 된 건 이 공장이 유일하다. 현대모비스

현대모비스가 울산 북구 이화산업단지에 15만㎡ 규모로 짓고 있는 전기차 전용 부품공장 건설 현장 모습. 2013년 정부가 유턴기업 지원법을 제정한 뒤 대기업이 법 적용 대상이 된 건 이 공장이 유일하다. 현대모비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대한민국 기업의 숨은 실력을 드러내고 있다. 코로나19가 처음 반영된 성적표인 올해 1분기 실적을 받아든 국내 주요 기업들을 분석해 봤더니, 어려운 가운데서도 ▶언택트 트렌드에 미리 대비했고 ▶코로나19 이전에 선제적 투자를 했으며 ▶리더십 공백이 없었던 기업들이 웃었다.

[코로나19 기업 성적표]

중앙일보가 농협을 제외한 15대 그룹(자산 기준)의 주력 계열사 15곳의 올해 1분기 실적을 분석한 결과다. 같은 대기업이라도 미리 급속한 경영환경 변화에 대비한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들의 희비가 엇갈렸다. 주력 계열사란 대기업 집단(공정위 기준)에서 매출 규모가 가장 크거나 그룹의 주력 사업을 이끄는 기업을 뜻한다. 계절적 요인 등을 배제하기 위해 2019년과 2020년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을 각각 비교했다.

15개 기업 중 3곳이 적자전환 

분석 대상 15개 기업 중 3곳은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적자로 전환했다.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 대한항공이다.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른 소비 감소가 정유와 항공업계에 직격탄을 날렸다. 지난해 1분기엔 15개 기업 중 영업이익 적자를 기록한 곳은 전무했지만 올해는 3곳으로 늘었는데 모두 정유와 항공사다.

영업이익 하락율은 15대 그룹 주력 계열사중 롯데쇼핑(-74.6%), 두산(-74.4%), 포스코(-41.3%), 이마트(-34.8%), LS전선(-6.6%), KT(-4.7%) 순으로 컸다.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해 영업이익이 감소한 기업이 15곳 중 6곳이었다.

대한항공은 전년 동기와 비교해 1분기 매출이 22.6%가 줄어 조사 대상 15개 기업 중 가장 큰 폭의 매출 감소를 기록했다. SK이노베이션(-12.6%), GS칼텍스(-11%), 포스코(-9.1%), 롯데쇼핑(-8.3%)순으로 매출이 크게 줄었다. 15대그룹 주력 계열사 15곳중 매출이 감소한 기업은 8곳이었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동반 하락한 기업도 7곳으로 조사됐다. 허약한 재무구조도 실적 악화 가속화에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과 두산이 대표적이다. 대한항공과 두산은 산업은행 등에서 1조원이 넘는 자금을 조달했다.

대다수가 낙심한 가운데 웃은 기업들도 있다. 한화솔루션(61.7%), CJ제일제당(54%), LG전자(21%), 현대자동차(4.7%), 삼성전자(3.4%)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해 늘었다. 특히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한화솔루션, CJ제일제당은 매출과 영업이익이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해 동반 상승했다. 정태경 차의과대학교 경영대학원 교수는 "위기 국면이 진짜 실력을 드러낸 것"이라고 말했다.

CJ제일제당과 LG전자, 삼성전자 등은 언택트 비즈니스 강세 덕을 본 대표적 기업으로 분석된다. 김동완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코로나19 이후에도 언택트 비즈니스를 대표하는 반도체와 통신서비스 업종은 꾸준히 강세를 이어갈 것”고 말했다. CJ제일제당은 수년 전부터 가정간편식(HMR)등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구축해 재택근무 등 코로나19 수혜를 제대로 누렸다.

선제적 투자·리더십이 실적 갈랐다

현대자동차와 한화솔루션은 선제적 투자로 1분기 실적 방어에 성공했다. 현대차는 코로나19로 인한 글로벌 시장 타격에도 수년간 준비해온 신차 효과로 내수 시장을 지켰다. 한화솔루션은 올해 1분기 태양광 부문에서 낸 흑자로 코로나19로 인한 타격을 줄였다. 윤재성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한화솔루션은 코로나19에도 태양광 물량을 꾸준히 확보했고, 수익성이 높은 미국 시장 판매 비중 확대 전략이 들어맞았다”고 평가했다.

15대 그룹 주력 계열사 실적 비교.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15대 그룹 주력 계열사 실적 비교.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이에 비해 롯데쇼핑은 선제적 투자가 늦어진 대표적인 예다. 사드(TTAAD·고고도미사일방어) 보복과 수년간의 형제간 경영권 분쟁에 발목을 잡혀 경쟁사보다 온라인 전환이 늦은 약점이 1분기 실적으로 그대로 드러났다.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도 기존 사업 모델을 유지하는 형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유정현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롯데쇼핑은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 주요 유통 채널 간 시너지가 크지 않고, 대형 유통기업 중 경기 영향에 가장 민감한 구조”라고 분석했다.

이마트의 실적과 비교하면 확연하다. 이마트의 올해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3.6%, -34.8%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줄었지만, 지난해 4분기와 비교해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포스코는 늦어진 투자와 지나치게 단순한 사업 포트폴리오가 코로나19를 거치며 발목을 잡은 사례다. 코로나19로 인한 세계적인 소비 감소가 포스코 실적(영업이익 -41.3%)에 그대로 반영됐다. 철강 비중이 높다 보니 글로벌 철강 불경기에 견뎌내는 내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편이다. 포스코는 자동차 강판을 이을 차세대 핵심 제품으로 건축용 철강재를 육성하겠다고 최근 발표했지만 사업 다각화가 늦었다는 평가가 시장에서 나온다.

한국인더스트리4.0협회장을 지낸 임채성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는 “기업들이 코로나19 사태처럼 불확실성이 큰 시기를 지날 때는 현재 사업 모델과 접목 가능하면서 미래에 유망한 사업을 찾아 신속히 사업 모델을 짜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 내 리더십도 1분기 실적을 가른 키워드로 꼽힌다. 대한항공이 대표적이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코로나19가 한창이던 3월 말 주주총회까지 경영권 분쟁을 이어가면서 불필요한 자산 매각 등에서 속도를 내지 못했다.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은 “코로나19와 같은 위기 상황일수록 과감하게 투자를 결정하고, 안되는 사업을 정리할 수 있는 리더십을 확립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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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헌·이소아 기자 emc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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