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개혁 제대로 하자] 동네약국 약사의 하소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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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약 마진이 10%를 넘지 않는 데 비해 조제약은 30~40%에 달한다. 의약분업 전에는 가급적 조제를 권해 하루 40~50건을 처리했다. " (서울 영등포 N약국 朴모 약사)

"사타구니 완선에 바르는 연고를 사러온 환자에게 한 달간 복용하는 8만원짜리 조제약을 권했다. 제대로 치료하려면 약을 먹어야 한다는 말만 하고, 간과 위를 손상시킬 수도 있다는 점은 말하지 않은 경우도 있다." (서울 강북 B약국 林모 약사)

약사들은 의약분업 전에 마진이 큰 조제약을 주로 권했던 것을 대부분 시인했다. 대형 M약국 金모 약사는 "조제약은 미리 만들어져 있지만 환자에게 신뢰감을 주기 위해 체중.신장.배변 횟수 등 10여가지 항목을 직접 쓰도록 했다" 고 말했다. 그는 "일부 약국은 입심좋은 판매원을 채용해 마진이 70~80%나 되는 영양제를 주로 팔았다" 고 털어놨다.

B약국 林모 약사는 "오리지널 약 대신 마진이 좋은 복사약을 주로 팔았다" 며 "하지만 이는 병.의원들도 마찬가지였다" 고 밝혔다. 약사들은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을 이렇게 하소연한다.

개업경력 10년째인 朴약사는 "오전 9시부터 오후 10시까지 마진이 많은 조제약이나 복사약을 열심히 팔아봐야 한 달에 3백만원 정도 수입을 올릴 수 있었다" 고 했다.

그는 "구멍가게 수준인 수입내역을 보면서 이것이 약사 자격증에 대한 대가라고 생각하면 한심했다" 고 말했다.

문제는 의약분업으로 동네 약국 사정이 더욱 어려워진다는 것. 마진이 많은 자체 조제약이나 일반약 판매가 크게 줄어든데다 환자들이 우선 병원부터 찾는 바람에 손님이 크게 줄었다는 것이다.

반면 병원 앞 대형 약국에 환자가 몰리면서 동네약국이 소외당하는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朴약사는 "약사 혼자 하루 수십건의 처방전을 처리하지 못해 전산직원이나 약사를 더 고용해야 하는 등 갈수록 수입구조가 열악해지고 있다" 고 말했다.

그는 "이달 수입은 2백만원을 밑돌 것 같다" 며 "처방전이 필요없는 한약 조제나 건강식품 판매에 매달리고 있지만, 그래도 수입이 늘지 않으면 약국을 정리하고 대형 약국에 취직하겠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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