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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향에 취한 한평생...서예가 취묵헌 인영선 선생 별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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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예가 취묵헌 인영선 선생. 2015년 개인전 때 '세월장면면(歲月藏面面)' 앞에 선 모습이다. [중앙포토].

서예가 취묵헌 인영선 선생. 2015년 개인전 때 '세월장면면(歲月藏面面)' 앞에 선 모습이다. [중앙포토].

 서예가 인영선 선생이 18일 별세했다. 74세. 고인은 글과 글씨가 어우러진 문인화, 시서화(詩書畵)를 종합한 작품으로 새로운 길을 열었던 것으로 평가받는다. 일중(一中) 김충현(1921~2006)은 생전에 그를 “청정무구한 풍격으로 각 체의 연구에 열성을 다했다”고 평했다. 특히 전서와 행초서에 집중하며 옛 서체에 충실했고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시도를 이어나갔다. 그림을 따로 배우지 않았지만 겸재 정선의 그림을 수없이 따라 그린 끝에 경지에 올라 글씨와 그림의 일치를 이뤘다.

서예가 취묵헌 인영선 선생. [중앙포토]

서예가 취묵헌 인영선 선생. [중앙포토]

고인의 자호(自號) 는 취묵헌(醉墨軒) . '먹에 취한 집'이라는 뜻대로 50여년 동안 글씨에 취해 지냈다. 1970년대 중반 천안에 서실 ‘이묵서회(以墨書會)’를 연 뒤 “일찍이 없었던 글씨를 만나고 싶다”며 먹을 갈고 벼루가 닳도록 글씨를 썼다.

고인은 충남 아산 태생으로 천안중, 천안농업고, 경희대 국문학과를 졸업했고 2014년 일중서예 대상을 수상했다. 당시 하영휘 성균관대 교수는 “문인화의 격이 제대로 피어난 드문 경지”라고 고인의 작품세계를 평했다. 1984년 현대미술 초대작가로 시작해 1991년부터 한국서예협회 상임부이사장을 지냈다.

5년 전 칠순 맞이 개인전 제목을 ‘흐르는 물처럼’으로 정하고 ‘먹을 갈아 붓을 빌려 늘 그러하기를 빌어본다’는 뜻의 ‘도법자연(道法自然)’을 썼고, ‘산은 종교다’라는 작품으로 자연의 너그러움을 표현했다. 장엄한 자연과 유한한 인생을 대비하며 삶의 의미를 묻는 글씨를 쓰던 서예가였다. 빈소는 충남 천안시 천안하늘공원장례식장 1호실. 발인 21일 오전 9시. 041-621-8011.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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