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재폐업 전망]

중앙일보

입력

정부가 16일 의료계 폐업사태에 강경대책을 내놓았다. 검찰의 태도도 예사롭지 않다. 그냥 엄포성은 아닌 듯하다. 심상찮은 기류가 곳곳에서 감지된다.

정부가 강경으로 급선회하는 데에는 몇가지 배경이 있다. 정치적으로는 김대중 대통령의 집권 후반기 권력관리에 이상이 올 위험성이 있다는 것이다. 더 이상 의사들에게 밀리다가는 각 분야의 개혁조치를 계속할 수 없고 이익단체란 단체는 모두 나서는 상황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정부로서도 이제는 명분을 충분히 축적했다는 판단을 했다는 것이다. 국민들의 의료계에 대한 불만이 폭발 상태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의료계는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전공의는 협상불가를 천명했고 의사협회 집행부는 "대화국면으로 가는 마당에 강공을 해서 당분간 대화가 불가능해졌다" 고 불만을 표했다. 당분간 대립이 격화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다.

◇ 정부 입장〓전공의와 개원의를 분리하려는 의도가 짙게 깔려있다. 개원의의 폐업률은 점차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타깃은 전공의다. 임금인상 등 처우개선 카드를 들이밀며 전공의를 달랬지만 소용이 없자 강력한 압박을 시작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전공의들에게 수차례 대화를 제의했지만 한번도 성사되지 않았다.

최선정(崔善政) 보건복지부장관은 "정부의 사과와 구속자 석방은 (사태의) 본질과는 무관하다.전제조건이 돼서도 안된다. 대화를 않겠다는 의미" 라고 말했다. 군의관 투입.거점병원 지정 등의 대책은 "전공의가 없어도 병원은 돌아간다" 는 메시지다.

崔장관은 지난 7일 부임 직후에는 의료계를 끌어안는 모습을 보였다. 여론의 뭇매에도 불구하고 의료보험 수가(酬價) 를 올렸고 의사를 의료계의 중심에 올려놓겠다고 공언해왔다. 정부로서도 할 만큼 했다는 것이다.

정부의 이번 대책에는 중환자는 대형병원이, 외래진료는 동네의원이 맡는 장기계획이 깔려 있다. 崔장관은 "이번에 도입하는 개방형 병원제의 효과가 좋으면 폐업이 끝난 이후에도 계속 시행할 것" 이라고 말했다. 나아가서는 대형병원의 외래진료를 법적으로 금지하는 방안도 구체화하고 있다. 의료전달체계 확립을 위한 시험대로서 이번 폐업을 활용하겠다는 생각이다.

◇ 전망〓전공의는 성명서를 통해 폐업률 높은 지역의 약사 임의조제 허용, 개방형병원제 등을 맹비난했다.

의협 관계자는 "전공의들이 전제조건을 경찰청장 사과만으로 줄이고 정부와 대화를 하기로 의견을 정리한 마당에 정부의 강공책 때문에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이날 오후 열린 비상공동대책 10인 소위원회에서는 정부와 협상하지 않겠다는 목소리가 높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분간 대화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18일부터 차근차근 강공책을 실행에 옮길 것으로 보여 정면 충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정부는 그러면서도 해결을 위한 숨구멍은 터놓았다. 崔장관은 대화는 계속하겠다고 했다.

신성식.강갑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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