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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량난 부른 메뚜기떼 먹자는 기막힌 역발상···그러다 다친다

중앙일보

입력

아프리카 케냐에서 발견된 사막 메뚜기들. EPA=연합뉴스

아프리카 케냐에서 발견된 사막 메뚜기들.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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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joongang.co.kr/article/23776491?cloc=joongang|search|reporter

ㅠㅠ 이런 재앙 속에서 항상 취약계층이 가장 고통을 받는다는 게 너무 가슴이 아프다... -onet****

이 문제를 남의 일로 치부하면 인류의 재앙이 될 것이다. -nugh****

지난 14일 ‘성경 속 그 재앙···20배 세진 메뚜기떼, 아프리카 식량 공포’ 중앙일보 기사에 달린 댓글입니다. 아프리카 대륙이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이어 더 큰 재앙인 메뚜기떼의 2차 습격으로 심각한 식량난을 겪고 있다는 내용입니다.

이례적인 폭우와 수온 상승의 영향으로 메뚜기가 번식하기 좋은 고온다습한 환경이 만들어지면서 70년 만에 최악의 메뚜기떼가 창궐했기 때문입니다.

메뚜기 먹으면 식량난 해결?

예멘에서 사람들이 메뚜기를 활용해 음식을 만들고 있다. 신화통신=연합뉴스

예멘에서 사람들이 메뚜기를 활용해 음식을 만들고 있다. 신화통신=연합뉴스

이 기사가 나간 이후 가장 많이 달린 댓글은 메뚜기를 잡아서 먹으면 식량난을 해소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었습니다. “아프리카는 메뚜기 안 먹나? 식용으로 먹음될텐데”(sm01****), “미래의 먹거리는 곤충이 될 거라고 들었던 거 같은데 메뚜기를 가공해서 식량으로 대체할 순 없나”(park****) 같은 댓글이 이어졌습니다.

댓글 속 지적처럼 메뚜기는 한국을 포함해 세계 곳곳에서 식용으로 활용되는 곤충이죠. 아프리카 대륙을 휩쓸고 있는 사막 메뚜기는 몸무게의 62%가 단백질, 17%는 지방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메뚜기가 고단백 식품으로 알려진 이유입니다.

파키스탄에서 한 남성이 메뚜기를 들고 있다. EPA=연합뉴스

파키스탄에서 한 남성이 메뚜기를 들고 있다. EPA=연합뉴스

아프리카엔 실제로 다양한 메뚜기 요리법이 있습니다. 메뚜기를 튀기거나, 구워 먹는가 하면 말려서 보관하다 필요할 때 먹기도 하지요. 동물 사료로도 사용하고요.

남아프리카의 츠와나족은 '틴지야(Tinjiya)'라는 메뚜기 요리를 즐겨 먹는데요. 조리법은 이렇습니다.

“메뚜기의 날개와 뒷다리를 제거하고, 부드러워질 때까지 약간의 물에 끓인다. 취향에 따라 소금을 넣고, 갈색이 될 때까지 기름으로 튀긴다. 그리고는 옥수수 등을 곁들여 먹는다.”

예멘의 한 시장에서 구운 메뚜기를 팔고 있는 모습. 전통적으로 예멘에서는 메뚜기를 구워서 먹는다. EPA=연합뉴스

예멘의 한 시장에서 구운 메뚜기를 팔고 있는 모습. 전통적으로 예멘에서는 메뚜기를 구워서 먹는다. EPA=연합뉴스

때문에 아프리카 국가들이나 아라비아반도에 위치한 예멘의 시장에선 어렵지 않게 메뚜기를 찾아볼 수 있다고 해요.

하지만 요즘처럼 대규모의 메뚜기떼가 창궐하는 시기에는 오히려 메뚜기를 먹어서는 안 된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하죠. 메뚜기떼를 없애기 위해 동아프리카나 예멘에선 비행기를 동원해 독한 살충제를 뿌리기 때문이에요.

아프리카 케나에서 비행기 한 대가 공중에서 살충제를 뿌리고 있다. AP=연합뉴스

아프리카 케나에서 비행기 한 대가 공중에서 살충제를 뿌리고 있다. AP=연합뉴스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살충제로 죽은 메뚜기는 어떤 경우에도 먹어서는 안 된다. 메뚜기 몸 속에 살충제의 독성이 남아 있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공식적으로 밝혔습니다. 살충제에 포함된 화학물질들은 신장과 간, 심장을 손상시고 골다공증을 유발할 정도로 독성이 강하다고 합니다. 특히 어린이들이 죽은 메뚜기를 만져서는 안 된다고 FAO는 당부했습니다.

죽은 메뚜기만 위험한 건 아닙니다. 살아있는 메뚜기를 잡아 먹는 행위도 위험할 수 있거든요. FAO는 “살충제가 항상 메뚜기를 바로 죽이는 것은 아니다”며 “동아프리카를 중심으로 급증하는 메뚜기떼를 통제하는 상황에서 살아있던 죽었던 누구도 메뚜기를 먹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습니다.

메뚜기떼를 대형 그물로 잡아 먹는다고 해도 메뚜기 수를 줄이는 데 큰 도움이 되지 않다고 하네요. 메뚜기떼 한 무리가 40~60㎞에 이를 정도로 거대한 규모를 이루기 때문입니다.

메뚜기떼 막을 대책 없을까? 

아프리카 케냐의 한 마을을 덮친 메뚜기떼. 레마술라니 트위터

아프리카 케냐의 한 마을을 덮친 메뚜기떼. 레마술라니 트위터

살충제를 뿌리는 것 말고 메뚜기떼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실제로 메뚜기떼 습격을 막기 위해 각국에서 다양한 연구가 진행 중입니다. 문제는 메뚜기떼의 이동 속도가 워낙 빠르기 때문에 천적이나 기생충을 활용하는 건 한계가 있습니다.

화염방사기, 초대형 진공청소기를 활용하자는 아이디어도 나온 적 있지만 수천억 마리에 이르는 메뚜기떼를 통제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해요.

중국 신장위구르 자치구내 오리떼의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중국 신장위구르 자치구내 오리떼의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최근 중국에선 파키스탄에 10만 마리의 오리 부대를 보내 천적인 메뚜기를 없앤다는 보도까지 나왔는데요. 실제로 중국 전문가들이 파키스탄의 피해 지역을 조사한 결과 너무 더운 사막지대라 오리가 살기 어려워 없던 일이 됐다고 합니다.

결국 역대급 메뚜기떼를 불러온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길이 메뚜기떼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이 아닐까요?

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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