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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 재폐업] 보건소 온종일 북새통

중앙일보

입력

11일 의료계 전면 재폐업으로 대형 병원의 외래진료가 중단되고 병.의원 대부분이 문을 닫아 환자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환자와 시민단체는 "의사들이 국민을 인질로 잡고 자신의 이익 챙기기에만 급급하다" 고 분통을 터뜨렸다.행정자치부는 시.군.구별 상황반을 편성.운영하는 등 비상근무 체제에 들어갔으며, 교육부장관은 대학병원장을 만나 ´의료계 달래기´ 에 나섰다.

○…이날 오전 부산 백병원을 찾은 위암 3기 환자 金모(56.부산진구 양정동) 씨는 "D병원에서 1주일간 기다리다 파업으로 수술을 못받았다" 며 "하루가 급한 환자를 이렇게 방치해도 되느냐" 고 분개했다.고열 증세를 보이는 아들(5) 을 업고 L소아과를 찾은 朴모(33.서울 중랑구) 씨는 "처방전이 없으면 약국에서 약도 못사는데 우리 애는 어떻게 하느냐" 고 울먹였다.

○…광주.전남지역 상당수 의원들은 11일 휴가 중이라는 안내문을 내붙이고 문을 닫았다. 광주시에 따르면 문을 닫은 3백여 동네의원 중 1백곳 이상이 ´하계 휴가´ 라고 써 붙이고 휴진 기간을 12일이나 15일까지로 표시했다.O내과 원장은 "머리를 식히기 위해 휴가를 떠나는데 일일이 신고할 필요가 있느냐" 고 말했다.

광주시는 의원들이 행정기관의 처분을 고의적으로 피하기 위해 휴가 안내문을 써 붙인 것으로 보고 업무개시 명령 등을 내릴 방침이다.

○…환자들이 보건소로 몰리면서 온종일 북새통을 이뤘다.서울 용산.서초구 보건소에는 이날 평소보다 30% 이상 많은 1백여명의 환자가 찾았다.서초구보건소 관계자는 "소아과 등의 전문의가 모자라 진료에 차질을 빚고 있다" 고 말했다.

○…약국도 손님이 뚝 끊겼다.서울 강남구 H약국은 평소 하루 1백여명의 환자가 찾았으나 이날 20명, 부산 중구 광복동 S약국은 평소의 4분의1인 40여명으로 줄었다.S약국 金모(31) 약사는 "폐업이 장기화하면 약국도 운영하기 힘들다" 고 걱정했다.

○…일부 대형 병원은 정상진료를 계속했다.서울 A대학병원은 이날 오전 ´외래진료 중단´ 이라는 대자보를 붙였다가 환자들이 거칠게 항의하자 오후부터 진료를 재개했다.C병원은 일단 주말까지 정상진료한 뒤 폐업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C병원 관계자는 "아프다고 찾아오는 환자를 외면할 수 없었다" 고 말했다.

○…시민단체들은 "또 당할 수만 없다" 며 폐업 동참 병.의원에 대한 제재운동에 나섰다.´의약분업 정착을 위한 시민운동본부´ 와 경실련.서울YMCA 등은 "폐업 병.의원 항의방문이나 항의편지 보내기, 스티커 붙이기 등을 추진하겠다" 고 말했다. 부산 해운대구 좌동 신시가지 통장협의회 소속 회원 50여명은 주말까지 폐업을 철회하지 않는 의원에 대해서는 이용금지 운동을 펼칠 방침이다.

○…송자 교육부장관과 이종윤 보건복지부 전 차관은 11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 중앙청사에서 16개 수도권 대학 병원장 및 의과대학장 회의를 연 데 이어 곧바로 대전으로 이동, 충남대병원에서 23개 지방대학 병원장 및 의과대학장 회의를 열고 파업 철회와 비상진료체계 유지에 협조해 달라고 요청했다.

宋장관과 李차관은 "정부는 의료인들의 요구 사항을 다 알고 있으나, 이를 추진하는 데는 시간이 걸리므로 우선 파업을 철회해 달라" 며 의료 정상화에 협조해 줄 것을 당부했다.

이에 대해 의대학장과 병원장들은 격앙된 젊은 의료인들을 설득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요청했다.

○…병.의원들도 서로 눈치를 보고 있다.문을 닫은 광주시 동구 A내과 鄭모(30) 간호사는 "직접 찾아온 환자들이 언성을 높이는 데다 하루종일 항의전화가 쇄도해 정신이 하나도 없다"며 "병원측이 다른 병원의 비난을 살까 봐 문을 닫았다" 고 말했다.

수원시 팔달구 S내과 P원장은 "정상진료를 하면 전공의나 의대 학생들의 집중 성토가 우려돼 어쩔 수 없이 폐업에 동참했다" 고 밝혔다.

사회부.전국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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