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 "진료권´ 주장 결국은 수가인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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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들이 원하는 게 의보 수가(酬價) 인상인지, 진료권 보장인지 갈피를 잡을 수 없습니다. " (의약분업정착을 위한 시민운동본부 李康原 사무국장)

"진료권 보장은 모두 관철됐다고 봅니다. 결국 수가 문제라고 봅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

10일 정부의 수가인상 방침 발표에도 불구하고 의료계가 선뜻 수용하지 않는 이유를 두고 정부 당국과 시민단체가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의료계가 거듭 "중요한 것은 돈이 아니라 진료권이며, 의사들의 자존심" 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결국 소득의 문제가 아니냐는 게 국민들이나 정부의 시각이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의사들이 진료권의 핵심으로 주장하는 임의조제 근절이나 대체조제의 금지는 사실상 제도적으로 보장이 됐기 때문에 수가 문제가 보다 중요한 요인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고 말한다.

그는 "거듭된 수가 인상 발표에도 불구하고 의료계가 의약분업으로 인한 국민불편 등을 강조하며 수용을 거부한다면 의약분업 자체를 하지 말자는 뜻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고 강조했다.

시민단체나 의약문제 전문가들은 의사들의 종래 음성적 소득이 의약분업으로 사라지게 돼 이를 벌충해 달라는 것이 의료계 주장에 깔려있다고 분석한다.

약가 마진과 더불어 지난해 약가 실거래가 상환제 실시 이전에 제약회사로부터 약품 구매의 대가로 받아온 연간 7천억원 규모(당국 추정) 의 리베이트 수입이 있었다.

또 값싼 카피(복제) 약과 오리지널(원본) 약값의 차이에 따른 음성소득을 얻는 행태도 일부 있었다는 지적이다. 의약분업 이후 소득이 고스란히 노출되는데 따른 세금 증가도 의사들이 불안해하는 대목이다.

당국은 의료계의 요구를 대폭 수용해 연간 1조1천억원 정도의 추가비용을 투입하고 의료보험에 대한 국고지원을 약속했는 데도 의료계가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의료소비자인 국민들은 납득하지 못할 것이다.

李사무국장은 "차라리 의료계가 수가면 수가, 진료권이면 진료권이라고 요구사항을 명확히 했으면 좋겠다" 면서 "진료권 얘기를 하다가도 결국 수가 얘기를 꺼내니 타협안을 찾기가 힘들다" 고 말했다.

강주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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