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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등 10명 감염시킨 학원강사의 '무직' 거짓말···인천시 "고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12일 오후 서울 용산구 우사단로 일대 거리에서 이태원1동 새마을지도자협의회 방역 자원봉사자들이 소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2일 오후 서울 용산구 우사단로 일대 거리에서 이태원1동 새마을지도자협의회 방역 자원봉사자들이 소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용산구 이태원클럽을 방문했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린 것으로 추정되는 인천시 미추홀구 20대 환자의 직업이 '학원 강사'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남성은 무증상 상태에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는데 13일만 이 남성이 일했던 학원과 과외수업한 학생 등 10명의 코로나19 확진 환자가 나왔다.

인천시와 인천시교육청은 이날 긴급 브리핑을 열고 "오전 미추홀구(3명)와 중구(3명), 연수구(2명)에서 8명의 코로나19 확진 환자가 추가로 발생했다"고 밝혔다. 5명은 남·여 고교생이고 1명은 여중생이다. 40대 여성과 20대 남성도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날 오후엔 연수구에 사는 남자 중학생과 이 중학생의 30대 여성 국어 과외교사(중구 거주) 등 2명이 추가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들의 연결고리는 지난 9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A씨(25·미추홀구 용현동 거주)다. A씨는 지난 2일 밤부터 3일 새벽까지 서울 이태원의 클럽과 술집을 방문한 것으로 확인됐다. A씨가 다녀간 클럽은 지난 6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용인시 66번 확진자(29·경기 용인시 기흥구) 일행이 지난 1~2일 다녀간 클럽과 일치한다. A씨는 지난 8일 확진 판정을 받은 부평구 확진자(21·부평구 청천동 거주)와도 이태원의 한 포장마차에서 합석한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별다른 증상은 없었지만, 경기도 용인시 66번 확진자 등과 일부 동선이 겹치자 지난 8일 미추홀구 선별진료소를 찾아서 검진을 받았고 '양성' 확진 판정을 받았다.

박남춘 인천시장(오른쪽)이 13일 오전 인천시 남동구 인천시청에서 서울 이태원 클럽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상황을 설명하는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박남춘 인천시장(오른쪽)이 13일 오전 인천시 남동구 인천시청에서 서울 이태원 클럽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상황을 설명하는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인천시. "직업 속인 A씨 고발하겠다" 

그는 당시 보건당국 조사에선 자신의 직업을 '무직'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A씨의 진술과 동선이 일치하지 않았다. 인천시는 미추홀경찰서에 A씨의 휴대전화 위치정보 조회 요청을 했고 이를 가지고 다시 추궁했다. 이에 A씨도 "미추홀구의 한 학원에서 학원 강사로 일했고 연수구의 한 가정집에서 개별 과외를 했다"고 진술했다.

조사 결과 A씨는 6일 오후 7시부터 11시까지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학원에서 강의한 것으로 파악됐다.
7일 오후 2시 30분부터 오후 4시 30분까지는 연수구 한 가정집에서 마스크를 쓰고 중학생을 대상으로 과외 수업을 했다.

인천시는 해당 학원 수강생과 강사 15명을 즉시 자가격리하도록 한 뒤 검체 채취 검사를 했는데 이들 중 남·여 고교생 5명과 동료 학원 강사(21)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A씨가 과외를 한 여중생과 이 여중생의 어머니도 확진 판정을 받았다.
오후에 추가 확진 판정을 받은 남자 중학생은 A씨가 과외를 한 여중생의 쌍둥이 남매다. 이들 남매에게 지난 11일 국어 과외를 한 30대 여성도 추가 확진 판정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인천시는 해당 학원을 방역한 뒤 폐쇄 조치하고 이 학원의 수강생과 관계자 118명에 대한 검체 채취 검사도 진행하고 있다.

박남춘 인천시장은 "A씨가 6일 하루만 학원에서 강의했고 과외 날짜는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했다"면서 "A씨가 다른 학원에서도 강의했는지 등을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시는 A씨가 역학조사 과정에서 본인의 직업과 동선에 대해 거짓으로 진술하고 학원 강의 사실 등을 숨긴 만큼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경찰에 고발 조치할 계획이다.

서울 이태원 클럽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인천지역에 확산하는 가운데 13일 오전 코로나19 확진자가 3명 발생한 인천시 미추홀구 한 학원 정문이 굳게 닫혀 있다. 연합뉴스

서울 이태원 클럽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인천지역에 확산하는 가운데 13일 오전 코로나19 확진자가 3명 발생한 인천시 미추홀구 한 학원 정문이 굳게 닫혀 있다. 연합뉴스

A씨로 인한 감염자만 11명…3차 감염 우려도

이로써 A씨로 인한 2·3차 감염자는 모두 11명이 됐다. 앞서 지난 9일 미추홀구에 사는 A씨의 지인 B씨(34)도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B씨는 이태원 클럽 등을 방문하진 않았지만, A씨와 5~6일 만났다.

문제는 3차 감염 등 추가 감염 우려도 있다는 것이다. A씨로 인해 추가 감염된 8명의 동선을 조사한 결과 확진자 중 2명이 미추홀구와 동구에 있는 교회에서 예배를 본 것으로 확인됐다.
인천시는 이들 교회 신자(미추홀구 교회 700여명, 동구 교회 350여명)에 대해 코로나19 검사를 하고 외출 자제를 요청했다.
실제로 이날 확진 판정을 받은 연수구 남매의 국어 과외교사는 남매 등에 의한 3차 감염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인천시는 이날 오전 9시부터 미추홀구청 운동장에서 워크스루 방식으로 진단 검사를 시행하고 있다.
또 확진자들의 이동 경로를 중심으로 방역을 강화하며 추가 접촉자가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역학조사를 벌이고 있다.

인천시교육청도 1주일 정도 지역 내 5500개 학원에 운영 자제를 권고했다. 학원 연합회와 상의해 학원 강사들을 대상으로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초에 이태원이나 서울 강남구 논현동 일대 등을 방문했는지도 전수조사하기로 했다.
박 시장은 "이번 주가 방역 고비"라며 "학원 관계자들은 학원 운영을 자제해 주시고 학부모들도 자녀들의 학원 등원을 자제하는 등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감염예방수칙과 행동요령을 잘 준수해 달라"고 말했다.

최모란·채혜선 기자 moran@joongang.co.kr

확진자가 방문한 이태원 클럽·주점.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확진자가 방문한 이태원 클럽·주점.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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