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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집 가둬놓고 살해협박···中 반체제 인사 줄줄이 체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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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최근 산시성 시찰에 나섰다. 1인 체제를 다졌지만 비판의 목소리 또한 끊이지 않고 나오고 있는 게 중국의 현실이다. [중국 신화망 캡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최근 산시성 시찰에 나섰다. 1인 체제를 다졌지만 비판의 목소리 또한 끊이지 않고 나오고 있는 게 중국의 현실이다. [중국 신화망 캡처]

중국의 연례 정치행사 양회(兩會, 정치협상회의와 전국인민대표대회) 개막을 열흘 앞두고 반체제 인사에 대한 중국 당국의 체포와 연금이 잇따르고 있다. 당초 3월 초 열릴 예정이던 양회는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21일 개막한다.

연례 정치행사 ‘양회’ 개막 열흘 앞두고 #당국 코로나 대응 비판 목소리 잇따라 나와 #"미국엔 알리면서 자국민엔 알리지 않아” #“정치범 석방과 언론의 자유 허용” 주장도 #가택연금된 인사는 살해 위협 주장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의 12일 보도에 따르면 중국의 헌법학자 장쉐중(張雪忠)은 지난 9일 전국인민대표대회(全人大)에 참석하는 대표들에게 공개서한을 보냈다가 이튿날인 10일 밤 상하이 자택에서 경찰에 체포돼 연행됐다.

중국의 연례 정치행사인 양회(정협회의와 전국인민대표대회)는 당초 3월 초에서 올해는 코로나 사태로 연기돼 오는 21일부터 열린다. [중앙포토]

중국의 연례 정치행사인 양회(정협회의와 전국인민대표대회)는 당초 3월 초에서 올해는 코로나 사태로 연기돼 오는 21일부터 열린다. [중앙포토]

장쉐중은 중국판 카카오톡인 위챗에 공개서한을 올렸으며 이는 당일 중국 온라인을 뜨겁게 달궜다. 장은 “표현의 자유를 위해 싸우는 최선의 방법은 모든 사람이 마치 이미 표현의 자유를 얻은 것처럼 말하는 것”이라며 정부를 비판했다.

올해 43세로 해외 언론에 자주 중국의 정치 체제를 비판해온 그는 현대적인 헌법의 부재가 중국의 지배 체제를 크게 후퇴시켰다며 “코로나19의 발생과 확산이 이 같은 중국 체제의 문제점을 보여주는 좋은 예”라고 지적했다.

중국 후베이성 우한의 의사 리원량은 지난해 말 코로나 출현 사실을 처음 알렸지만 유언비어 유포 혐의로 붙잡혀 경찰의 조사를 받아야 했다. 이후 그 자신이 코로나에 감염돼 숨졌다. [뉴스1]

중국 후베이성 우한의 의사 리원량은 지난해 말 코로나 출현 사실을 처음 알렸지만 유언비어 유포 혐의로 붙잡혀 경찰의 조사를 받아야 했다. 이후 그 자신이 코로나에 감염돼 숨졌다. [뉴스1]

장쉐중은 “우한(武漢)이 봉쇄되기 22일 전에도 우한 당국은 리원량(李文亮) 의사를 포함해 이번 전염병의 출현을 알린 시민들을 조사하고 처벌하기에 급급했다”며 “이는 사회에 대한 정부의 탄압이 얼마나 강하고 또 자의적으로 이뤄지는지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의 정치 체제가 투명성 결여와 사회 감독 부재를 초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1월 3일 이래 중국 외교부는 정기적으로 미국 정부에 코로나 상황을 알렸다고 하는데 어떻게 중국 질병통제센터는 자국민에게 이런 사실을 알리지 않았느냐”고 질타했다.

지난해 말 코로나 출현 사실을 처음으로 알렸다가 유언비어 유포 혐의로 경찰에 붙들린 의사 리원량은 훈계서를 쓴 뒤에야 풀려날 수 있었다. [뉴스1]

지난해 말 코로나 출현 사실을 처음으로 알렸다가 유언비어 유포 혐의로 경찰에 붙들린 의사 리원량은 훈계서를 쓴 뒤에야 풀려날 수 있었다. [뉴스1]

“자국민에게 이처럼 무책임한 태도는 아주 보기 힘든 일”이라고도 했다. “코로나 발생을 조사하고 보도할 독립적인 언론도 없고 공중에 독립적인 충고를 할 의료 전문가들도 중국엔 없다”고 개탄했다.

“중국 사회와 인민에 대한 정부의 장기간에 걸친 강한 통제가 중국 사회의 기구와 자립 능력을 철저하게 파괴했다”고 그는 주장했다. 따라서 “전인대 대표들이 ‘과도 정부’를 만들어 현대적 정치 원칙에 맞는 헌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쉐중은 또 전인대가 모든 정치범을 즉각 석방하고 정당과 민간 언론사 설립을 허용하는 결의안을 채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최근 산시성 시찰에 나서 주민들의 환호에 손을 들어 답례하고 있다. 시 주석의 장기 집권이 확실하지만 중국 내부에선 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 [중국 신화망 캡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최근 산시성 시찰에 나서 주민들의 환호에 손을 들어 답례하고 있다. 시 주석의 장기 집권이 확실하지만 중국 내부에선 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 [중국 신화망 캡처]

장쉐중은 화둥(華東)정법대학에서 강의를 하던 지난 2013년 해고됐다. 이후 인권 변호사로 활동해 왔으나 변호사 자격마저 지난해 취소됐다. 장쉐중의 지인들은 그가 공개서한을 발표한 이후 체포될 각오를 하고 있었으며 10일 밤 경찰차 세 대가 집으로 들이닥쳐 그를 연행해갔다고 전했다.

후베이성 지방 공무원 출신인 두다오빈은 중국 당국의 코로나 대응을 비판했다가 이달 들어 중국 경찰에 의해 가택 연금 상태에 들어갔다. [중국 바이두 캡처]

후베이성 지방 공무원 출신인 두다오빈은 중국 당국의 코로나 대응을 비판했다가 이달 들어 중국 경찰에 의해 가택 연금 상태에 들어갔다. [중국 바이두 캡처]

한편 홍콩 명보(明報)는 11일 후베이(湖北) 성에서 중국 정부에 비판적인 견해를 표출해온 두다오빈(杜導斌)이 5월 들어 가택연금 상태에 처해 있다고 보도했다. 두다오빈이 당국의 코로나 대응을 비판한 데 대한 보복이라고 두다오빈의 지인들은 전했다.

신종 코로나 확산 초기 두다오빈은 중국 정부의 대응을 비판한 쉬장룬(徐章潤) 칭화(淸華)대 법학 교수에 찬사를 보냈다. 쉬장룬은 “분노하는 인민은 더는 두려워하지 않는다”라는 글에서 중국의 코로나 대응 실패가 시민사회와 언론의 자유 말살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코로나가 처음 출현한 중국 후베이성 우한은 1월 23일부터 봉쇄됐다가 4월 8일에야 풀렸다. 우한에서 코로나로 사망한 사람은 3869명을 헤아린다. [중국 신화망 캡처]

코로나가 처음 출현한 중국 후베이성 우한은 1월 23일부터 봉쇄됐다가 4월 8일에야 풀렸다. 우한에서 코로나로 사망한 사람은 3869명을 헤아린다. [중국 신화망 캡처]

두다오빈은 “쉬장룬이야말로 권력을 두려워하지 않고 국가의 나아갈 방향을 알린 진정한 남아”라고 칭찬했다. 그러나 이후 경찰이 그의 아파트 베란다에 철조망을 설치해 외부와의 연락을 차단한 후 죽임을 당할 수 있다는 협박까지 하고 있다고 그의 지인들은 전했다.

현재 세 명의 경찰이 그의 집에 상주하며 매일 반성문 작성을 요구하고 있다고 명보는 말했다. 올해 56세의 두다오빈은 후베이성 지방 공무원 출신으로, 2000년부터 인터넷에 반정부적인 글을 올리기 시작했으며 2004년엔 국가전복죄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중국의 부동산 재벌 런즈창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어릿광대’에 비유하는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다가 지난 4월 초 붙들려 중국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 [뉴시스]

중국의 부동산 재벌 런즈창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어릿광대’에 비유하는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다가 지난 4월 초 붙들려 중국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 [뉴시스]

앞서 지난 4월 초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을 ‘어릿광대’로 비유하는 등 쓴소리를 마다치 않았던 부동산 재벌 런즈창(任志强)이 당국에 붙들려 조사를 받는 것으로 확인됐다. 시 주석 체제가 확고하다지만 반대 목소리 또한 계속 나오고 있는 게 중국의 현실이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you.sangch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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