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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업체, 화장품으로 '딴짓' 왜 할까 …한섬, 화장품에 진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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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기업 한섬이 창사(1987) 이래 처음으로 ‘딴짓’에 눈을 돌린다. 한섬은 11일 브랜드 이미지에 맞춘 프리미엄 화장품 브랜드를 내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미 업계에선 패션ㆍ뷰티의 '이종격투기'가 한창이다. 의류로만으론 빠르게 변하는 소비자 눈길을 잡는데 한계가 있어 생긴 현상이다.
이날 한섬은 기능성 화장품 전문기업 클리젠 코스메슈티칼 지분 51%를 인수했다고 밝혔다. 인수 금액은 약 100억원으로 알려졌다. 클린젠은 프랜차이즈 피부과인 클린피부과와 신약개발전문기업 프로젠이 공동 설립한 회사다. 미백ㆍ주름ㆍ탄력 개선을 위한 화장품을 만들어왔다. 타임, 마인 등 고급 여성복 브랜드를 보유한 한섬은 화장품 사업 진출로 패션 사업에 편중된 현 사업구조를 다각화하는 동시에,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한섬 관계자는 “패션과 화장품 사업은 트렌드를 선도하는 차별화된 제품 개발력과 고도의 제품생산 노하우 등 핵심 경쟁 요소가 비슷해 그동안 한섬이 쌓아온 ‘프리미엄 브랜드 육성 역량’을 활용할 수 있다고 봤다”면서 “현대백화점, 현대백화점면세점 등 프리미엄 화장품 핵심 유통채널을 통해 시너지를 극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초 첫 스킨케어 브랜드를 선보이고 색조 화장품과 향수 등으로 제품군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고가 프리미엄 스킨케어 시장은 1조5000억원 규모로 매년 10% 이상 신장한다. 하지만 라메르·겔랑·시슬리 등 해외 브랜드가 대부분 장악하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의 화장품 브랜드 연작 제품.

신세계인터내셔날의 화장품 브랜드 연작 제품.

패션기업 중 신세계인터내셔날(SI)은 2012년 가장 먼저 화장품으로 눈을 돌려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지난해 기준 화장품 부문 매출액은 3680억원를 기록했다. 이는 SI 전체 매출의 25.8%에 달한다. 2012년 60억원에 인수한 비디비치의 연매출은 당시 19억원에서 2100억원(지난해 기준)으로 뛰었다. 이후 해외 화장품 브랜드(바이레도ㆍ산타마리아노벨라·딥티크)의 국내 판권을 인수하면서 세를 넓혀갔다.

신세계인터내셔날 화장품 부문 매출액.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신세계인터내셔날 화장품 부문 매출액.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2015년엔 화장품 제조사인 인터코스와 합작법인을 설립해 공장을 짓고 자체 생산까지 이어가고 있다. 2018년 10월 론칭한 한방 화장품 브랜드 연작은 중국 시장에서 평가가 긍정적이다. SI 관계자는 “화장품 도전 당시 의류가 잘 되던 때라 ‘본업에 집중하라’는 지적도 있었지만, 의류와 화장품 소비층은 같다는 판단에 사업을 진행해 시너지를 냈다”고 말했다.

브랜드 ‘입문 제품’으로 적당

패션 업체가 이미 경쟁이 치열한 '레드오션'인 화장품에 눈을 돌리는 이유는 이밖에 다양하다. 화장품은 패션 용품보다는 상대적으로 저가다. 이 때문에 브랜드 엔트리(입문용) 제품으로 많이 활용된다. 고가 브랜드의 주력 제품이 부담스럽지만, 브랜드는 소비하고 싶을 때 흔히 화장품부터 사게 된다. 샤넬 가방 대신 립스틱을 사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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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남성용 캐주얼 브랜드 헤지스를 활용한 화장품 사업에 나선 LF도 이런 전략을 펼친다. 남성 화장품인 ‘헤지스 맨 룰 429’는 당초 헤지스 매장 판매용으로 만들었지만, 반응이 좋아 CJ올리브영 등으로 판매처를 확대했다. 지난 1월엔 중국 최대 커머스 플랫폼인 '샤오홍슈(小红书)'에 입점해 매월 50%에 달하는 높은 매출 신장률을 기록했다. 지난해 9월엔 여성 화장품 브랜드 아떼도 출시했다. 프랑스 의류 브랜드 바네사브루노·아떼의 국내 판권을 보유하고 있어 이를 화장품으로 확장한 것이다. 동물성 성분을 쓰지 않는 비건 색조 화장품을 표방하며 백화점을 중심으로 유통 전략을 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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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권 LF 홍보마케팅 실장은 “해외 진출시 시장 진입 장벽이 높은 패션 상품에 비해 ‘스몰 럭셔리’ 상품군으로 분류되는 화장품은 해외 진출에 훨씬 용이하다”며 “앞으로 헤지스 맨 룰429 사례처럼 주력 화장품 브랜드를 중국, 동남아, 중동 등지에 우선 진출시켜 현지 시장서 브랜드 인지도를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영선 기자 az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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