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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늦으면 안돼" 중견 패션기업들, 코로나19로 온라인 진출 본격화

중앙일보

입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국내 패션 대기업과 중견업체들이 온라인 전용 브랜드와 상품을 내는 등 온라인 시장에 전투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최근 몇 년간 국내 패션업계는 온라인 시장 진출에 대해 고민이 많았다. 특히 가맹점·가두점·백화점 등 오프라인 매장을 중심으로 사업을 전개하면서 관록을 쌓은 중견 패션기업들은 온라인 진출 자체가 모험이라 망설이는 곳이 많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말로는 '온라인 온라인' 했지만, 실제로 뛰어들기엔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아 섣불리 손을 못 댔다. 하지만 코로나19를 계기로 요즘은 당장 실적을 내야 하는 영업팀부터 '반드시 해야 한다'며 온라인화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오프라인 매출이 떨어지면서 사면초가에 빠진 패션기업들이 이젠 온라인 시장 진출을 필연적으로 느끼기 시작한 것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온라인 전용 브랜드 '텐먼스'. 왼쪽은 대한민국 패턴 명장 서완석씨가 만든 마스터핏 재킷과 바지, 오른쪽은 젊은 층에서 인기가 많은 디자이너 브랜드 '잉크'와 협업한 원피스다. 사진 텐먼스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온라인 전용 브랜드 '텐먼스'. 왼쪽은 대한민국 패턴 명장 서완석씨가 만든 마스터핏 재킷과 바지, 오른쪽은 젊은 층에서 인기가 많은 디자이너 브랜드 '잉크'와 협업한 원피스다. 사진 텐먼스

온라인 전환, 전용상품으로 승부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올해 초부터 온라인 사업에 박차를 가한 대표적인 의류 회사다. 지난 2월 중순 자사 온라인몰(S.I.빌리지)을 통해 신규 온라인 전용 여성복 브랜드 ‘텐먼스’를 론칭해 좋은 성적을 거뒀다. 판매 시작 1주일 만에 두 달 치 물량을 팔아 치웠고, 이달엔 목표의 3배가 넘는 매출을 달성했다. 대표 제품인 '마스터핏 재킷'은 이미 3차 리오더에 들어간 상태다. 3월 말엔 14년 차 여성 캐주얼 브랜드 ‘지컷’의 온라인 전용 라인도 선보였다.
신원은 4월 초 장수 브랜드로 손꼽히는 25년차 여성복 브랜드 ‘비키’를 올여름 시즌부터 온라인 전용 브랜드로 전환한다고 선언했다. 백화점·대리점 등 80여 개 오프라인 매장은 올해 안에 모두 철수한다. 신원 홍보팀 지성배 대리는 “지난해 e비즈 사업부 매출은 220억원으로 전년 대비 10%가 성장했다. 2017년 여성복 '이사베이'를 온라인으로 전환해 운영해본 결과, 비키의 온라인화는 영업 이익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고 판단했다. 브랜드를 온라인화시켰을 때 가져올 수 있는 유통 수수료, 재고량 절감 등 장점이 많다"고 말했다.

커스텀멜로우의 온라인 전용 컬렉션 '새드 스마일'. 사진 코오롱FnC

커스텀멜로우의 온라인 전용 컬렉션 '새드 스마일'. 사진 코오롱FnC

코오롱FnC의 ‘커스텀멜로우’는 2017년 시작한 온라인 컬렉션 ‘새드 스마일’의 아이템 수를 올해 34개로 확 늘렸다. 이동호 커스텀멜로우 브랜드매니저는 "지난해까진 스웨트셔츠 등 소수 품목을 시범적으로 선보였지만 올해는 점퍼, 럭비 티셔츠 등 의류와 사이즈 상관없이 구매할 수 있는 양말·모자 등 액세서리류까지 범위를 확장해 신규 고객을 유입시키려 한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LF는 올봄 여성복 브랜드 ‘질스튜어트뉴욕’의 젊은 버전인 ‘JSNY’를 온라인 전용 브랜드로 출시했고, 1999년 시작한 캐주얼 브랜드 ‘베이직하우스’는 운영 중인 매장 52개를 모두 철수하고 온라인 채널을 통해서만 브랜드를 전개하기로 했다.

올해 온라인으로 전환되는 신원의 여성복 '비키'. 사진 신원

올해 온라인으로 전환되는 신원의 여성복 '비키'. 사진 신원

연령대 10살 낮추고 가격은 싸게

이들이 내놓은 온라인 전용 브랜드, 전용 라인은 기존 타깃 고객보다 10살 이상 연령대를 낮춘 20대 젊은 층을 공략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가격 역시 10만원대를 중심으로 한 중저가 전략을 쓴다.
'지컷'은 온라인 전용 라인의 타깃을 Z세대(1995년 이후 태어난 세대)로 잡고 기존 상품 중 비슷한 연령대의 소비자가 가장 많이 구매했던 상품 디자인을 분석해 54종의 제품을 만들었다. 가격은 기존 상품 대비 30~50%가량 낮게 책정해 진입 장벽을 낮췄다. 지난해 론칭한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온라인 전용 브랜드 '오이아우어'는 20대 여성들이 즐겨 찾는 10만원 대 원피스·블라우스 등의 여성복을 만든다. 빠른 트렌드 반영을 위해 기획·디자인·판매 등 브랜드 관련팀이 한 곳에 모여 독립 회사처럼 운영하고 있다.
반면 '텐먼스'는 ‘1년 중 10개월 동안 입을 수 있는 옷’이라는 컨셉트를 강조해 성공한 케이스다. 베이직한 디자인 위주로, 3만9000원대 티셔츠부터 17만~21만원대 재킷까지 중저가로 가격을 책정했다. 또 대한민국 패턴 명장 제379호인 서완석 패턴사와 협업해 재킷을 만들고, 최근 젊은 층에서 인기가 높은 브랜드 ‘잉크’의 디자이너 이혜미씨와도 협업해 슈트 원피스 등을 내놓는 등 디자인과 품질을 특화했다.
한편에선 아예 '자사몰 키우기'를 통한 유통 채널 확보가 진행 중이다. SSF(삼성물산 패션부문), SI빌리지(신세계인터내셔날), LF몰(LF) 등 국내 주요 패션 대기업들이 운영하는 온라인몰은 너나 할 것 없이 지금 신규 브랜드 입점과 할인 이벤트 등 콘텐트 강화에 힘을 쏟고 있다. 매출이 점점 떨어지고 있는 오프라인 매장 대신 온라인몰을 미래성장 먹거리로 키우겠다는 목표다.
실제로 코오롱FnC가 2018년부터 공들여온 자사몰 '코오롱몰'의 매출은 최근 3년간 매년 30%씩 성장했다. 이곳 편집숍사업부 지호신 이사는 "올해는 패션상품 외에도 라이프스타일 카테고리를 보강해 다른 패션기업의 온라인몰과 차별화시킬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신원은 오는 5월 자사몰(신원몰)을 ‘쇼윈도’란 이름으로 바꾸고, 타사 브랜드까지 함께 판매하는 패션 플랫폼으로 영역을 확장할 예정이다.

중·장년층 대상 가맹점 브랜드의 고민

13개의 패션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는 세정은 지난해부터 온라인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든 중견기업 중 하나다. 14년차 여성복 브랜드 '올리비아로렌'의 온라인 전용라인 '올리비아 비', '인디안' 등 남성 브랜드를 중심으로 한 편집매장 '웰메이드'의 온라인 브랜드 '웰메이드컴'를 출시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세정 '올리비아로렌'이 휴대폰 문자로 보낸 모바일 카탈로그(왼쪽)와 실제 카탈로그 사진. 휴대폰으로 카탈로그를 보고 매장을 방문해 구매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이다. 사진 올리비아로렌

세정 '올리비아로렌'이 휴대폰 문자로 보낸 모바일 카탈로그(왼쪽)와 실제 카탈로그 사진. 휴대폰으로 카탈로그를 보고 매장을 방문해 구매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이다. 사진 올리비아로렌

하지만 여전히 고민은 남았다. 40~50대 이상 중·장년층을 주요 고객으로 한 전국 800개 이상의 가맹점과 어떻게 상생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세정은 온라인 쇼핑에 익숙치 않은 중장년층 고객에게 휴대폰 문자로 모바일 카탈로그를 보내 가맹점을 방문하도록 유도하거나, 온라인 할인 쿠폰을 발행해 이를 오프라인 매장에서 사용할 수 있게 하는 등의 마케팅 활동을 하고 있다. 올리비아로렌 이진성 사업본부장은 "올해는 오프라인 중심이었던 고객들의 소통 채널을 재정립하는 시기"라며 "온라인으로는 고객과의 접점을 늘리고, 실 구매는 오프라인 매장에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상생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말했다.

윤경희 기자 ann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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