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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법인거래 사각지대 잡는다…자금조달계획 제출 의무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앞으로 법인 명의로 주택을 구입할 때 거래 절차가 깐깐해진다. 서울 도심 아파트 단지의 모습.  [뉴스1]

앞으로 법인 명의로 주택을 구입할 때 거래 절차가 깐깐해진다. 서울 도심 아파트 단지의 모습. [뉴스1]

1.7%(지난해 평균) vs 11.3%(올 3월)

국토부 투기 목적 법인 주택 거래 철퇴 #신고서식도 개인용과 법인용으로 구분 #세금 사각지대로 주목받던 법인 거래 #세법 개정해 절세 혜택 줄일지 관건

인천의 아파를 법인 명의로 거래 한 비율이다. 지난해 대비 올해 대폭 늘었다. 인천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평택ㆍ오산 등 수도권 일대 아파트의 법인 쇼핑 비율이 올해 들어두 자릿수로 대폭 늘었다. 세금 폭탄을 피할 수 있는 절세 방법으로 법인 설립이 최근 주목받으면서다.

하지만 앞으로 이런 법인 부동산 거래 절차가 깐깐해진다. 국토교통부와 국세청,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한국감정원은 최근 늘어나고 있는 투기 목적의 법인 주택거래에 대응하기 위해 법인ㆍ미성년자ㆍ외지인의 이상 거래에 대해 집중적으로 조사한다고 11일 밝혔다. 더불어 법인 명의 부동산 거래 시 제출 서류도 달라진다.

법인 거래 시 신고 서식부터 바뀐다. 지금까지 부동산 거래 시 신고 서식은 개인ㆍ법인 관계없이 같았다. 국토부는 법인과 관련된 주요 정보가 포함된 법인용 실거래 신고 서식을 새롭게 만들어 개인용과 법인용으로 나눈다고 밝혔다.

법인용 실거래 신고 서식에는 기존 신고사항 외에도 자본금ㆍ업종ㆍ임원정보 등 법인에 대한 기본정보, 주택 구매 목적, 거래당사자 간 특수관계(친족) 여부 등을 추가로 신고해야 한다. 이를테면 법인 대표가 개인 소유 주택을 법인에 비싸게 판다던지, 아버지가 아들이 임원으로 있는 법인에 주택을 매도한다든지와 같은 위법 사안이 한눈에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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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으로 부동산 살 때 자금조달계획서도 의무적으로 내야 한다. 현재 투기과열지구 및 조정대상 지역에서 3억원 이상 주택을 살 때, 비규제지역에서 6억원 이상 주택을 거래할 때 자금조달계획서를 의무적으로 제출해야 한다.

하지만 앞으로는 법인 명의로 주택을 살 경우 지역ㆍ가격과 상관없이 자금조달계획서를 내야 한다. 예를 들어 사업부지구매를 목적으로 기업자금을 대출받아 놓고, 주택을 사는 식의 법인대출 용도 외 유용 현황 등을 손쉽게 알 수 있다. 국토부는 이런 내용이 담긴 부동산거래신고법령 개정안을 확정해 5월 중 입법예고할 계획이다.

법인의 수도권 아파트 매입 추이 단위: 건.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법인의 수도권 아파트 매입 추이 단위: 건.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또 국토부는 경기 남부 지역을 대상으로 법인 등 실거래 특별 조사를 한다. 12ㆍ16 대책 이후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해 ‘풍선효과’를 겪고 있는 안산 단원ㆍ상록, 시흥, 화성, 평택, 군포, 오산, 인천 서ㆍ연수구 등이다.

국토부 측은 “이들 거래 중 본인이 임원으로 있는 법인에 주택을 매도한다거나, 동일인이 복수의 법인을 설립해 각 법인을 통해 주택을 매수한다는 식의 투기적 매매가 의심되는 사안에 대해서 탈세, 대출규정 위반 등을 집중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근 들어 법인 매수는 부동산 규제의 사각지대로 활용됐다. 12ㆍ16 부동산 대책 이후 다주택자의 세 부담은 늘었지만, 법인이 소유한 주택은 종합부동산세 과세 대상에서 제외된다. 올 6월이면 다주택자 양도세율 중과 혜택도 없어지지만, 법인의 경우 아파트를 판 차익을 다른 소득과 합산해 10~25% 법인세만 내면 된다. 아파트가 비사업용 부동산으로 포함돼 10%포인트가 가산돼도 최고 세율이 35%밖에 안 된다.

양경섭 세무그룹 온세 세무사가 보유세 시뮬레이션을 한 결과 15억원인 아파트 2채를 보유한 개인의 보유세는 2276만원이지만, 이 중 한 채만 법인으로 전환해도 보유세는 기존의 30%인 636만원에 불과했다.

법인을 활용한 세금 사각지대를 없애려면 세법을 개정해야 한다. 관련해 정부 당국도 움직이고 있다. 임광현 국세청 조사국장은 “다주택자 규제 회피를 위해 부동산 법인을 설립할 경우 아파트 양도차익에 중과세율을 적용하도록 관계부처에 제도개선 방안을 건의할 계획”이라고 최근 밝힌 바 있다.

한은화 기자 on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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