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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폐 수술 전 복식호흡 위 절제 후 걷기 지속 암 완치 ‘마지막 퍼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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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면

암 종류별 맞춤 재활법

암 환자의 생존을 좌우하는 건 훌륭한 의료진, 첨단 의료 장비뿐만이 아니다. 체력과 신체 기능이 떨어진 환자에게는 아무리 좋은 치료도 ‘그림의 떡’일 수밖에 없다. 암을 제거해도 통증·기능장애 같은 후유증이 지속되면 삶의 질이 떨어질뿐더러 2차 질환에 치이기에 십상이다. 암의 맞춤 재활에 관심이 쏠리는 배경이다. 치료 효과를 극대화하고 삶의 질을 높이는 ‘일등 공신’이자 암의 진정한 완치를 위한 ‘마지막 퍼즐’로 주목받는다.

치료 효과, 삶의 질 높이고 #합병증 예방 돕는 재활 치료 #암 환자 참여 참여율은 고작 6%

우리나라의 암 치료 성적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진단·치료 기술의 발전으로 암 환자 10명 중 7명이 5년 이상 장기 생존한다. 하지만 치료 후 삶의 질을 좌우하는 재활에는 대부분 무관심하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2018)에 따르면 암 환자 가운데 재활 치료에 참여하는 비율은 고작 6%에 그쳤다. 세브란스병원 재활의학과 임상희 교수는 “암 환자의 재활 치료는 수술·항암제·방사선 등 치료에 견딜 수 있는 몸을 만들고, 치료 후 삶의 질 향상과 합병증을 예방할 수 있는 강력한 도구”라며 “암 재활에 대한 의학계와 일반인의 인식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위암] *후유증 : 영양 결핍, 골다공증, 치매 *관리법 : 구연산 칼슘과 철분, 비타민B12 꾸준히 섭취하기, 걷기 등 유산소 운동 실천하기, 햇빛 쐬기

[위암] *후유증 : 영양 결핍, 골다공증, 치매 *관리법 : 구연산 칼슘과 철분, 비타민B12 꾸준히 섭취하기, 걷기 등 유산소 운동 실천하기, 햇빛 쐬기

위암 치료 환자는 골다공증·치매 위험 

최근 암 재활의 트렌드는 ‘맞춤 치료’다. 경희대병원 재활의학과 전진만 교수는 “인체의 장기가 저마다 기능·역할이 다른 만큼 암 치료로 인한 후유증도 암의 종류·병기 별로 차이가 있다”며 “사전에 예상되는 문제를 파악하고, 이에 맞춰 적극적으로 영양·운동 관리를 진행하는 것이 최신 암 재활 전략”이라고 소개했다.

 위암 치료를 받은 환자는 영양 결핍이 부르는 ‘나비효과’에 대비해야 한다. 첫째, 골다공증이다. 수술로 위의 크기가 줄면 위산 분비량이 감소해 칼슘이 제대로 분해·흡수되지 않아 뼈가 약해진다. 지난해 대한암학회지에 실린 국내 연구에 따르면 위암 경험자 10명 중 8명(85%)은 정상보다 뼈가 약한 상태였다. 일반인과 비교해 위암 경험자의 골다공증, 골 감소증 발생 위험은 각각 3.72배, 2.8배 높았다.

 둘째, 치매다. 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 신동욱 교수팀이 국민건강보험공단 빅데이터를 분석했더니 암이 진행해 위를 모두 절제한 환자는 나이·성별 등이 비슷한 일반인보다 치매 위험이 30%나 높았다. 신 교수는 “위의 상부(기저부)에서 분비되는 ‘내인자’는 뇌 신경을 보호하는 비타민B12의 체내 흡수를 돕는데, 위 전체를 제거하면 내인자가 줄어 결과적으로 신경 손상으로 인한 알츠하이머 치매의 위험이 커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위 절제로 인한 후유증은 시간이 지날수록 악화한다. 가급적 일찍 재활치료에 나서야 하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하루 30분 이상 유산소 운동이 ‘보약’이라고 입을 모은다. 걷기, 가볍게 뛰기 등 중력을 거스르는 활동은 뼈를 자극해 골 형성을 촉진한다. 특히 햇빛을 쐬며 하는 야외 운동은 비타민D 합성을 유도해 뼈를 튼튼하게 만들고, 뇌를 활성화해 치매 예방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신 교수는 “수술 후 영양 결핍을 극복하기 위해 구연산 칼슘과 철분, 비타민B12를 꾸준히 섭취해 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폐암] *후유증 : 무기폐, 폐렴 *관리법 : 복식호흡 등 깊은 호흡 실천하기, 고강도 유산소 운동하기

[폐암] *후유증 : 무기폐, 폐렴 *관리법 : 복식호흡 등 깊은 호흡 실천하기, 고강도 유산소 운동하기

 폐암 환자는 수술 후 폐가 쪼그라드는 무기폐(無氣肺)에 주의해야 한다. 전신 마취로 폐 기능이 떨어지고 가래 등 이물질이 제대로 배출되지 않아 바람 빠진 풍선처럼 폐가 변화한다. 자칫 폐렴·패혈증 등 2차 질환으로 발전할 경우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위험한 병이다. 문제는 수술로 폐를 뗀 후에는 숨 쉬기가 어려워 재활치료를 실천하기도 힘들고 효과도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폐암 환자에게 ‘사전 재활’을 적용하는 이유다. 전 교수는 “폐암 환자는 진단 직후부터 남은 폐 기능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호흡 재활을 시작한다”며 “복식호흡 등으로 폐활량을 늘리고, 횡격막 등 관련 근육을 강화해 수술 후유증 위험을 낮추는 동시에 암 치료에 버틸 수 있는 힘을 길러준다”고 말했다.

 자전거 타기 등 유산소 운동도 폐암 환자에게 권장되는 재활 방법이다. 단 심폐 기능의 유지가 아닌 강화가 목적인 만큼 운동 강도는 가능한 높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임 교수는 “운동 시 옆 사람과 대화가 불편할 정도로 숨이 차야 심폐 능력을 향상할 수 있다”며 “만약 통증, 체력 부족 등으로 운동이 어렵다면 5분은 천천히 걷다가 20초는 달리는 식의 ‘인터벌 운동’으로라도 운동 부하를 조절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부인암 치료 후 림프부종 막는 마사지

[전립샘암] *후유증 : 발기부전, 요실금 *관리법: 스쿼트 등 하체 근력 운동 실천하기, 케겔 운동 꾸준히 하기

[전립샘암] *후유증 : 발기부전, 요실금 *관리법: 스쿼트 등 하체 근력 운동 실천하기, 케겔 운동 꾸준히 하기

전립샘암 환자는 수술 후 발생하는 성 기능·배뇨 장애에 대한 두려움이 크다. 서울시보라매병원 비뇨의학과 유상준 교수는 “전립샘 수술 환자의 절반은 발기부전을, 10~20%는 요실금을 겪는다”며 “전립샘이 생식기·요도와 인접해 있어 수술 시 관련된 신경·혈관 손상을 완벽히 예방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생명을 위협하진 않지만,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우울·불안 등 정신 질환의 씨앗이 될 수 있는 만큼 적절한 관리가 필수다.

 전립샘암의 후유증을 극복하는 힘은 하체에서 나온다. 스쿼트, 누워서 엉덩이 들기 등 하체 근력 운동을 꾸준히 하면 혈관이 튼튼해져 발기부전에서 더욱 빨리 벗어날 수 있다. 항문 근육을 조여주는 케겔 운동은 요도를 잡아주는 괄약근을 안정시켜 요실금 증상 개선에 도움이 된다. 유 교수팀이 암으로 전립샘 절제술을 받은 환자 53명을 대상으로 12주간 케겔 운동을 포함해 다리 옆으로 들어 올리기 등 하체 운동을 1시간씩 꾸준히 실천하게 했더니, 재활 후 절반 이상(58.5%)은 요실금 패드가 필요 없을 정도로 증상이 나아졌다.

[대장암·유방암·부인암] *후유증 : 림프부종 *관리법 : 압박 붕대·스타킹 착용하기, 신체 중심부에서 말단 순으로 마사지하기

[대장암·유방암·부인암] *후유증 : 림프부종 *관리법 : 압박 붕대·스타킹 착용하기, 신체 중심부에서 말단 순으로 마사지하기

 유방암과 자궁암·난소암 등 부인암은 치료 후 팔다리가 붓는 림프부종이 흔하다. 수술·방사선 치료로 피부 밑을 지나는 림프관이 손상되면 이곳에 림프액이 고여 부종이 생긴다. 도로(림프관)가 좁아지면 차(림프액)가 멈추고 교통 체증(림프부종)이 발생하는 것과 비슷하다. 장기 주변에 림프샘·림프관이 집중된 대장도 암 치료 후 림프부종이 드물지 않게 생긴다. 임 교수는 “유방암은 수술 부위 쪽 팔에, 부인암·대장암은 다리 양쪽에 림프부종이 잘 생긴다”고 덧붙였다.

 림프부종 역시 초기부터 적극적인 재활을 시작해야 한다. 시간이 흘러 림프관이 막히면 피부가 딱딱하게 굳고 세균 감염으로 인한 봉와직염·패혈증 위험이 커진다. 림프부종의 재활법은 압박 붕대와 압박 스타킹, 림프 마사지 등 다양하다. 전 교수는 “림프 마사지를 할 때는 부종 부위만 주물러서는 소용이 없다”며 “앞차가 이동해야 뒤차가 빠지듯, 마사지도 림프액이 배출되는 목·복부에서 시작해 팔다리 순으로 실천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박정렬 기자 park.jungry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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