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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분수대

현대차 삼성동 사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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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이동현
이동현 기자 중앙일보 기자
이동현 산업1팀 차장

이동현 산업1팀 차장

독일 뮌헨의 BMW그룹 본사 건물은 ‘4실린더’ 빌딩이라 불린다. 뮌헨 올림픽이 열리던 1972년 완공했고, 4개의 원기둥 모양 건물이 자동차 엔진의 실린더 모양을 닮았다 해서 ‘4실린더’란 별명이 붙었다. 본사 건물부터 자동차 회사의 정체성을 담은 셈이다.

본사 건물 옆에는 사발 모양의 건물이 하나 더 있는데, 벨트(Weld·독일어로 세계라는 뜻)라 불리는 출고센터다. BMW의 역사를 담은 박물관과 극장이 함께 있고, 고객들은 자신이 구입한 차량을 직접 인도받을 수 있다. 이곳에서 신차를 출고하기 위해 미국에서 배를 타고 건너오는 사람도 많다. 연간 200만명이 넘는 관람객이 이곳을 찾아 BMW의 역사를 체험한다.

슈투트가르트는 또 다른 독일 명차 메르세데스-벤츠의 고향이다. 본사 건물보다 더 유명한 건 바로 옆 박물관이다. 네덜란드의 유명 건축가 벤 판 베르켈이 디자인한 이 박물관은 자동차의 모든 것을 담고 있다.

1886년 칼 벤츠가 만든 최초의 자동차부터 현대의 콘셉트카에 이르기까지 자동차의 역사가 곧 벤츠의 역사라는 자부심이 묻어난다.

세계 최대 완성차 업체인 폴크스바겐은 본사가 있는 볼프스부르크에 ‘아우토슈타트(Autostadt·독일어로 자동차 도시라는 뜻)’라는 자동차 테마파크를 갖고 있다.

규모는 어마어마하다. 박물관에서 체험공간, 특급호텔까지 마련돼 있다. ‘카이저 아우토(자동차 황제)’ 페르디난트 피에히(1937~2019) 전 회장이 사랑했던 ‘유리 주차 타워’ 출고센터도 명물로 꼽힌다.

현대자동차그룹이 6년 만에 서울 삼성동 본사 사옥(GBC) 착공에 들어간다. 공시지가의 5배 넘는 돈을 투자해 그동안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그룹 안팎에선 너무 비싸게 산 것 아니냐는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이 건물이 완공되면 국내 최고층 빌딩이 될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저 높기만 한 건물이 아니라, 반세기 만에 세계 5위 완성차 업체로 올라선 현대자동차의 철학과 비전이 담기면 좋겠다. BMW와 메르세데스-벤츠, 폴크스바겐처럼 현대차의 역사와 자부심이 묻어나는 공간이길 바란다. 그렇게 된다면 GBC를 둘러싼 논란도 눈 녹듯 사라질 것 같다.

이동현 산업1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