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독 30대 병원 3곳 옮겨다니다 숨져

중앙일보

입력

가정불화를 비관해 여관에서 농약을 마신 30대가 의료계 폐업으로 인한 의료진 부족으로 위세척을 받지 못한 채 병원을 전전하다 숨졌다.

21일 오전 6시 30분께 부산시 동래구 온천동 P여관에 투숙했던 김모(32.경남 통영시 산양면 풍화동) 씨가 농약을 마시고 자살을 기도했다.

김씨는 음독후 통증을 견디지 못하고 자신이 119에 신고했는데 당시 출동한 구급대원 우모씨는 "김씨가 오전 1시께 농약을 마셨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구급대는 오전 7시께 김씨를 인근 광혜병원으로 옮겨 병상에 몸을 묶은 뒤 링거액을 주사하고 위세척을 위해 고무호스를 입속에 넣었으나 김씨가 호스를 빼내는 등 치료받기를 완강히 거부해 30분후 다시 부산의료원으로 이송했다.

광혜병원측은 "전공의 없이 여자 의사가 당직을 서고 있었는데다 김씨가 위세척을 받지 않으려고 완강하게 버티는 바람에 강제로 위세척을 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보호자와 통화후 큰 병원으로 옮기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오전 8시께 부산시립의료원으로 이송됐으나 "응급실에 환자가 너무 많은데다 전공의도 없고 당직의사도 1명뿐이어서 치료가 어렵다"는 이유로 치료를 받지못했다.

구급대는 다시 국군부산병원에 연락을 취했으나 역시 치료할 상황이 아니라는 연락을 받고 부산대병원으로 김씨를 후송했다.

구급대에 발견된 지 2시간만인 오전 8시 30분께야 겨우 부산대병원에 도착한 김씨는 강제로 위세척을 받는 등 응급치료를 받았으나 오후 6시10분께 숨졌다.

부산대병원 관계자는 "통상 음독의 경우 2시간안에 위세척을 해야 되는데 김씨의 경우 치사율이 100%에 가까운 농약을 마셨고 음독후 늦게 신고를 해 숨진 것 같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가 마신 농약은 치사량이 15cc인데 100cc를 마셔 병원에서 위세척을 받았더라도 목숨을 구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부산=연합뉴스) 박창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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