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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질환자 절반 ´그늘서 신음´

중앙일보

입력

간질은 역사적으로 다양한 평가를 받았던 병이다. 로마의 황제 시저가 발작을 할 땐 당시 사람들은 신과의 대화로 생각해 경외심을 표현했던 반면 중세엔 악마와의 대화로 생각했다.

의학이 발달해 간질의 원인이 밝혀진 지금에도 이러한 상황은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 환자의 절반이 치료를 받지 않거나 잘못된 치료를 받고 있는 것. 지난 16~17일 부산에서 열린 대한간질학회에서도 전문가들은 간질정복을 위해서는 최신치료와 함께 정확한 진단과 계몽이 우선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간질의 원인은 뇌세포들의 잘못된 전기의 방전 때문이다. 따라서 폐가 병들거나 위장에 병이 있을 때와 마찬가지로 우선은 약으로 치료하며 약물로 안될 때 수술로 문제 부위를 제거하는 치료법을 선택한다. 이런 방법으로 현재 간질의 완치율은 70~80%선.

[간질환자 주의 사항]

  • 정확한 진단
    신경과 혹은 소아신경학 전문의 진찰 및 뇌파 검사, 비디오 뇌파, 뇌촬영(MRI.CT)등

  • 꾸준한 약복용
    발작이 멈춘 후에도 3년 정도는 하루도 빠짐없이 약복용
    (약 끊을 때도 용량을 서서히 줄여야 함)

  • 발작종류에 따라 약 종류도 다르므로 발작 모습을 의사에게 정확히 설명할 것

  • 발작시 다치지 않게 편안히 눕힌 후 환자를 자극하지 말 것
    발작 시간이 15분 이상되면 응급실을 찾을 것

  • 열병은 발작 악화 요인이므로 해열제를 상비해 둘 것

    서울대의대 신경과 이상건교수는 "간질은 두통이나 관절염 등의 약과 달리 뇌의 잘못된 전기 방전을 억제해야 하므로 약 복용후 발작이 전혀 없어지더라도 이후 3년이상 약물복용을 꾸준히 해야 한다" 고 강조한다.

    간혹 증상이 좋아졌다고 임의대로 약 용량을 줄이거나 끊다가 생명이 위험해질 수 있는 지속성 간질발작 상태에 빠지는 경우도 종종 있다는 것.

    간질 치료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정확한 진단이 우선이라는 점도 강조됐다. 인제의대 소아과 김흥동교수는 "간질도 발작 형태에 따라 종류가 다양하며 그에 따라 약 종류도 다르므로 뇌파검사.뇌촬영.뇌기능 검사등 정밀진단이 필요하다" 고 설명한다.

    통상 간질 치료는 한가지 약물을 몇 달간 투약해 발작의 변화를 보고 그래도 효과가 없을 땐 한 가지씩 약물을 첨가하는 방법을 선택한다.

    따라서 환자나 보호자는 몇 년간 복용하고 있는 약을 꾸준히 기록하고 다음번 진료를 받을 때까지 발작이 어떤 형태로 변했는지, 어떤 모양의 발작을 얼마나 자주 했는지를 기록해 담당의사에게 정확히 설명해줘야 한다.

    가임기 여성들의 간질약 복용법도 눈길을 끌었다. 연세대의대 신경과 이병인교수는 "임신 중에 발작을 할 경우 태아가 스트레스를 받아 양수막이 조기에 터지는 등 합병증 뿐 아니라 기형아 빈도도 증가하므로 임신중에는 태아 부작용이 가장 작은 약을 선택해 간질발작을 조절해야 한다" 고 밝힌다.

    난치성 간질을 수술로 치료하는 방법도 이번 학회에서 적극 추천됐다. 일본 오사카의대 신경외과 도시키 요시미네교수는 "발작 원인이 되는 정확한 뇌 부위를 알아내고 뇌 기능도 부위별로 밝혀냄으로써 후유증없이 간질발작을 멈추는 수술이 성공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고 발표했다.

    현재 난치성 간질의 수술 성공 사례는 뇌의 국소적 이상이 확실하게 관찰되는 경우가 가장 많다. 측두엽의 뇌세포가 경화함으로써 발작을 일으키는 측두엽 간질과 뇌세포가 잘못 엉킨 상태인 뇌피질 변성 등은 문제의 뇌부위만 정확히 제거함으로써 완치율을 90%이상 높일 수 있다는 것. 뇌에서 뚜렷한 이상 소견이 발견되지 않는 난치성 간질은 수술 효과가 이보다 떨어진다.

    황세희 전문위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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