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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쿠르트·김유진PD·이가흔···그들의 반격, 명예훼손 입증 조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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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일 셰프와 김유진(오른쪽) 프리랜서 PD. MBC 방송 캡처

이원일 셰프와 김유진(오른쪽) 프리랜서 PD. MBC 방송 캡처

‘학교 폭력’·‘성병’등 유명인의 사생활을 둘러싼 폭로가 번지고 있다. 이같은 ‘폭로’가 명예훼손으로 처벌될 수 있을까. 그 기준을 따져봤다.

최근 이원일 셰프와 결혼을 앞두고 과거 학교폭력 의혹이 제기되자 극단적 선택을 시도해 입원 중인 것으로 알려진 김유진 프리랜서 PD의 가족 측은 ‘과장된 허위사실 유포와 도 넘은 비판’에 대해 법적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또 채널A 연애 리얼리티 ‘하트시그널3’의 일반인 출연자 이가흔이 학교 폭력 가해 의혹을 부인하며 최초 의혹 제기자와 악성 댓글 작성자들에 강경한 법적 대응을 예고하기도 했다. 사생활 논란에 휩싸인 인기 약사 유튜버 약쿠르트(본명 박승종)는 “법적인 대응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 명예훼손에 해당하는 루머와 댓글, 기사 등은 현재 수집 중”이라고 밝혔다.

명예훼손…사실이냐, 거짓이냐  

이같은 폭로를 처벌하는 죄목은 ‘명예훼손’이다. 법조계는 명예훼손 처벌의 관건은 ‘사실이냐, 거짓이냐’라고 입을 모은다. 적시된 사실 관계가 거짓일 때는 재판부가 ‘상대를 비방할 목적’으로 명예훼손을 했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은 5년 이하 징역,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그러나 허위임을 입증하는 과정이 쉽지는 않다고 한다. 대개 명예훼손 소송이 시작되면 처벌을 하고자 하는 사람이 해당 폭로 내용이 ‘거짓’임을 법정에서 입증해야 한다. 만일 학교 폭력에 관한 폭로라고 가정한다면, ‘맞았다’는 학교폭력 피해자 측의 주장과 달리 ‘때린 적이 없다’는 것을 가해자로 지목된 쪽에서 직접 입증해야 한다는 뜻이다. 따라서 사안이 발생한지 오랜 시간이 지났거나, 목격자가 없는 사건일수록 입증은 까다로워진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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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에 의한 폭로…처벌은?

그렇다면 폭로된 사실관계가 맞는 것이어도 명예훼손으로 처벌이 될까. 형법 제307조 1항에 적시된 ‘사실적시 명예훼손’은 진실을 말했어도 상대방이 명예가 훼손을 당했다고 느꼈다면 고소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다만 실제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가 인정되는 요건은 상당히 까다롭다. 형법 제310조인 ‘진실한 사실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는 처벌하지 않는다’는 규정 때문이다. 형법에 쓰인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에 대한 기준은 폭이 넓다. 국가‧사회나 일반 다수인의 이익에 관한 것은 물론 특정한 사회집단이나 그 구성원 전체의 관심과 이익에 관한 것도 포함된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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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유투버나 인스타그래머, 방송에 출연하는 등 스스로 자신을 노출했다면 사생활이 공적인 영역에서 판단되는 것 역시 어느정도 용인된다고 보는 게 최근 추세라고 한다. 미투 사건을 변호한 한 변호사는 “자발적으로 자신을 노출했고, 많은 사람들이 영향력을 받고 있는 것이 입증된다면 공인으로 보고 그에 따른 폭로도 공익으로 보는 추세”라며 “이 때문에 실제로 ‘미투 운동’처럼 성폭력 사건을 폭로한 때나 비리 의혹을 제기한 때 등은 모두 ‘공공의 이익’을 위한 행위로 보고 무죄로 판결하는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그 표현이 객관적으로 공공성‧사회성을 갖춘 공적 관심사안에 관한 것으로서 사회의 여론형성이나 공개토론에 기여하는 것인지 ▶피해자가 명예훼손적 표현의 위험을 자초한 것인지 ▶표현으로 훼손되는 명예의 성격과 침해의 정도 ▶표현의 방법과 동기 등 여러 사정이 고려된다. 다만 ‘학교폭력‧성추문 등에 대한 가해자’인 동시에 ‘명예훼손 피해자’도 성립할 수 있기 때문에 폭로로 인해 유‧무형적으로 큰 고통을 당했다는 것이 입증된다면 이 역시 재판부의 종합적인 심증 형성에 고려될 것이라는 게 법조계의 분석이다.

김수민 기자 kim.sumi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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