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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택배 핫플'···강남 제친 경기 화성, 2369만개 배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CJ대한통운의 ITS(Intelligent Scanner )가 택배 운송장 정보를 읽고 있다. ITS를 포함한 각종 스캐너로 운송장을 스캔하면 정보가 컴퓨터에 전송돼 데이터로 축적된다. 사진 CJ대한통운

CJ대한통운의 ITS(Intelligent Scanner )가 택배 운송장 정보를 읽고 있다. ITS를 포함한 각종 스캐너로 운송장을 스캔하면 정보가 컴퓨터에 전송돼 데이터로 축적된다. 사진 CJ대한통운

택배 없는 세상을 상상할 수 있을까. 지난해 사상 최초로 e커머스 연간 시장 규모 130조원 돌파와 함께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겪으면서 일상의 더욱 깊숙한 곳까지 들어온 택배는 대한민국의 소비 트렌드를 보여주는 또다른 지표가 됐다. 택배 상자에 붙은 운송장에는 대한민국의 입맛부터 패션, 문화 생활이 고스란히 들어있다.

국내 택배업계 1위인 CJ대한통운(지난해 택배 시장 점유율 47.2%)은 5일 ‘일상생활 리포트’를 발간했다. 지난 2018~2019년 배송한 택배상자 25억5000만개의 운송장 정보를 업계 최초로 빅데이터 분석해 내놨다. CJ대한통운이 지난해 배송한 택배상자는 약 13억2000만개. 국내 15세 이상 인구(2019년 4538만명)가 1인당 연간 29개를 받은 셈이다. 상자(가로 35㎝ 기준)를 늘어놓으면 약 46만㎞에 달한다. 서울에서 부산(405㎞)을 569회 왕복하고, 지구(둘레 4만㎞) 11바퀴 하고도 절반을 더 돌 수 있는 거리다.

‘택배 핫플’은 경기 화성시…낮엔 회사로  

CJ대한통운 일상생활 리포트

CJ대한통운 일상생활 리포트

전국에서 택배를 가장 많이 이용한 곳은 경기 화성시였다. 지난해 1년간 총 2369만개를 이용했다. 이어 서울 강남(2114만), 경기 부천(1993만), 서울 송파(1837만), 경기 남양주(1665만), 서울 강서(1553만), 인천 서구(1466만), 서울 서초(1409만), 경기 분당(1403만), 경기 평택(1393만) 순이었다. 상위 10개 지역 중 서울이 4곳, 경기도가 5곳, 인천이 1곳을 차지했다.

반면 인구가 적은 인천 옹진군(23만), 경북 울릉군(11만) 등 도서 지역은 이용률이 저조했다. 화성시가 택배 이용이 많은 이유로는 젊은 가구가 많이 사는 대단지 아파트로 이뤄진 동탄 신도시가 있기 때문이란 해석도 나온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화성시의 동탄 신도시는 코로나19가 한창 극심할 때 일부 e커머스 업체가 '이 지역은 배송이 안 된다'고 공지할 정도로 택배가 많이 몰렸던 곳"이라고 귀띔했다.

1인당(지역별 15세 이상 인구 기준) 이용 횟수는 서울 중구가 58.9회로 가장 높았다. 서울 강남(44.2회)과 대구 중구(41.9), 서울 종로(40.9), 서울 서초(37.7), 부산 강서(36.9), 경기 이천(36.5), 서울 마포(36), 경기 화성(35.9), 서울 용산(35.2)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주로 직장인 밀집 지역들이다. 1인 가구나 맞벌이 가구가 증가하면서 배송이 이뤄지는 낮 시간에 직장에서 택배를 받기 때문으로 보인다. 택배 총 이용량이 가장 많았던 경기 화성은 인구(66만명)가 많아 1인당 이용률은 낮았다.

한국인 입맛 사로잡은 ‘흑당’  

CJ대한통운 일상생활 리포트

CJ대한통운 일상생활 리포트

택배를 통해 가장 많이 오간 제품은 식품(22%)이었다. 패션의류(20%)와 생활건강(18%) 제품이 그 뒤를 이었는데 이 세 가지만 해도 전체 물량의 60%가 넘었다. 이중 영양제는 전년보다 물량이 50% 늘었고 생수와 간편조리식(각각 46%) 물량 증가율도 높았다. 반려동물용 간식과 사료도 29% 증가했다.

한국인의 입맛을 사로잡은 건 ‘흑당’과 ‘마라’였다. 지난해 ‘흑당’과 ‘마라’의 택배 물동량은 전년 대비 각각 186배, 7배 증가했다. 지난해 5월 개봉한 영화 ‘기생충’에 등장하면서 화제를 모았던 ‘짜파구리’의 인기도 확인됐다. 영화 개봉 이후 레시피에 사용된 짜장라면의 월평균 물량은 207% 증가했고, 너구리라면 증가율은 393%였다. 라면 전체 물량 중 두 라면이 차지하는 비중은 영화 개봉 전 8%에서 개봉 후 19%로 2배가 넘었다.

패션 취향 사로잡은 ‘사코슈백’  

한국인의 패션 취향은 ‘무채색’이지만 네온색 같은 강렬한 색상의 인기도 높아졌다. 패션 물량에선 검정색, 흰색, 회색 등 무채색 비중이 62%였다. 다만 전년도와 비교해 지난해 급격히 증가세를 보인 색상은 네온색(154%)와 오렌지색(107%)이었다. 1980년대 패션을 연상시키는 패션으로 뉴트로 트렌드와 맞물려 올해도 주목받을 것으로 꼽히는 색상이다.

패션 제품 중 눈에 띄게 물량이 늘어난 아이템은 ‘끈이 달린 작은 가방’이라는 뜻의 ‘사코슈백’이었다. 가볍고 간편하게 멜 수 있는 일종의 크로스백으로 전년보다 물량이 299% 늘었다. 늘 휴대전화를 들고 다니면서 편하고 실용적인 패션을 찾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취향이 반영됐다. 지난해 유행한 숏패딩(81%)과 ‘뽀글이’(양털 모양으로 북실북실하게 생긴 플리스·63%)도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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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 뜨면 유통 지형도 ‘흔들’  

인기 글로벌 아이돌 방탄소년단(BTS)은 택배 시장에서도 인기 아이템이다. 콘서트 티켓이나 앨범이 판매되는 시기엔 아예 유통 지형을 뒤흔들어 놓을 정도다. 지난해 BTS 관련 굿즈(goods)는 전년보다 321% 늘었다. 11월 판매된 팬클럽 공식 굿즈 ‘아미(ARMY) 멤버십 키트’와 12월 판매된 ‘2020 시즌 그리팅’ 덕분이다.

이밖에 전년보다 물량이 늘어난 제품은 무드등이나 인테리어 식물 등 홈 인테리어 용품(65%)과 반려동물 용품(22%), 수입 육아용품(91%) 등이었다. 반면 지난해 여름을 달궜던 ‘노재팬(No Japan)’ 열풍으로 일본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제품 물량은 28% 감소하고 그 대체재로 국내 브랜드 물량이 46% 늘었다.

추인영 기자 chu.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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