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권 흡연인구 급증

중앙일보

입력

"8초마다 1명씩, 1년 동안 4백만명이 죽는다. "

"2030년 매년 1천만명이 사망할 것이다. "

세계보건기구(WHO) 가 31일 밝힌 섬뜩한 내용들이다. 31일은 ´세계 금연의 날´ . 이날을 맞아 WHO 주최의 금연행사가 다양하게 열렸다.

특히 WHO는 보고서를 통해 서방 담배회사들이 아시아를 비롯한 개발도상국에서 흡연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 흡연 부추기는 서방담배회사〓WHO 동남아사무소의 우턴 라페이 소장은 "거대 서방 담배회사들이 선진국의 담배 소비가 감소하자 개도국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면서 담배회사들의 공략 대상인 동남아시아의 경우 세계에서 두번째로 높은 흡연인구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WHO는 서방 담배회사들이 아시아.중남미 지역에서 담배소비를 늘리기 위해 니코틴 함량이 선진국 허용기준치의 두배를 넘는 담배를 판매하는가 하면 청소년 흡연을 유도하기 위해 학교 인근에 옥외광고탑을 설치하고 각종 청소년 행사를 후원하는 등 선진국에서는 금지된 판촉기법을 무차별적으로 동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담배회사들의 적극적인 판촉공세의 영향으로 매년 5만5천명의 인도 어린이들이 담배에 중독되고 있다는 것이다.

◇ 아시아 흡연실태〓WHO에 따르면 말레이시아의 경우 매일 50명의 흡연자가 생겨나고 있으며 미성년자 중 18.2%가 담배를 피우는 것으로 조사됐다. 인도의 경우 매년 60만명이 흡연관련 질병으로 숨지고 있으며 중국은 2020년 연간 2백만~3백만명이 흡연으로 사망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WHO는 밝혔다.

WHO는 매년 담배로 인해 사망하는 사람들 중 3분의1이 제3세계 국민들이며 2030년께 전세계에서 매년 흡연으로 인해 목숨을 잃는 사람은 1천만명에 이르고 이중 7백만명이 개도국 국민들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금연행사와 대책〓 ´세계금연의 날 연합´ 의 행사에는 지난해 월드시리즈 우승팀인 뉴욕 양키스의 폴 오닐과 LA 다저스의 숀 그린 등 메이저리그의 스타급 야구선수들이 참여했다. 이들은 뉴욕과 로스앤젤레스의 고교에서 열린 금연촉구대회에 참석, 학생들을 대상으로 금연서약을 받는 행사를 가졌다.

WHO도 슈퍼모델과 팝그룹을 등장시킨 공익광고와 연예인.스포츠스타를 출연시킨 금연홍보 비디오를 제작했다.

WHO는 조만간 금연회담을 개최할 예정이다. WHO는 이 회담에서 모든 사람이 담배 연기가 없는 환경에서 살 권리가 있고 담배광고와 마케팅을 엄격히 규제한다는 내용을 담을 계획이다.

정선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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