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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효식의 아하 아메리카]트럼프, 바이든에 경합주 다 밀려…“코로나 경기 회복에 승부 달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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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조 바이든 전 민주당 후보가 3일로 올 대선 D-6개월을 맞았다. 주요 경합주여론조사에서 바이든 후보가 앞선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 대응 실패를 만회하려 경제 부흥에 정책 초점을 전환하기로 했다.[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조 바이든 전 민주당 후보가 3일로 올 대선 D-6개월을 맞았다. 주요 경합주여론조사에서 바이든 후보가 앞선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 대응 실패를 만회하려 경제 부흥에 정책 초점을 전환하기로 했다.[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3일 34일간 백악관 감금에서 탈출해 메릴랜드 북부의 캠프 데이비드에서 보냈다. 하지만 트럼프 스스로 "일하는 주말"로 부를 정도로 숲속 산장에서의 이틀은 딸 이방카와 재러드 쿠슈너 선임보좌관 부부, 래리 커들로 경제보좌관을 포함해 참모들과 대선 전략을 다시 짜는 시간이었다.

D-6개월 트럼프 경합주 여론조사 적신호 #펜실베이니아·미시간·플로리다 모두 뒤져 #칼 로브 "2016년도 힐러리에 지다 다 역전" #실업자 3000만, 파괴된 美 경제 재건 성패 #주말 캠프데이비드 구상 "경제 부흥 전환"

D-6개월 앞두고 미 대선 성패를 좌우할 주요 경합주에서 조 바이든 전 부통령 민주당 후보에 뒤지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 때문이다.

미 여론조사 분석기관인 파이브서티에이트와 리얼클리어폴리틱스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창궐한 4월 한 달간 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에 펜실베이니아와 미시간에서 평균 6.5%포인트, 6.1%포인트씩 뒤졌다. 전체 대선 선거인단 538명(과반 270명) 가운데 각각 20명, 16명이 걸린 두 곳에서 오차범위 밖에서 지고 있는 셈이다.

미국 대선 D-6개월 경합주 대결.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미국 대선 D-6개월 경합주 대결.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트럼프 대통령에겐 펜실베이니아와 미시간은 재선의 한계선이다. 2016년 대선 결과 306명을 확보해 232명에 그친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에 승리했는데 두 곳을 바이든에 내줄 경우 270명 과반 선에 도달해 더는 물러설 곳이 없게 된다.

문제는 지난 대선에서 1~3%포인트 차로 이겼던 애리조나(선거인단 11명·4.4%P)·플로리다(29명·3.5%P)·위스콘신(10명3.3%P)·노스캐롤라이나(15명·2.0%P)에서도 오차범위 안이지만 2.0~4.4% 포인트 차이로 뒤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 중 한 곳이라도 더 지면 트럼프 대통령은 내년 1월 백악관을 떠나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8.1%포인트 차로 대승을 거뒀던 오하이오(18명)조차 바이든에 0.7%포인트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 여론조사뿐 아니다. 트럼프 대선 캠프와 공화당 전국위(RNC) 자체 여론조사에서도 주요 접전 지역에서 지고 있다는 결과가 나와 분명히 적신호가 켜졌다. 암울한 결과에 격분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주 브래드 파스케일 선거대책본부장에 전화를 걸어 "나는 바이든에게 지고 있지 않다. 소송도 할 수 있다"며 위협하기도 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보도했을 정도다.

여느 때라면 "가짜 뉴스"라고 부인했을 트럼프 본인이 지난달 30일 트위터에서 "2016년과 똑같이 가짜 여론조사"라며 "하지만 더 엉망"이라며 공개적으로 분통을 터뜨려 기정사실로 한 상황이다.

미 경합주 여론조사 따른 대선 선거인단 배분.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미 경합주 여론조사 따른 대선 선거인단 배분.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6개월 후 최악의 시나리오는 트럼프 대통령이 7개 경합주 모두 바이든에게 패배해 11월 3일 선거인단 352대 186으로 참패하는 경우다.

하지만 여론조사 전문가들조차 현재 여론조사 결과대로 경합주가 전부 바이든에게 넘어갈 것이라고 예상하지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 지지층의 결집력과 충성도가 바이든보다 훨씬 강하기 때문에 오차범위 내 접전은 쉽게 뒤집힐 수 있기 때문이다. 힐러리가 지금보다 훨씬 크게 앞섰던 2016년 대선 D-6개월 경합주 조사 결과와 실제 대선 결과가 바뀐 게 그 증거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을 재선시킨 칼 로브 전 백악관 부비서실장은 지난달 30일 월스트리트저널 기고에서 "민주당은 자만하기에 앞서 미국민의 관심이 코로나19에 쏠린 상황에서 선거가 본격화되려면 아직 멀었다는 것부터 명심하라"고 경고했다.

2016년 4월 말 리얼클리어폴리틱스 여론조사에서 힐러리는 전국 평균 7.3%, 위스콘신 10.7%, 미시간 10.5%, 펜실베이니아 7.4%, 플로리다 6.7% 포인트씩 앞섰지만, 실제 대선에선 전국 투표(힐러리 2.1%) 외에는 트럼프가 모두 이겼다.

토머스 슈워츠 밴더빌트대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경제 붕괴와 살균제 주입 발언 같은 코로나19 대응 실책으로 상처를 입었기 때문에 바이든이 지금 앞서는 건 놀라운 일이 아니다"라면서 "하지만 정치 세계에서 6개월은 영원과 같은 시간이며 대선 결과를 바꿀 많은 일이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바이든은 트럼프보다 에너지와 결단력, 지지층 결집 모두 약하다"라며 "이를 만회할 수 있는 강력한 러닝메이트(부통령 후보)를 선택하는 게 관건"이라고 했다.

스테판 슈미트 아이오와주립대 교수도 "트럼프의 거듭된 설화에 참모들은 코로나19 브리핑 시간을 줄이며 전략을 수정하고 있고, 바이든 역시 27년 전 여성 비서를 성추행했다는 추문에 휩싸여 있다"며 "결국 대선은 흥미진진한 초접전으로 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두 달 전만 해도 재선 고지에 오를 탄탄한 기반이던 미국 경제 회복이 가장 급선무다. 실업자 3000만명, -4.8% 경제성장률(1분기)이 대선까지 이어질 경우 현직 대통령이기 때문에 책임론이 거세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2일(현지시간) 미 플로리다 올랜도에서 호텔·레스토랑 등 접객업 노동자들이 론 드산티스 플로리다 주지사의 기자회견이 열린 미용실 앞에서 실업수당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AP=연합뉴스]

2일(현지시간) 미 플로리다 올랜도에서 호텔·레스토랑 등 접객업 노동자들이 론 드산티스 플로리다 주지사의 기자회견이 열린 미용실 앞에서 실업수당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AP=연합뉴스]

데이비드 루블린 아메리칸대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로 미국 경제가 파괴되면서 재선의 주요 논거를 잃었다"며 "동시에 엉터리 대응으로 정치적 기회마저 날려 먹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은 여당이 최근 총선에서 승리하고, 같은 당 래리 호건 메릴랜드 주지사나 민주당 앤드루 쿠오모 뉴욕 주지사의 지지율은 올랐다"며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리더십과 공감 능력이 결여된 모습으로 부동층을 멀어지게 만들었다"라고 강조했다.

로버트 슈멀 노터데임대 교수는 "11월 대선은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대응 실적에 대한 평가를 중심으로 치러질 것"이라며 "2016년 근소하게 승리한 미시간, 펜실베이니아, 플로리다 등 주요 경합주의 피해가 커 다시 2016년의 역전이 가능할지는 아주 의심스럽다"라고 했다.

폴리티코는 이런 상황을 반전하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도 3일 저녁 링컨 기념관 타운홀 행사를 시작으로 바이러스 대응에서 감세와 규제 철폐 같은 경제부흥 정책으로 중심을 이동할 것"이라고 전했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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