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1만5254건 법안 나몰라라 내버려둔채 20대 국회 끝나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한 번 더 국회 본회의 열어서 국민을 위한 법, 민생을 위한 법 하나라도 더 처리하기를 희망한다.”

7일 새 원내대표 선출이 예정된 더불어민주당의 이인영 원내대표는 3일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8일 본회의 개최를 촉구했다.

민주당이 8일을 20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의 디데이로 잡은 것은 지난 3월 6일 강창일ㆍ김무성 의원 등 여ㆍ야 의원 148명이 서명해 발의된 원포인트 개헌안의 처리 시한이 명목상의 이유다.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국민이 직접 개헌안을 발의할 수 있도록 하는 '국민발안제'를 도입하자는 내용의 이 개헌안에 대해 국회는 헌법상(130조 1항) 60일 이내 가부를 의결해야 한다. 그 시한이 9일(토요일)이기 때문에 본회의 마지노선은 8일이라는 것이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3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8일 본회를 한 번 더 열어 민생 법안 하나라도 더 처리하자"고 말했다. 오른쪽은 윤후덕 원내수석부대표, 왼쪽은 정춘숙 원내대변인. 오종택 기자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3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8일 본회를 한 번 더 열어 민생 법안 하나라도 더 처리하자"고 말했다. 오른쪽은 윤후덕 원내수석부대표, 왼쪽은 정춘숙 원내대변인. 오종택 기자

그러나 심재철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는 “21대 국회에서 개헌을 하기 위한 전초전으로 분위기를 띄우려는 것”이라며 거부했다. 당 대표 권한대행을 겸해 온 심 원내대표는 지난달 28일 '김종인 비대위'가 어렵게 되자 "당의 진로는 새롭게 선출된 원내대표가 결정할 것"이라며 의사결정 권한과 책임을 내려놓은 상태다.

통합당의 이같은 반응에 대해 이 원내대표는 “원포인트 개정안을 가결하려는 의도를 가진 것이 아니라 헌법상의 절차를 당당하게 마무리하자는 것"이라며 “상임위와 법사위에 계류된 민생법안을 하나라도 더 처리하자는 의미"라고 말했다.

코로나19 후속 대책 올스톱ㆍ위헌법률도 방치

5월 국회가 무산되면 임기만료로 폐기돼 법안 발의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법률안이 3일 현재 무려 1만5254건이다. 이중 상임위 문턱을 넘어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된 것은 1584건이다. 코로나19 후속대책도, 위헌 결정으로 국회가 개정 의무를 지는 입법과제도 포함돼 있다.

각 상임위별 미처리 법률안 건수. 그래픽=김주원 기자

각 상임위별 미처리 법률안 건수. 그래픽=김주원 기자

코로나19 관련 법안에는 감염병 위기경보시 단기체류외국인에게 숙박신고 의무를 부여하는 법안(출입국관리법 개정안) 등이 있다. 또한 특수형태근로종사자들에게 산재보험ㆍ고용보험 등을 적용케 하는 법안(고용보험법 개정안 등) 등 경제위기 취약 계층과 관련된 법안도 다수다.

헌재의 위헌 결정 후 보완 입법도 30개나 된다. 이중 심야 옥외 집회에 대한 형사처벌 규정(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등 9개는 헌재가 헌법불합치를 결정하면서 제시한 입법 시한이 이미 지났다. n번방 재발 방지를 위한 입법의 일부인 정보통신망법ㆍ아동복지법ㆍ아동·청소년 성 보호법 개정안 등도 해당 상임위에 계류 중이다.

규제완화ㆍ경제활성화 방안은 뒷전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을 현행 3개월에서 6개월로 연장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 등 기업활동의 숨통을 틔우는 법안도 현재 계류 중이다.

전자상거래 활성화의 고질적 장애물로 꼽혀 온 액티브엑스 및 공인인증서 폐지 등을 담은 전자서명법, 소프트웨어 산업계의 숙원인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 등은 여야 합의에도 법사위가 방치한 상태다. 서비스산업 분야의 규제완화 및 인력양성 등 생산성 강화를 위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은 여당 의원들이 발의했지만, 기획재정위 경제재정 소위를 넘지 못했다. 18대 때부터 상정됐다가 사라지기를 4번째 반복할 위기다.

레저산업과 관련해 회원제 골프장을 지으려는 사람은 9홀 퍼블릭 골프장을 함께 짓거나 그만큼의 비용을 예치해야 한다는, 시대착오적 규제를 없애자는 방안(체육시설의 설치ㆍ이용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정부가 내놨지만 국회 문체위에 방치돼 있다. 과방위 민주당 간사인 이원욱 민주당 의원은 “무슨 쟁점이 있다고 여태까지 처리를 안 하는지 이해가 안 되는 법안이 많다”고 말했다.

8일 본회의 불투명…이후는 더 어려워

1일 오전 비어 있는 국회 미래통합당 심재철 원내대표실(당대표 권한대행). 심 원내대표는 전날 입장문을 통해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와 관련 당의 진로는 새롭게 선출된 원내대표가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1일 오전 비어 있는 국회 미래통합당 심재철 원내대표실(당대표 권한대행). 심 원내대표는 전날 입장문을 통해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와 관련 당의 진로는 새롭게 선출된 원내대표가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이론적으로는 8일 이후에도 5월 임시국회 회기(오는 15일) 내 본회의 추가 개최는 가능하다. 김한표 통합당 원내수석부대표도 “본회의 개의 여부는 신임 원내지도부가 판단해 할 일”이라며 여지를 남겼다.

그러나 현실성은 떨어진다. 민주당 핵심당직자는 “양당에 새 원내지도부가 들어서면 내부 보직 인선과 체제 정비기간에 접어들게 된다”며 “8일 이후 본회의 개최는 더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상임위 정상 가동도 어려운 여건이다. 821건의 법률안이 계류된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의 한 의원은 “우리 위원회는 위원장과 간사 대부분이 낙선해 동력이 상실된 상태”라고 말했다.

임장혁ㆍ김홍범 기자 im.janghyuk@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