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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전동킥보드 사고, 횡단보도 최다···60% "현금으로 해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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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지난달 24일 오후 서울 강남역 인근에 공유 전동 킥보드가 배치돼 있다.[뉴스1]

지난달 24일 오후 서울 강남역 인근에 공유 전동 킥보드가 배치돼 있다.[뉴스1]

전동킥보드 등 '마이크로 모빌리티'(개인형 이동수단) 관련 사고는 ‘횡단보도’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사고가 났을 때 신고하지 않고 당사자끼리 현금을 주고받아 해결했다는 사람이 사고 경험자의 60%가 넘었다.

3일 중앙일보가 단독 입수한 ‘개인형 이동수단 활성화 및 안전에 관한 연구’ 최종보고서에 따르면 전동킥보드의 사고 위치는 '횡단보도 근처'가 38.9%로 가장 많았다. 도로 중간(38.0%), 교차로(14.5%)가 뒤를 이었다. 최근 1년 사이 발생한 관련 사고 234건을 분석한 결과다.

이 보고서는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6월 정책연구과제로 발주해 최근 한국교통연구원으로부터 제출받았다. 개인형 이동수단 이용 현황을 중앙 정부가 전면 조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반인 2000명, 전동킥보드 이용자 500명, 판매업체 21곳, 전동킥보드 공유서비스 업체 20곳이 조사에 응했다.

횡단보도 위협하는 마이크로모빌리티.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횡단보도 위협하는 마이크로모빌리티.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사고 규모는 '단순 물적 피해만 발생했다'는 경우가 72.6%로 가장 많았다. 5일 이상 입원 치료를 해야하는 중·경상 사고는 11.6%였다. 특히, 사고 이후 당사자 간 금전 보상으로 문제를 해결했다는 사람이 62%에 달했다. 보험회사에 신고하는 사람은 20.9%, 경찰에 신고하는 사람은 10.3%였다.

횡단보도 사망사고도 발생

실제로 횡단보도는 보행자나 차량 운전자들에겐 ‘전동킥보드 위험구역’으로 통한다. 지난달 12일 부산 해운대구에서 발생한 전동킥보드 사망 사고도 횡단보도에서 일어났다. 당시 사망자는 전동킥보드 공유서비스 라임을 이용 중이었다.

보행자 안전이 보장돼야 할 횡단보도에서 사고가 자주 나는 원인으로 전동킥보드 이용자의 부주의를 지적하는 사람이 많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전동킥보드는 도로교통법상 자동차로 분류되므로 횡단보도를 건널 때 내려서 건너야 하는데 상당수 이용자는 킥보드를 탄 채 건넌다”며 “자동차 운전자는 보행자 속도에 맞춰 운전을 하다 보니 쏜살같이 달려 나온 전동킥보드를 미처 못 봐서 사고를 낼 때가 많다”고 설명했다.

횡단보도 위협하는 마이크로모빌리티.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횡단보도 위협하는 마이크로모빌리티.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이용자 설문 조사에서도 이 같은 지적을 뒷받침하는 결과가 나왔다. 전동킥보드는 현행법상 차도로만 통행이 가능하며 면허를 소지해야 한다. 하지만 이용자 500명 중 37.8%가 “전동킥보드로 보도 통행이 가능하다”고 답변했다. “면허증이 필요 없다”고 답변한 이들도 53%에 달했다.

전동킥보드는 횡단보도를 건너는 보행자의 안전도 위협한다. 지난해 7월 부산의 한 아파트 앞 도로에서 전동킥보드를 몰던 A씨는 횡단보도 쪽으로 걸어오던 B씨를 들이 받았다. 72세 고령이었던 B씨는 이 사고로 6주간 치료가 필요한 골절상을 입었다. 부산지법 동부지원은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해 지난 2월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교통비 아끼려 전동킥보드 이용

보고서는 개인형 이동수단이 지난해 16만6893대가 판매된 것으로 추정했다. 2017년 신규 판매 7만4479대, 2018년 12만6274대에서 많이 늘어난 수치다. 누적 판매 대수는 36만7646대다. 개인형 이동수단 판매업체 21곳을 조사했다. 이들의 지난해 매출은 총 1733억원, 전체 시장 규모는 3137억원으로 조사됐다.

횡단보도 위협하는 마이크로모빌리티.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횡단보도 위협하는 마이크로모빌리티.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전동킥보드 이용자 500명 중 93%(복수응답)는 레저 및 운동 목적으로 이용했다고 답했다. 통근 및 통학용으로 이용한 이들도 59%에 달했다. 업무용은 42%였다. 보고서는 “통근과 통학 이용자 중 절반 이상이 교통비를 아끼기 위해 전동킥보드를 이용했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킥고잉, 고고씽, 싱씽, 라임 등 최근 들어 급격히 늘고 있는 전동킥보드 공유 서비스 업체는 총 21곳으로 집계했다. 이들의 총 운영 대수는 1만6570대다.

박민제 기자 letm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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