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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 자전거 속도에 차도 주행? 사망사고 킥보드 황당 규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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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지난 12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한 도로에서 차량과 충돌해 박살난 '라임' 공유 전동 킥보드. 이 사고로 킥보드 운전자가 숨졌다. [연합뉴스]

지난 12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한 도로에서 차량과 충돌해 박살난 '라임' 공유 전동 킥보드. 이 사고로 킥보드 운전자가 숨졌다. [연합뉴스]

부산에서 전동 킥보드를 타고 횡단보도를 건너던 이용자가 차량과 충돌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망자가 무면허였던 점을 들어 공유 킥보드 운영사 라임(Lime)의 부실관리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스타트업계 얘기는 다르다. 법제화에 손 놓고 있는 국회의 책임 방기를 근본 원인으로 지적한다. 예전엔 레저용이었지만 이젠 일상적인 교통수단으로 전동 킥보드의 성격이 급변하고 있는데 관련 법 개정안이 수년째 국회에 잠자고 있어서다. 마이크로 모빌리티로 떠오른 전동킥보드, 무엇이 문제인 걸까.

무슨 일이야?

· 지난 12일 0시15분 부산 해운대구 소재 도로를 전동킥보드로 무단횡단하던 A씨가 차량 충돌로 사망하는 사고 발생. 경찰에 따르면 A씨는 면허가 없었고 안전장구(헬멧)도 착용하지 않았다.
· 하태경 미래통합당 해운대구갑 국회의원 후보는 보도자료에서 “전동킥보드를 운전하려면 원동기장치자전거 면허가 필요한데 라임은 회원가입 과정에서 운전면허 소지 여부를 확인하지 않았다”며 "라임은 운행을 즉각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 라임을 제외한 업체는 대부분 회원가입 시 운전면허증 인증절차를 거친다.

이게 왜 중요해?

지난 2월 샌프란시스코 시내 도로에서 전동 킥보드를 타고 도로 가운데로 이동는 이용자. 박민제 기자

지난 2월 샌프란시스코 시내 도로에서 전동 킥보드를 타고 도로 가운데로 이동는 이용자. 박민제 기자

· 마이크로모빌리티 시장은 급성장 중이다. 2018년 9월 올룰로가 처음으로 국내에서 ‘킥고잉’ 서비스를 시작했다. 지난해 라임, 빔모빌리티 등 글로벌 업체까지 속속 국내에 진출했다.
·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산하 11개 마이크로모빌리티 업체가 운영하는 킥보드는 1만 7130여 대(2019년 12월말 기준). 이 협의체에 가입하지 않은 라임까지 합치면 그 수는 더 많다.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전국에서 킥보드가 달리고 있다. 라임은 지난해 11월 부산으로 서비스를 확장했다.
· 한국교통연구원은 전동킥보드를 포함한 국내 개인형 이동수단 판매량이 2017년 7만여대에서 2022년에는 20만대로 늘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나랑 무슨 상관인데?

· 당신도 전동킥보드를 타는 순간, 불법 운행을 할 가능성에 노출된다. 사고 위험도 높다.
· 경찰청에 따르면 2018년 개인형 이동수단의 사고 건수는 225건이다. 4명이 사망했고 238명이 부상을 입었다. 사망자 수는 지난해 8명으로 늘었다.
· 업체가 많아지고 경쟁이 치열해짐에 따라 위험성은 더 커졌다. 지난해 8월 빔모빌리티가 24시간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국내 업체 대부분은 심야에도 서비스를 운영한다. 부산 해운대구 사망 사고도 심야에 벌어졌다.

사실은, 이런 문제가 있는데 

전동킥보드 운행시 법적 의무.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전동킥보드 운행시 법적 의무.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 전동킥보드는 넘쳐나고 사고는 늘어나는데 법은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 현행 도로교통법상 전동킥보드는 원동기장치자전거(배기량 125CC 이하 이륜차, 50CC 미만 원동기를 단 차)로 분류된다.
· 원동기장치자전거는 차도에서만 다닐 수 있다. 인도나 자전거도로를 달리면 불법이다. 원동기장치자전거 면허(자동차 운전면허 포함)가 있어야 하고 안전모를 착용해야 한다.
· 이용자들이 인도나 자전거도로로 다니는 이유도 있다. 현재 공유 전동킥보드의 최고 제한 시속은 25㎞다. 국가통합인증(KC) 마크 기준에 따른 것. 일반 도로에선 자동차가 시속 60㎞로 다닌다. 섣불리 차도에 들어갔다간 차량도, 전동킥보드도 위험해진다.
·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인도·자전거도로로 다니는 전동킥보드를 불법이라고 강력하게 단속할 수가 없다. 경찰 관계자는 “외근 중인 경찰관이 인도로 주행하는 전동킥보드를 보면 차도로 갈 수 있게 계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미나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정책실장은 “지금은 법과 현장이 완전히 다르다”며 “시민 안전 보장차원에서라도 법 개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 사고에 대비할 보험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상당수 마이크로모빌리티 업체는 기기 결함 사고에 대비한 보험상품에는 가입해 있다. 하지만 교통사고 대비에는 손을 놓고 있다.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상 자동차보험 의무 가입 대상이 아닌 데다 전동킥보드 관련 손해보험 상품이 마땅한 게 없어서다. 업계 한 관계자는 "법적 근거가 없다 보니 소비자 안전에 필수적인 보험조차 제대로 마련돼 있지 못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앞으로는?

전동킥보드 민원 현황.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전동킥보드 민원 현황.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 11개 마이크로모빌리티업체는 지난해 '퍼스널 모빌리티 산업협의회'를 만들어 자정 노력을 하고 있다. 실명·면허 인증을 한 1개 스마트폰으로 킥보드 1개만 대여할 수 있도록, 최고속도도 시속 25㎞ 제한하고 있다.
· 하지만 자정 노력을 넘어 안전을 보장하려면 법 개정이 필요하다. 현재 윤재옥 미래통합당 의원이 2017년 6월 발의한 도로교통법 개정안은 전동킥보드를 정의하고 자전거도로 등을 다닐 수 있게 하고 관리하는 방안을 담았다. 업체뿐만 아니라 기획재정부,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경찰청, 지방자치단체 등 정부 부처와 관련 전문가가 모두 합의한 안이다. 그러나 제20대 국회 종료와 함께 폐기될 전망이다.
· 올룰로의 김환희 매니저는 "안전을 위해 야간에는 최고 속도를 줄여서 설정하는 등 사고 발생을 막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다"며 "하지만 업계 자율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박민제 기자 letm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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