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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농 채소에 1+1 미끼 상품…韓 포장 두부 세계 정복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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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에 진열된 플라스틱 포장두부. 중앙포토.

마트에 진열된 플라스틱 포장두부. 중앙포토.

엄마 심부름으로 100원짜리 동전 갖고 동네 가게에서 검은 비닐봉지에 싼 두부 한 모 달랑달랑 들고 오던 기억. 70~80년대 어린 시절을 보낸 이들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을 법한 이 추억도 옛일이 됐다.

[한국의 장수 브랜드] 37. 풀무원 두부

이제는 네모난 플라스틱 용기에 포장된 두부가 마트 진열대를 가득 채우고 있다. 지금의 플라스틱 포장 두부는 어떻게 등장한 걸까. 한국 최초 포장 두부의 탄생은 198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채소 팔려고 판매한 미끼 상품  

1984년 출시한 풀무원 국내 최초 포장두부 (왼쪽). 사진 풀무원

1984년 출시한 풀무원 국내 최초 포장두부 (왼쪽). 사진 풀무원

풀무원의 시작은 1981년 서울 압구정동에 문을 연 작은 채소가게 ‘무공해 농산물 직판장’이었다. 하지만 당시 ‘유기농’에 대한 소비자 인식이 낮고 농약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수급 예측이나 통제가 불가능했다. 결국 팔고 남은 야채는 버리기 일쑤였다. 고민 끝에 두부와 콩나물을 무공해로 길러서 팔기로 결심했다. 채소를 팔기 위한 미끼 상품이었던 셈이다.

대표적인 서민 식품이던 당시 두부는 판두부에서 한 모 잘라 신문지로 싸거나 검은 비닐봉지에 담아 팔았다. 하지만 두부에 신문 잉크가 붙거나 유통기한도 알 수 없어 위생 문제가 있었다.

대개 수입콩으로 두부를 만들어 저장과 운반을 하려고 유독성 방부제를 쓰는 경우도 있었다. 콩과 콩기름을 짜고 남은 콩비지를 섞어 품질도 낮은 데다 두부 응고제로 석회의 일종인 황산칼슘을 섞어 사회 문제가 되기도 했다.

국산콩 두부에 제조원·유통기한 표시

1987년 풀무원 국내최초 플라스틱 포장두부와 대표제품. 사진 풀무원

1987년 풀무원 국내최초 플라스틱 포장두부와 대표제품. 사진 풀무원

풀무원은 여기에 착안해 두부를 국산콩으로 만들고 포장에 제조원과 유통기한을 표시했다. 시장의 싸구려 판두부보다 품질이 훨씬 좋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 브랜드화를 시킨 것이다.

풀무원의 포장두부 역시 처음엔 한 모 한 모 잘라 생수를 담은 비닐봉지에 담아주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물봉지는 부피가 너무 크고 무거운 데다 운반 도중 터지기도 하고 쉽게 망가졌다.

고민 끝에 1987년 국내 최초로 네모난 플라스틱 용기를 개발했다. 부피가 작아 트럭에 두 배 이상 두부를 실을 수 있었고 파손율도 낮아졌다. 현장에서는 두부가 사각으로 각이 맞춰져 수량 세기도 쉬워졌다. 이렇게 세상에 나온 풀무원 두부는 중산층 주부의 호응을 얻었지만, 문제는 기존 두부의 배 이상인 가격이었다.

고급화에서 대중화까지…효자 상품 됐다  

풀무원 국산콩 두부. 사진 풀무원

풀무원 국산콩 두부. 사진 풀무원

백화점을 설득해 입점하면서 고급화 전략으로 시장을 돌파했다. 이후 명품부터 실속형까지 라인업을 다양화해 대중화에 나선 덕분에 이제는 하루 38만모씩 팔리는 두부 최강자로 자리매김했다.

풀무원 두부 제품은 지난해 국내 시장의 약 47%(닐슨 기준)를 차지했다. 풀무원 안에서도 대표적인 효자 상품이다. 풀무원 두부는 지난해 (주)풀무원의 자회사인 풀무원식품 매출에서 가장 많은 약 20%를 차지했다.

이런 뒷심은 꾸준히 개발해온 기술력 덕분이었다. 두유가 뜨거울 때 간수(응고제)를 넣고 식히는 기술을 개발해 고소한 맛을 유지하고, 기공을 없애주는 기술을 개발한 덕분에 소포제나 유화제 등 첨가물도 쓰지 않는다.

출고 전 두부의 중심 온도(심온)를 5℃까지 내려주는 마지막 공정단계로 국가의 미생물 규격인 10만 마리의 만분의 1수준으로 관리하고 있다. ‘최초’ 행진도 이어가고 있다. 2006년 국내 식품업계 최초 ‘완전표시제’ 시행, 2007년 냉장식품 업계 최초로 유통기한ㆍ제조일자 병행표기, 2015년 식품업계 최초로 유기농 두부 2종에 탄소중립제품 인증 등이다.

美 두부시장 75.4%…세계 1위로

1995년 6월 풀무원 LA 유통매장 두부제품. 사진 풀무원

1995년 6월 풀무원 LA 유통매장 두부제품. 사진 풀무원

이제는 국내를 넘어 세계를 정복한 1위 두부 기업이다. 1991년 풀무원USA를 설립하며 미국에 진출한 풀무원은 지난해 미국 두부시장 75.4%(미국 닐슨데이터)를 차지했다.

진출 초기에는 주로 한국 교포 시장을 중심으로 한 소규모 수출에 그쳤지만, 2000년대부터 인수합병을 통해 현지 제조ㆍ유통 기반을 확대하는 데 주력한 결과다. 두부는 환경 문제가 대두하면서 이산화탄소 발생량이 적은 ‘식물성 단백질’로 인기를 끌었다.

풀무원 허마 X푸메이뚜어 두부 일일선두부. 사진 풀무원

풀무원 허마 X푸메이뚜어 두부 일일선두부. 사진 풀무원

일본에선 2014년 4위 두부 업체 아사히식품공업을 인수한 후 지금까지 1000억원대 실적을 유지하고 있다. 2016년 진출한 중국에선 현지 법인 ‘푸메이뚜어(圃美多)식품’ 브랜드 두부가 알리바바 계열 허마(HEMA)와 공동 브랜드로 내놓은 ‘요일 두부’ 인기에 힘입어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48% 성장했다.

두부는 아침에 사서 바로 소비해야 한다는 중국인들의 고정관념을 고려해 월요일 두부부터 일요일 두부까지 요일별로 두부의 라벨을 달리한 것이 주효했다. 풀무원 관계자는 “이제 세계 1위 두부 기업의 위상을 확고히 하며 글로벌 로하스 기업으로 더욱 성장하겠다”고 밝혔다.

추인영 기자 chu.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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