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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령 인물' 이종환 생가 복원···대법도 못말린 기부채납 갈등

중앙일보

입력

관정 이종환 교육재단(이하 재단)과 경남 의령군이 재단 설립자 겸 이사장의 생가를 놓고 또다시 갈등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2년 복원된 생가를 둘러보고 있는 이종환 이사장. 중앙포토

지난 2012년 복원된 생가를 둘러보고 있는 이종환 이사장. 중앙포토

 지난 3월 27일 대법원 민사1부가 재단의 손해배상소송 상소를 기각하면서 생가를 놓고 벌인 다툼이 일단락되는 듯했다. 대법원은 재단 설립자 겸 이사장의 생가를 경남 의령군에 기부채납하지 못하면 손해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이에 재단은 재심청구와 헌법소원을 제기하겠다고 최근 밝혔다.

대법원 최근, "생가 기부채납 해야한다" 판결 #이회장측, "재심청구와 헌법 소원 제기하겠다" #의령군, "약속대로 기부채납해야 한다" #

 이종환 재단 이사장은 “의령 생가를 의령군에 기부채납하지 않으면 37억 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도록 하라는 최근 대법원 판결은 실체적 진실보다는 기만에 의해 만들어진 협약서의 형식적 기재 사실에 치우친 원심판결을 그대로 받아들인 결과여서 원천무효”라고 주장했다.

 이 이사장 측에 따르면 약 9년 전 김채용 전 의령군수가 이씨에게 ‘의령군이 낳은 4대 인물(곽재우·안희재·이병철·이종환)로 선정됐다’며 이씨에게 생가 복원을 요청했다. 이 과정에 김 전 군수가 ‘기부채납 없이 의령군의 교육문화 관광 명소로 복원할 수 있도록 책임지겠다’는 취지의 약속을 했다는 것이 이 이사장 측의 주장이다.

 하지만 2012년 11월 이씨가 준공허가(사용허가) 신청을 하자 김 전 군수는 ‘건축 허가 당시 작성한 협약서에 기부 관련 조항이 적혀 있으니 기부채납을 해라’며 기부를 강요했다는 것이 이 이사장 측 설명이다. 이후 해당 협약서를 후임인 오영호와 이선호 두 군수에게 물려줬으며 결국 소송까지 갔다는 주장이다.

 이 이사장은 “원천무효와 원천불법성의 기망협약서에 나타난 형식적 사실에 기초한 판결은 당연 무효이기 때문에 우선 재심사유가 되는데 그에 관한 새로운 증거와 증인을 확보해 재심을 청구하겠다”며 “당시 기만으로 협약서를 작성하게 한 책임자의 법적 책임을 물어 재심하지 않을 수 없게 할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또 “모든 것을 사회를 위해 다 바치고 마지막 남은 복원 생가마저 내놓으라는 것은 헌법상의 사회정의와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되기 때문에 헌법소원도 제기할 것이다”고 말했다.

관정교육재단을 설립한 이종환 삼영화학그룹 회장이 2012년 경남 의령군 용덕면 자신의 생가 복원식에서 참석한 뒤 생가를 둘러보고 있다. 중앙포토

관정교육재단을 설립한 이종환 삼영화학그룹 회장이 2012년 경남 의령군 용덕면 자신의 생가 복원식에서 참석한 뒤 생가를 둘러보고 있다. 중앙포토

 앞서 의령군은 2017년 10월 재단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해 1심에서는 패소, 2심에서는 일부 승소 판결을 받았다. 의령군과 재단은 2011년 8월 ‘의령교육관광시설 구축사업’ 업무협약을 맺고 용덕면 정동리 일대 7030㎡에 전시관·교육체험관 휴게공간·주차장 등을 조성하기로 했다. 이후 재단은 사업이 끝나면 조성된 시설 등을 의령군에 무상으로 이전하거나 기부채납하기로 했다. 그러나 사업이 끝난 뒤 재단 측이 땅과 건물을 기부채납하지 않자 법적 다툼이 시작됐다.

 의령군은 2015년 3월 재단을 상대로 소유권이전 등기 청구 소송을 냈고, 2017년 2월 대법원에서 승소가 확정됐다. 그러나 재단은 땅과 건물을 재단이 소유하고 있지 않다며 기부채납을 하지 않았다. 당시 관련 부동산 소유자는 이 이사장의 장남으로 돼 있었다.

 그러자 의령군은 협약에 따라 조성한 관련 시설 부동산 감정가 32억6000여만원을 내놓으라며 손해배상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이 이사장의 장남이 소유권을 갖고 있어, 채권 관계는 성립한다고 보지 않는다며 의령군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기부채납 의무는 관정재단에 책임이 있다며 의령군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도 재단측의 상소를 기각하면서 판결은 끝난 상태다.

의령=위성욱 기자 w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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