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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파시스트"…흑자 발표날, 돌연 욕설 퍼부은 머스크 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해 중국 상하이 린강에서 열린 테슬라 공장 착공식에 참석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로이터=연합

지난해 중국 상하이 린강에서 열린 테슬라 공장 착공식에 참석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로이터=연합

“사람들에게 ... 자유를 돌려줘야 한다.”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뉴욕증시 마감 후 진행된 테슬라의 1분기 실적발표에서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는 욕을 섞어가며 이렇게 말했다.

컨퍼런스콜에 참여한 월가 투자자와 기자들은 머스크의 난데없는 욕설에 흠칫 놀랐다. 시종일관 차분한 톤으로 말을 이어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정책과 관련해서 정치인에게 할 말이 있냐’는 질문을 받고 갑자기 흥분했기 때문이다.

머스크 CEO는 “(코로나19 방역조치로) 집 밖에 나갈 수 없게 하고, 나가면 체포한다는 건 파시스트적 조치”라며 “(이동제한 조치는) 테슬라 뿐 아니라 많은 기업에 엄청난 손해를 끼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들이 이러려고 미국에 온 게 아닐 것”이라고 말하며 또 욕을 내뱉었다.

그는 실적발표 하루 전날에도 ‘미국을 자유롭게 하라(Free America Now)’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실적발표가 끝난 뒤에는 캘리포니아주 복지부 홈페이지가 다운된 화면을 올리며 “복지부 홈페이지가 코로나19에 걸렸나보다”고 조롱하기도 했다.

테슬라의 준중형 세단 모델Y의 중국 상하이 신축공장 건설현장. 사진 테슬라

테슬라의 준중형 세단 모델Y의 중국 상하이 신축공장 건설현장. 사진 테슬라

미국 공장 가동중단에 생산 차질 생겨 ‘예민’

머스크가 이처럼 코로나19 이동제한 조치에 민감한 것은 테슬라의 캘리포니아 프리몬트 공장이 지난 3월 23일부터 지방정부 방침에 따라 멈춰 있기 때문이다. 올해 연간 50만대 생산 목표를 공언한 머스크 CEO로서는 공장 가동중단이 답답할 수밖에 없다. 당초 5월 4일 재가동을 기대했던 프리몬트 공장은 셧다운 방침이 연장돼 5월 중순께나 문을 열 것으로 보인다.

테슬라는 실적발표에서 1분기 1600만 달러(195억원)의 순이익을 내며 테슬라 창사 이래 처음으로 3개 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1분기 매출은 51억32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38% 증가했다. 지난해 1분기 5억2200만 달러였던 영업손실은 2억8300만 달러 영업이익으로 돌아섰다.

테슬라 측은 보급형 세단인 모델3가 중국 상하이 공장에서 생산되면서 판매가 늘었고, 준중형 SUV인 모델Y도 매출에 기여했는데 새 모델이 출시 이후 첫 분기에 수익을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테슬라 3분기 연속 흑자 vs 벤츠는 순이익 20% 하락 

테슬라코리아는 지난해 11월 경기 과천시 서울대공원 주차장에서 모델3 대규모 인도 행사를 열었다. 사진 테슬라코리아

테슬라코리아는 지난해 11월 경기 과천시 서울대공원 주차장에서 모델3 대규모 인도 행사를 열었다. 사진 테슬라코리아

이 같은 호실적은 글로벌 완성차 업계가 코로나19 후폭풍으로 고전하고 있는 와중에 거둔 성과라 더 값지다. 전날 1분기 실적을 발표한 메르세데스-벤츠의 모회사 다임러는 1분기 순이익이 1억6800만 유로(2222억원)로 전년 대비 20% 하락했고, 매출도 6% 떨어졌다고 밝혔다.

상황이 상대적으로 좋지만, 테슬라 측은 코로나19 관련 조치 때문에 올해 전망을 하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올해 50만대를 생산해 판매를 36% 늘리겠다던 당초 계획에 대해서도 침묵했다. 미국 공장 가동중단 여파로 2분기 실적은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은 올해 테슬라가 45만5000대 생산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테슬라는 다른 완성차 업체보다 풍부한 유동성을 자랑해 큰 어려움은 없을 전망이다. 주가 급등으로 시가총액이 도요타를 제외한 글로벌 완성차 업체 중 가장 높다. 또 올 초 유상증자로 23억 달러를 유치했다. 테슬라가 이미 앞서가고 있는 자율주행 분야 연구개발이나 생산거점 확대 등에 막대한 투자를 할 여력이 있다. 테슬라 측은 특히 독일 베를린 공장이 착공 단계에 들어섰다며 내년부터 유럽에서 모델Y를 양산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박성우 기자 bla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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