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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레·미가 하양·갈색·초록으로 보이는 이 남자의 음악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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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새로운 방식으로 음악을 배치하는 피아니스트 비킹구르 올라프손. [사진 유니버설뮤직]

새로운 방식으로 음악을 배치하는 피아니스트 비킹구르 올라프손. [사진 유니버설뮤직]

이 앨범의 수록곡은 28곡. 클래식 음반치고는 많다. 20세기 초반 드뷔시의 작품에서 시작해 18세기 작곡가인 장 필립 라모, 다시 드뷔시, 라모를 세 번 반복한 후 드뷔시의 ‘라모에 대한 찬사’로 끝난다.

신인 피아니스트 올라프손 새 음반 #드뷔시·라모 큐레이션 하듯 연주

세계 무대가 주목하는 신인 비킹구르 올라프손(36·아이슬란드)의 최신 음반 ‘드뷔시·라모’다. 그는 두 작곡가의 작품을 자신만의 방법으로 재배치했다. 첫 곡인 드뷔시 ‘축복받은 여인’의 정적으로 시작해 라모의 ‘새들의 지저귐’ ‘마을 사람들’을 배치했다.

올라프손은 작곡가가 작곡한 묶음대로 녹음하지 않는다. 2017년 데뷔 앨범에선 필립 글래스의 연습곡을 9·2·6·5번 식으로 연주했다. 그를 두고 뉴욕타임스는 “아이슬란드의 글렌 굴드”라고 했다. 캐나다 피아니스트 글렌 굴드가 음반 녹음으로 스타가 됐으며, 말년에는 무대를 피하고 완벽한 녹음에 집착했던 것을 빗대는 비유다.

e메일 인터뷰에서 올라프손은 “다른 시대의 두 작곡가를 골라 불가능한 대화를 실현해보고 싶었다. 200년 시차를 둔 두 거장이 동시대의 작곡가들보다 정서적으로 훨씬 가깝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작품의 배열, 큐레이션에도 소신이 있다.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새로운 이야기를 전하고 싶다. 갤러리에서 미술 작품을 큐레이션 하는 것처럼 내가 구상한 맥락에 맞춰 넣었다.” 이 조합을 만드는 데에만 6개월이 걸렸다고 한다.

앨범 전체가 연극 공연처럼 시각화됐다. 올라프손이 가진 음악 공감각과 관계가 있어 보인다. 그는 음을 들으면 색채가 보이는 감각을 가진 사람 중 하나다. “나에게 ‘도·레·미·파’는 ‘흰색, 갈색, 녹색, 파랑’”이라고 했다. “음과 연결된 색은 음마다 늘 동일하게 강렬하게 떠오른다. 공감각성은 피아노를 가르친 어머니 덕에 한두살부터 음악을 들어서 생긴 게 아닐까 싶다.”

데뷔 음반 이후 그의 앨범 트랙은 늘 화제였다. 바흐 주제의 음반에서도 순서를 섞고, 편곡해 연주했다. 그는 “음반 녹음을 좋아한다. 마이크와 절친한 친구가 된 기분”이라며 “머릿속에 늘 4~5개의 녹음 아이디어가 있다”고 했다. 일 년 반마다 음반을 발매해온 올라프손은 “다음 앨범의 주제도 결정했다”며 “위대한 천재 한 명을 중심으로 다른 곡들을 큐레이션 할 것”이라고 했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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