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로서 일가족 4명 에이즈 감염 충격

중앙일보

입력

세계에서 치안수준과 보건위생이 가장 우수한 국가로 평가되는 싱가포르에서 일가족 전원이 후천성면역결핍증(AIDS)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태국인 여성과 결혼해 1남1녀를 두고 있는 존 림(35) 이라는 남자는 최근 병원으로부터 가족 모두가 에이즈에 감염된 사실을 통보받고 극도의 좌절과 비관속에 살아가고 있다고 스트레이츠 타임즈가 14일 보도했다.

림은 6년전 친구의 소개로 태국에서 현지인 여성 파이(29) 을 만나 사귀다가 귀국한뒤 1년간의 동거를 거쳐 결혼했으며 곧바로 딸 안겔을 낳았다.

올해 5살인 안겔은 생후 6개월동안 잦은 설사증세를 보인 것외에는 에이즈 감염을 의심할 만한 징후는 전혀 발견되지 않았으며 심지어 3년간 병원을 드나들었음에도 불구, 의사들조차도 아무런 의심을 하지 않았다.

이들 가족 모두가 에이즈에 감염된 사실을 확인한 것은 남자아이인 샤운이 태어난 지난 97년. 림부부가 아들을 낳았다는 기쁨에 행복감을 느낀 시기는 고작 5개월만에 끝났다.

샤운은 생후 4개월이 지났을 무렵 좀처럼 낫지 않는 감기치료를 위해 한달간 입원, 수차례에 걸친 혈액검사를 통해 에이즈에 감염됐다는 청천벽력과 같은 진단을 받았기 때문이다.

의사들은 감염경로 확인을 위해 림 부부와 딸에 대해서도 혈액검사를 실시, 가족 모두가 몹쓸 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다.

림은 배관공으로 일하면서 매달 받는 2천달러의 수입으로 가족들을 치료해오다가 최근에는 월 2천500달러나 되는 의료비를 도저히 감당할 수 없어 자신의 치료는 포기했다.

가족들이 병원에서 3개월에 한번씩 혈액을 뽑으며 고통스런 투병생활을 하는 모습을 지켜봐야하는 림에게 더욱 가슴찢어지는 일은 올 연말이면 가족들과 떨어져 살아야한다는 것이다.

개정된 이민법으로 인해 부인 파이는 올 연말이면 체류비자의 유효기간이 만료돼 강제출국을 피할 길이 없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부인과 함께 태국으로 들어갈 경우 열악한 의료시설로 인해 제대로 치료받지 못할 것이 뻔하고 싱가포르에 그대로 남는 경우도 부양할 친인척이 없어 아이들의 장래가 암울하기는 마찬가지라는 것.

결국 림씨는 부인의 출국과 함께 벌어질 사태에 대해 도저히 해법을 찾지 못하자 이제는 아예 미래에 대해서는 생각을 하지 않은채 하루하루를 절망속에 살고 있다고 스트레이츠 타임지는 전했다. (자카르타=연합뉴스) 황대일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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