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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0만 인구, 사망자는 4명 뿐" 홍콩의 코로나 방역 성공비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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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한 여성이 '이 자리에 앉지 마세요. 사회적 거리를 존중하세요'라고 써 있는 좌석 옆에 앉아서 독서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한 여성이 '이 자리에 앉지 마세요. 사회적 거리를 존중하세요'라고 써 있는 좌석 옆에 앉아서 독서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28일 전 세계 신종 코로나감염증(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가 300만명을 넘어섰다. 세계보건기구(WHO)가 “팬데믹(대유행)이 끝나려면 아직 멀었다”는 의견을 내놓은 가운데, 과학자들이 국가별 코로나19 대응을 비교하고 있다. 과학 저널 네이처는 27일(현지시간) “각 국가가 시행한 코로나19 방역 정책의 효과를 알아내는 것은 과학자들의 시급한 연구 과제 중 하나”라고 분석했다.

750만 인구 밀집 홍콩, 사망자는 4명뿐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 시행 #어기면 6개월 징역형에 390만원 벌금

홍콩의 방역 성공 비결은?

네이처는 750만명의 인구가 밀집해 있음에도 사망자 수가 4명에 그친 홍콩의 사례를 언급했다. 벤 카울링 홍콩대 감염질병학 교수 등은 지난 17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랜싯 공중보건’에 홍콩이 지난 3개월간 코로나19 확산을 어떻게 막았는지 수치로 분석한 결과를 공개했다. 홍콩은 중국과 교역 규모가 큰 데다 인구밀도가 높아 집단 감염에 취약하다는 핸디캡을 안고있다. 실제 초기에는 중국에 이어 세계 2번째로 사망자가 발생한 국가가 됐다. 그러자 홍콩 정부는 중국 본토와의 연결을 차단하고 강도높은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을 시행했다. 중국을 방문한 사람이 입경하면 14일 동안 격리하고 이를 위반하면 최고 6개월 징역형과 2만5000 홍콩달러(약 390만원) 벌금형에 처하도록 했다. 실제로 홍콩 법원은 중국에서 3월8일 홍콩으로 들어온 후 자가격리 명령을 위반한 31세 남성에게 3개월 징역형을 선고했다.

 홍콩 KFC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해 좌석에 X 표시를 해 놓은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홍콩 KFC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해 좌석에 X 표시를 해 놓은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연구 결과에 따르면 감염자 한 명이 몇 명을 감염시키는지 평가하는 ‘재생산지수(Rt)’는 홍콩에서 2월 내내 1에 가까운 값을 유지하다가 2월 26일에는 0.5까지 떨어졌다. 재생산지수가 1보다 낮으면 감염병이 점차 소멸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자 Rt도 1.5로 급격히 상승했다. 방역에 구멍이 뚫리자 홍콩은 국경을 걸어잠그는 조치를 강화했다. 이후 확산세는 다시 수그러들었고, 현재까지 Rt 값은 1을 조금 넘는 정도다. 연구팀은 “홍콩의 방역 성공 비결은 국경 걸어잠그기와 빠른 격리, 사회적 거리두기, 시민들의 행동 양식 변화”라고 밝혔다.

다만 네이처는 "이번 연구 결과는 위의 조치 하나하나가 어떤 행동 변화를 보였는지 구분하지는 못했다"고 밝혔다.

"엄격한 통제 전략 취한 국가들 사망자 적어"

네이처에 따르면 현재 런던위생열대의학대학원(LSHTM), 옥스포드대학 등 10여개 연구소는 개별 국가의 데이터를 이용해 통제 조치의 효과를 파악하는 모델을 연구 중이다. 휴교ㆍ이동 제한 등 각각의 조치가 집단 감염을 예방하는데 얼마나 효율적인지 밝혀내 앞으로 실질적 대책을 마련하는데 도움을 주려는 목적이다. 로잘린드 에고 LSHTM 수학 모델 전문가는 “만약 ‘어떤 정책이 얼마나 효율적인지’를 모른다면 다음 번에 의사결정을 내리기 어렵다”고 밝혔다.

옥스퍼드는 'COVID-19에 대한 정부의 대응 추적(COVID-19 Government Response Tracker)'이라는 프로젝트를 통해 100여 개 국가에서 13가지 개입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이를 기준으로 엄격성 지표(stringency index)를 산출했다. 색이 진할수록 엄격한 통제 정책을 취한 나라들이다. [COVID-19 Government Response Tracker 홈페이지 캡쳐]

옥스퍼드는 'COVID-19에 대한 정부의 대응 추적(COVID-19 Government Response Tracker)'이라는 프로젝트를 통해 100여 개 국가에서 13가지 개입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이를 기준으로 엄격성 지표(stringency index)를 산출했다. 색이 진할수록 엄격한 통제 정책을 취한 나라들이다. [COVID-19 Government Response Tracker 홈페이지 캡쳐]

코로나19 확진자가 늘어나기 시작하자 세계 국가들은 각자 다른 전략을 택했다. 오스트리아 빈의 복잡계과학연구소(CSH)는 ‘정부가 얼마나 빨리 개입했는지’와 ‘정부가 시행한 제한 조치의 수’를 기준으로 국가를 나눴다. 스웨덴ㆍ영국ㆍ네덜란드는 ‘비교적 늦게 행동한 국가’로 분류됐다. 이들은 초기 단계에서 ‘집단면역’(herd immunity) 전략을 채택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정부가 봉쇄 정책 대신 시민들에게 ‘자발적 거리두기’를 권고하며 확진자 수를 완만하게 조절(flattening the curve)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그에 반해 독일과 호주는 초기 부터 엄격한 통제 전략을 채택했다. CSH는 네이처에 “지금까지 독일과 호주의 사망자 비율은 다른 나라들보다 훨씬 적다”고 밝혔다.

가난한 나라는 부유한 나라보다 더욱 엄격한 조치를 취하는 경향이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저소득 국가들은 보건의료 시스템이 낙후돼 감염이 확산됐을 때 감당하기가 더욱 어려워 조심스럽게 행동하기 때문이다.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팀은 최빈국 중 하나인 아이티와 영국을 비교했다. 아이티는 첫 번째 확진자가 나오자마자 봉쇄조치를 취한 반면, 영국은 첫 번째 사망자가 발생한 지 2주가 지나서야 이동을 제한하는 행정명령을 발표했다. 애너 페터릭 옥스퍼드 연구원은 네이처에 “가난한 나라들은 일단 엄격한 조치를 취해 집단 감염을 최대한 막은 후 부유한 국가의 사례에서 많은 것을 배우겠다는 의향도 엿보인다”고 밝혔다.

권유진 기자 kwen.y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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