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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물 재판' 의장에 의사봉···그 도의회 39명 중 36명이 민주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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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성환 전북도의회 의장이 27일 오후 전북도의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371회 임시회 1차 본회의에서 의사를 진행하고 있다. [전북도의회 인터넷방송 캡처]

송성환 전북도의회 의장이 27일 오후 전북도의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371회 임시회 1차 본회의에서 의사를 진행하고 있다. [전북도의회 인터넷방송 캡처]

해외연수 때 여행사에서 뒷돈을 받은 혐의(뇌물수수)로 재판 중인 송성환(50·전주 7선거구) 전북도의회 의장이 1심 선고가 나오기도 전에 의사봉을 다시 잡아 논란이 일고 있다.

도의회 윤리특위 '의사 진행 중단 권고' 철회 #"의장 임기 끝나기 전 명예 회복 기회 줘야" #"제 식구 감싸기" "민주당 일색…오만" 비판 #송성환 의장, 사과 없이 "다시 뵙게 돼 기뻐"

 전북도의회 윤리특별위원회는 지난해 4월 검찰이 송 의장을 기소하자 그해 5월 '본회의 의사 진행 중단 권고'를 내렸다가 1년 만에 이 권고를 철회했다. 의장 임기가 끝나기 전 명예 회복 기회를 줘야 한다며 내린 결정인데, 시민단체 등을 중심으로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재선 도의원인 송성환 의장은 27일 오후 2시 전북도의회 본회의장에서 "제371회 임시회 1차 본회의 개회를 선언한다"며 의사봉을 두드렸다. 지난해 5월 도의회 윤리특위가 1심 선고 때까지 징계처분을 보류하는 대신 본회의 의사 진행을 하지 않도록 권고한 지 1년 만이다.

 당시 윤리특위는 "검찰에서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됐다는 것만으로도 전북도의회 의원 윤리 및 행동강령 조례에 따른 품위를 떨어트렸다. 징계가 타당하다"는 의견을 냈지만, 송 의장이 반발하자 "검찰 공소 사실만으로 징계를 하는 건 적절치 않다"며 한발 물러났다.

 앞서 전주지검은 지난해 4월 4일 도의회 해외연수 과정에서 여행사로부터 수백만 원을 받은 혐의로 송 의장을 불구속기소 했다. 송 의장에게 뒷돈을 건넨 전북 지역 모 여행사 대표 조모(69)씨도 뇌물공여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송성환 전북도의회 의장이 27일 오후 전북도의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371회 임시회 1차 본회의에서 의사를 진행하고 있다. [전북도의회 인터넷방송 캡처]

송성환 전북도의회 의장이 27일 오후 전북도의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371회 임시회 1차 본회의에서 의사를 진행하고 있다. [전북도의회 인터넷방송 캡처]

 송 의장은 도의회 행정자치위원장이던 2016년 9월 도의회 동유럽 해외연수를 주관한 여행사 대표 조씨에게 두 차례에 걸쳐 현금 775만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송 의장과 조 대표 모두 "대가성은 없었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도의회 윤리특위는 지난 22일 비공개회의를 열어 송 의장에게 내렸던 '본회의 의사 진행 중단 권고'를 돌연 철회했다. 송 의장의 1심 재판이 1년 이상 길어진 데다 그사이 도의회 위상과 신뢰가 추락했고, 충분한 숙려 기간을 가졌다는 게 이유다. '의장 임기가 끝나기 전 명예 회복의 기회를 줘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다고 한다.

 전북도의회 관계자는 "의장이 기소되면 의사봉을 잡지 말아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 당시 윤리특위 (의사 진행 중단) 권고를 의장이 받아들였고, 그 외 의장으로서 외부 활동은 정상적으로 소화했다"고 말했다. 도의회에 따르면 의장 임기는 2년으로 다음 달 선거를 거쳐 새로 선출된 하반기 의장이 7월 1일부터 의사봉을 잡게 된다.

송성환 전북도의회 의장이 27일 오후 전북도의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371회 임시회 1차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전북도의회 인터넷방송 캡처]

송성환 전북도의회 의장이 27일 오후 전북도의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371회 임시회 1차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전북도의회 인터넷방송 캡처]

 도의회 안팎에서는 "민주당이 장악한 도의회가 같은 당 의장에게 면죄부를 줬다"는 비판도 있다. 현재 전북도의회 전체 의원 39명 중 36명이 민주당 소속이다.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는 이날 오전 성명을 내고 "전북도민을 우롱하고 명예를 훼손한 송성환 의장과 윤리특별위원회 위원 전원은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이 단체는 "윤리특위는 1년 전 사건이 불거졌을 당시 징계의 타당성을 부인하지 못하면서도 송성환 의장에 대한 징계처분을 보류했다가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며 "여론의 악화로 인해 떠밀리듯 '본회의 의사 진행 중단 권고'를 내렸다가 1년 만에 스스로 내린 권고 결정의 취지를 완전히 뒤집는 모순된 행위를 했다"고 비판했다.

 정작 송 의장은 이날 열린 본회의에서 본인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사과나 해명을 하지 않았다. 송 의장은 개회사에서 "임시회 개회 자리에서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뵙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도민들께서는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도내 현안 사업의 속도감 있는 추진을 위해 여당에 힘을 실어주셨다"고 했다. 4·15 총선에서 민주당은 전북 10개 지역구에서 9명이 당선됐다.

전주=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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