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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한반도 주인은 우리” 독자 돌파 의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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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4·27 판문점 선언 2주년인 27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나와 김정은 위원장 사이의 신뢰와 평화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바탕으로 평화 경제의 미래를 열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남북 판문점선언 2년 메시지 #“국제 여건 호전 마냥 못 기다려”

김 위원장의 건강 이상설이 불거진 후 문 대통령이 그를 거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 대통령이 직접 “신뢰”를 얘기하며 ‘평화 경제’를 이끌 상대로 김 위원장을 언급한 만큼 위중설에 선을 그은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판문점 선언의 이행이 더딘 데 대해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국제적인 제약을 넘어서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여건이 좋아지기를 마냥 기다릴 수는 없다”고 밝혔다. “우리는 현실적인 제약 요인 속에서도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 작은 일이라도 끊임없이 실천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반도 운명의 주인은 우리 자신”이라고 한 건제재에 얽매이거나 남북 관계와 북·미 관계가 보조를 맞추는 선순환 구조를 의식하기보다는 남북 관계에서 적극 돌파구를 찾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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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은 이어 “제약 요인 속에서도 할 수 있는 일”을 구체적으로 꼽았다. 문 대통령은 “남과 북은 하나의 생명공동체”라며 “남북 생명공동체는 평화공동체로 나아가는 토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위기가 남북 협력에 새로운 기회일 수 있다”고 했다.

“나와 김정은 사이에 신뢰관계” 문 대통령, 김 건강이상설 차단

문 대통령은 또 ▶남북 철도 연결 ▶비무장지대의 국제평화지대화 ▶한국전쟁 유해발굴사업 ▶이산가족 상봉 및 실향민 상호 방문을 제시했다. 이와 관련해 통일부와 국토교통부는 이날 2조8520억원을 투입하는 동해 북부선(철도) 추진 기념식을 강원도 고성군 제진역에서 진행했다. 북한이 묵묵부답인 가운데 열린 ‘나 홀로 기념식’이다. 정부는 남측이 단독으로 진행할 수 있는 남측 구간의 철로 연결 사업에 먼저 나서기로 했다. 현재 강릉과 제진 간 110.9㎞가 철로가 없는 미연결 구간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고, 국가 균형발전에도 크게 기여해 한반도 뉴딜사업의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코로나19 국내 대응에 대해선 “장기전을 염두에 두고 코로나바이러스와 불편한 동거를 각오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이제는 방역과 일상의 지혜로운 공존을 준비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날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는 이례적으로 북한 전문가인 김용현 동국대 교수가 배석했다.

정치권에선 이날 문 대통령이 4·15 총선 압승에서 동력을 얻어 독자적인 대북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치겠다는 국정 방향을 예고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권도 21대 국회에서  4·27 판문점 선언의 국회 비준 등 ‘남북 협력 법제화’에 적극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미국 등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여전한 만큼 남북 협력과 어떻게 조율할지가 계속되는 숙제다. 미래통합당 김성원 대변인은 “지금은 2년 전 하룻밤의 꿈을 기억할 때가 아니라 반성과 기조 전환으로 진정한 한반도 평화를 기약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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