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칼럼] 보편적 AI 교육을 위한 절호의 기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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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차상균 서울대 데이터사이언스 대학원장

차상균 서울대 데이터사이언스 대학원장

세계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더믹 데이터의 공유와 다양한 분석이 인터넷을 달구고 있다. 대학과 연구기관의 의료·생명과학 전문가는 물론 플랫폼 기업의 데이터 과학자, 인공지능(AI) 전문가, 일반인까지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전례 없는 코로나19 위기를 겪으며 국민들은 데이터의 중요성을 체감했다. 온 국민이 이 위기를 생생하게 기억하는 지금은 축적된 코로나19 데이터를 바탕으로 보편적 AI 교육을 시작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늘어난 개인의 자기계발 시간, 초·중·고교와 대학의 온라인 교육환경도 도움이 된다.

코로나19 팬더믹 이후의 세계가 그 이전과 같을 수 없다. 특히 디지털화가 가속할 것이다. 원격 화상회의와 배달 서비스는 공간적 제한을 극복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병원과 산업현장은 감염병에서 해방되기 위해 로봇과 데이터 기반의 자동화에 투자할 것이다. 치료제와 백신 기업들은 개발을 앞당겨줄 데이터 기반 AI에 투자할 것이다.

디지털화의 가속은 가뜩이나 불안한 기존 일자리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다. 이에 대한 해답은 초·중·고교생과 대학생·직장인을 포함해 국민 누구나 데이터 사이언스와 AI를 쉽게 배울 수 있는 국가적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디지털 대전환 시대를 맞아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우리나라가 실질적인 국가 위상을 유지하려면 AI 활용 능력이 있는 디지털 인재 100만 명을 키워야 한다.

인구 550만 명의 핀란드는 보편적 국민 AI 교육에서 가장 앞서 있다. 2018년 AI의 실용적 활용에 초점을 둔 온라인 교육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첫 목표인 국민 1%의 AI 교육을 빠르게 달성했고 2021년까지 유럽인의 1%인 500만 명의 AI 교육을 목표로 재설정했다. 수혜자 40만 명 중 45세 이상이 25%다.

코로나19로 인한 실업 문제에 대처하고 불안해진 경제를 살리기 위해 세계 각국은 전례 없는 규모의 예산을 편성했다. 하지만 국가는 코로나19에 대한 단기적 처방 이상을 생각해야 한다. 국민 스스로 미래의 디지털 세계를 개척할 수 있도록 양질의 보편적 국민 AI 교육을 제공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핀란드식 온라인 교육 프로그램은 시작일 뿐이다. 생애 주기에 맞춰 AI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대면 교육을 이끄는 교원을 양성할 국가적 중심이 필요하다. 이것이 디지털 대전환 시대에 위기를 헤쳐 나가기 위한 디지털 뉴딜 정책이다.

차상균 서울대 데이터사이언스 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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