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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감자 오징어 지나가니 수국이 왔다, 랜선을 타고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홍미옥의 모바일 그림 세상(51)

‘이번엔 수국이래요. 지난번 감자는 실패했는데 대파는 성공했거든요. 아, 그래요? 전 오징어 고시에 붙었어요. 호호호. 그럼 수국 다음엔 작약일까요? 지난번 라넌큘러스는 정말 예뻤거든요.’

포켓팅, 감자고시에 수국열풍까지

온라인을 뜨겁게 달구었던 강원도 감자와 강진수국. 갤럭시탭 s3. 아트레이지. [그림 홍미옥]

온라인을 뜨겁게 달구었던 강원도 감자와 강진수국. 갤럭시탭 s3. 아트레이지. [그림 홍미옥]

주부들의 고민과 일상을 나누는 그곳, 온라인 커뮤니티 자유게시판의 이슈는 무엇일까? 평소 같으면 자녀교육이나 요리 레시피, 부동산 혹은 연예인 열애설로 가득했을 터다. 하지만 요즘은 감자, 오징어, 수국이 그 자리를 꿰차고 말았다. 아! 한참을 마스크와 21대 총선이 끼어들기도 했다.

지난달,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강원도 감자는 그야말로 주부들의 귀를 솔깃하게 했다. 10㎏에 5000원이라는 놀라운 가격이었다. 어수선한 시국에 솔깃한 가격을 달고 등장한 감자는 그야말로 전국을 흔들었다. 속칭 감자 고시로 불리며 너나 할 것 없이 클릭질(?)을 하게 했고, 포켓팅(포테이토 티켓팅)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낸 정도였다. ‘오늘도 실패, 내일은 꼭 성공하고 말 거야!’ 등 유머 섞인 결심들로 게시판은 넘쳐났다.

아니 우리가 언제부터 감자를 그리 좋아했단 말인가! 재밌다. 물론 나도 그 대열에 뛰어들었다. 결국 감자는커녕 포장 상자도 구경 못 했지만….

사실, 감자가 그토록 절실하지도 필요한 것도 아니었다. 꿈에도 생각지 못했던 코로나라는 복병은 본의 아니게 세상을 변화시켰다. 사회적 거리두기의 일환으로 외출이 줄어들고 맘 놓고 마트에 가는 일조차 망설여졌다. 마침 그때 클릭 몇 번으로 전국의 농산물을 직거래할 수 있다는 소식이 인터넷을 달군 것이다. 종류도 다양해서 감자부터 생물 오징어, 심지어 향기 나는 꽃까지 다양했다. 더불어 생산 농가를 돕는데 조금이나마 이바지할 수 있다는 착한 소비심리까지 더해졌다. 살림에 관심이 있을 리 없던 대학생 아들까지 감자 고시에 떨어져서 속상하다고 말할 정도였으니 말 다 했다.

그것뿐인가? 졸업식, 입학식이 실종되고 밸런타인데이, 화이트데이는 미처 오기도 전에 사그라들었다. 그런 실정이니 화훼농가는 오죽했을까? 안타깝게도 제주도 유채꽃밭이 갈아 엎히는 광경을 뉴스에서 봐야 했다. 한때는 투기 광풍까지 일으켰던 네덜란드 튤립이 몽땅 분쇄기로 들어갔다는 해외소식도 들려왔다. 꽃은 무슨 죄란 말인가.

온라인 꽃향기를 맡으며 안방에서 오페라를! 

화훼농가에서 직접 배달되어 온 싱싱한 꽃. [사진 백주경]

화훼농가에서 직접 배달되어 온 싱싱한 꽃. [사진 백주경]

화훼농가 돕기의 일환으로 지자체에서는 각종 꽃들을 저렴하게 판매중이다. [사진 백주경]

화훼농가 돕기의 일환으로 지자체에서는 각종 꽃들을 저렴하게 판매중이다. [사진 백주경]

그래서 이번엔 수국이라며 온라인은 또다시 들썩였다. 역시나 이번에도 놓치고 말았다. 시인 영랑의 고장 강진은 모란만큼이나 아름다운 수국이 유명하다. 바닷바람을 맞아 온갖 색으로 피는 수국이다. 탐스럽기가 그지없는 꽃은 수출길이 막혀 랜선을 타고 안방으로, 사무실로 찾아오기 시작했다.

어찌 수국만 랜선을 타고 오겠는가. 화훼농가에 직접 주문한 꽃도 믿을 수 없이 착한 가격으로 가정으로 사무실로 찾아가고 있다. 농장에서 배달된 커다란 박스엔 싱싱한 꽃들이 향기를 내뿜고 있었다.

궁하면 통하고 돌아가면 길이 있다고 했던가? ‘코로나집콕’으로 일상이 뒤죽박죽됐지만, 사람들은 길을 찾고야 만다. 고맙게도 전 세계의 유명 미술관에선 온라인 전시를 시작했다. 다빈치도 모네도, 고흐까지 안방에서 공짜로 감상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야말로 웬 떡이냐 싶다. 그것뿐인가. 유명 오페라단에선 평소 접하지 못했던 특급공연까지도 아낌없이 공개하고 있다.

랜선을 타고 날아온 꽃과 함께 루브르를 산책하고 오페라의 유령을 감상한다. 코로나집콕이 더 지겨울 때면 BTS 공연이 있다. 말할 것도 없이 몽땅 무료다. 당최 물러갈 기미가 없는 코로나지만 최선이 아니면 차선이 있는 법! 그렇게 우리는 오늘도 슬기로운 집콕생활을 살아가는 중이다.

스마트폰 그림작가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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