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병도 완치될 수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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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병만큼 편견이 심한 질환도 드물다.

사이코에서 텔미섬씽까지 범죄영화의 단골 소재는 이러한 일반인의 편견을 부채질하기까지 한다.

지난 한 주는 대한신경정신의학회가 제정한 정신보건 주간. 전문의들은 정신질환도 다른 질병처럼 완치될 수 있다는 사실을 강조하면서 이들에게 적극적인 치료와 재활을 권유한다.

일반인이 정신질환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상식과 재활을 위한 가이드를 들어본다.

◇ 정신병은 드문 질환이다

단지 겉으로 드러나지 않을 뿐 정신병은 흔한 질환이다.

대표적인 질환으로 우울증을 들 수 있다.

남성은 10명 중 1명이, 여성은 10명중 2명이 일생에 한 번 이상 치료가 필요하다.

망상과 환청에 시달리는 정신분열병이나 특정장소에서 급작스런 불안발작을 일으키는 공황장애의 발생율도 1%나 된다.

이들 질환이 각각 1백명중 1명에게 발생한다는 의미. 사회적 손실도 막대하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이사장인 연세대의대 정신과 민성길교수는 "하버드대 연구진이 장애기간과 치료비 등 특정질병이 경제적으로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결과 우울증이 암이나 심장병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조울증 6위, 정신분열병 9위 등 정신질환이 전체 10대 질환 중 3개나 포함됐다.

◇ 정신질환자는 위험하다

정신질환자에게서 난폭한 범죄를 연상하는 것은 범죄영화가 빚어낸 대표적 편견이다.

살인 등 범죄는 망상에 시달리는 일부 정신분열병 환자에게 충동적으로 나타날 뿐 고도의 지능이 요구되는 치밀한 범죄는 찾아볼 수 없다.

한양대의대 정신과 양병환교수는 "대부분의 국가에서 정신질환자의 범죄율은 일반 인구의 절반 이하로 나타난다" 며 "불안에 떨고 있는 정신질환자는 오히려 사회적 보호가 필요한 약자" 라고 강조했다.

◇ 정신병은 부끄러운 질환이다

감기가 기관지에 생긴 병이라면 정신병은 뇌에 생긴 병일 뿐이다.

오히려 감기처럼 다른 사람에게 전염시키지 않는다는 점에서 사회적 해악도 훨씬 덜하다.

부모들의 그릇된 죄의식도 문제다. 서울중앙병원 정신과 김창윤교수는 "많은 부모들이 어릴 때 가정환경이 나쁘거나 교육이 잘못돼 자녀에게 정신병이 생긴다고 믿고 있다" 고 지적했다.

현대의학은 대부분의 정신질환을 후천적 환경보다 뇌의 기능에 이상이 생긴 것으로 해석하고 있기 때문이다.

◇ 정신병은 치료가 어렵다

효과적인 신약의 잇단 등장으로 정신분열병 등 난치성 정신질환을 효과적으로 극복할 수 있게 됐다.

´정신병〓난치병´ 은 옛말이란 것. 김교수는 "약물치료를 받을 경우 정신분열병 환자 4명중 3명이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할 수 있다" 고 강조했다.

정신질환 역시 조기치료가 중요하다.

감추고 쉬쉬하며 치료를 게을리하다 증상이 악화될 경우 약물치료를 받아도 치료성적이 나빠지기 때문. 망상이나 환청 등 증상이 나타나면 바로 의사를 찾는 것이 좋다.

◇ 우울하거나 부끄럼을 타는 것은 병이 아니다

우울증이나 부끄럼증처럼 성격에 관련된 문제라도 생활에 지장을 초래한다면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고려대의대 정신과 이민수교수는 "특별한 이유없이 우울하거나 실직 등 이유가 있더라도 수개월 이상 우울증이 지속된다면 치료가 필요한 병적 우울증" 이라고 설명했다.

부끄럼증도 마찬가지. 강북삼성병원 정신과 오광수교수는 "과도한 부끄럼증으로 사회생활이 어렵다면 치료가 필요한 대인공포증으로 분류된다" 고 말했다.

보도블록에 금을 밟지 않고 걸어야 마음이 편한 강박장애, 물건을 훔칠때 쾌감을 느끼는 도벽, 불이 타는 장면을 즐기는 방화광 등도 모두 정신질환의 일종이며 약물요법을 통해 치료가 가능하다.

홍혜걸 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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