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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자배달, 꼼꼼 방역, 간호보조…코로나가 연 '생활로봇 시대'

중앙일보

입력

지난 22일(현지시간) 콜롬비아 제2의 도시 메데인에서 자율주행 배달로봇 2대가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외출을 자제하는 분위기 속에서 이런 배달로봇이 전 세계에서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 22일(현지시간) 콜롬비아 제2의 도시 메데인에서 자율주행 배달로봇 2대가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외출을 자제하는 분위기 속에서 이런 배달로봇이 전 세계에서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AFP=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전 세계에서 인력을 대신할 로봇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피자 배달은 물론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소독액 살포 작업에도 로봇이 동원된다. 코로나19 발원지인 중국에선 일찌감치 간호 업무를 돕는 로봇이 생겨났다.

산업용 로봇이 주류였던 로봇 시장이 급속도로 다변화되는 모습이다. 코로나19 사태로 ‘로봇 시대’가 더 빨리 현실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배달원 구인난에 로봇 투입

23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등에 따르면 코로나19 광풍이 불고 있는 미국에선 배달로봇이 주목받고 있다.

미국 애리조나주(州) 피자 체인인 베네치아즈는 이달 초 자율주행 배달로봇 11대를 도입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지난달부터 매장 내 식사가 전면 중단된 뒤로 배달 수요가 늘었고, 불특정 다수를 상대해야 하는 배달 특성 탓에 배달원 모집 자체가 힘들어져서다.

미국 애리조나주 피자 체인 베네치아즈는 이달 초 무인 배달을 위해 자율주행 배달로봇 11대를 도입했다. [베네치아즈 트위터 캡처]

미국 애리조나주 피자 체인 베네치아즈는 이달 초 무인 배달을 위해 자율주행 배달로봇 11대를 도입했다. [베네치아즈 트위터 캡처]

스타트업인 스타십 테크놀로지가 만든 이 로봇은 6개의 바퀴를 단 탱크 모양의 소형 배달로봇이다. 각종 센서 등을 이용해 장애물을 식별하고 달리는 자율주행 로봇으로, 가까운 거리의 무인 배달에 최적화돼 있다.

지난달 말부터 수도 워싱턴의 식료품점과 캘리포니아주의 버블 밀크티 매장에서 같은 로봇을 쓰기 시작했다. 개발 업체 측은 “최근 수 주간 배달로봇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고 닛케이에 밝혔다.

로봇뿐 아니다. 자율주행차도 무인화를 앞당기고 있다. 중국계인 포니AI는 캘리포니아주에서 현지 인터넷 유통업체와 손잡고 식료품 배달에 자율주행차를 투입했다.

현재 10대를 시범 운행 중인데, 자율주행차가 배송지까지 운전하면 직원이 내려서 주문한 식료품이 담긴 종이상자를 현관에 놓아두는 식이다.

◇손 안 닿는 곳에 소독액 살포

코로나19 시대의 화두인 방역에도 로봇이 한몫하고 있다. 사람이 밀집한 빌딩 내부 등 소독 수요가 급증한 가운데 소독액을 살포할 수 있는 로봇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일본 업체인 미라로보틱스는 원격 조정하는 로봇암(팔)을 탑재한 ‘유고(ugo)’란 모델을 소독 작업에 대응할 수 있게 개발했다. 업체 측에 따르면 지난달부터 일본 국내는 물론 프랑스와 싱가포르 등지에서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아직은 초기 단계이고 생산설비 등의 문제로 양산 속도는 느린 편이다. 연내 10대 정도 생산할 계획이다.

지난 1월 23일 일본 도쿄 이케부쿠로에 문을 연 주점 '제로켄메 로보사카바'에서 로봇 바텐더가 칵테일을 만들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1월 23일 일본 도쿄 이케부쿠로에 문을 연 주점 '제로켄메 로보사카바'에서 로봇 바텐더가 칵테일을 만들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또 다른 일본의 로봇 개발 업체인 ZMP는 자율주행하는 경비로봇 ‘파토로(PATORO)’를 올해 출시했는데, 최근 소독액 살포 기능을 추가했다. 귀여운 얼굴을 가진 이 로봇은 위치정보를 이용해 실내를 순찰하면서 손이 닿기 어려운 곳에 소독액을 분사할 수 있다. 업체에 따르면 초기 비용은 200만엔, 이후 월 10만엔 정도의 유지비가 든다.

지난달 28일 일본 도쿄 BBT대학 졸업식에서 오마에 겐이치 학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학생을 대신해 참석한 로봇에게 졸업장을 주고 있다. 로봇의 얼굴 부위 패널에 비친 학생들은 이날 화상으로 답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달 28일 일본 도쿄 BBT대학 졸업식에서 오마에 겐이치 학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학생을 대신해 참석한 로봇에게 졸업장을 주고 있다. 로봇의 얼굴 부위 패널에 비친 학생들은 이날 화상으로 답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분당 200명 체온 측정…외래 접수도   

사실 코로나19 국면에서의 로봇 활용은 중국이 선두다.

바이러스 발원지인 후베이성 우한의 일부 병원에선 사태 초기 의료진 감염 피해가 속출하자 로봇을 간호 보조 업무에 투입했다. 격리병동에 배치된 로봇은 환자를 상대로 배식하거나 간단한 소독까지 해냈다.

지난 2월 26일 중국 광둥성 광저우의 정부청사 입구에서 로봇이 방문객의 체온을 측정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지난 2월 26일 중국 광둥성 광저우의 정부청사 입구에서 로봇이 방문객의 체온을 측정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광둥선 선전의 한 병원에선 로봇이 방문자들의 발열 여부를 확인하고 접수 업무도 도맡았다. 현지 업체인 UB테크로보틱스가 개발한 이 로봇은 환자 얼굴을 인식할 수 있고 피부 온도를 순식간에 측정하는 센서를 갖췄다. 업체 관계자는 닛케이에 “안면 인식 기능을 통해 1분에 200명의 체온을 잴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에선 드론(소형 무인기)도 의료 현장에 투입됐다. 지난 2월 저장성 사오싱시에선 여러 병원 간에 코로나 검사 키트를 드론으로 날랐다. 무게가 가볍고 긴박한 물품이어서 드론을 활용한 것이었다. 드론을 개발한 앤트워크(Antwork)는 앞으로 산간지역 등에 드론 운송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중국의 각 지방정부는 로봇의 자율주행 테스트 등 각종 규제를 과감히 풀면서 이런 스타트업을 지원하고 있다. 양산 능력과 비용 측면에서도 중국의 경쟁력이 압도적이기 때문에 실용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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