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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원격진료 같은 혁신으로 마이너스 성장 극복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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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충격적인 현실이다. 한국은행이 어제 발표한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 분기 대비 -1.4%였다. 한국 경제가 성장을 멈추고 뒷걸음질친 것은 오일쇼크가 밀려온 1980년과 외환위기가 닥친 1998년 두 번뿐이었다. 2008년 금융위기 때도 주요국 중 유일하게 역성장 추락을 피했던 한국이다. 그런데 코로나 충격이 본격화하기도 전에 마이너스 경제에 빠졌다. 2분기 이후에는 더 큰 폭의 역성장이 예상된다. 미국·유럽·일본의 성장률은 -5~-9%까지 추락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여파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올해 한국의 성장률을 -1.5%까지 낮췄다. ‘수출 한국’으로선 올해 성장률이 플러스로 회복될 가능성은 희박해졌다.

코로나 충격 시작인데 역성장 쇼크 #규제 완화가 저성장 탈출의 비상구

정부는 다섯 차례의 코로나 비상경제회의를 통해 240조원 규모의 천문학적 위기대응 자금을 시중에 공급하기로 했다. 전 가구에 100만원을 지원하고 항공·해운·조선 등 7대 산업에 40조원의 기간산업 안정기금을 투입한다. 주력 대기업 업종도 지원이 필요할 만큼 경제가 어렵다.

그야말로 코로나 사태는 산업의 근간을 흔들어 놓고 있다. 이런 점에서 재정만 쏟아붓는 단기부양책으로는 코로나 사태의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과거 두 차례 마이너스 경제 때와 비교해도 이번 사태는 쉽게 극복하기 어려운 환경에 놓여 있다. 1980년과 1998년에는 성장 여력이 있었고 재정은 건전했다. 친(親)시장 정책도 크게 도움이 됐다.

지금은 이 세 가지가 모두 달라졌다. 코로나 사태 이전부터 저성장에 허덕였고 정부의 정책 기조는 임금·근로시간까지 통제할 만큼 반(反)기업·반시장적이었다. 공유승차가 전 세계적으로 허용되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타다 금지법’이 국회에서 통과되는 지경이 됐다. 지난해부터 기업 수익 악화로 세수가 둔화하고 복지 지출까지 급증하면서 올해는 재정적자도 커지고 있다.

결국 정부가 긴급 고용안정 대책과 기간산업 안정기금을 마련한 것은 코로나 사태 극복을 위한 필요조건에 불과하다. 장기적으로는 혁신을 통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드는 것이 위기 극복과 고용 안정의 충분조건이 될 수 있다. 이미 전 세계는 그런 방향으로 가고 있다. 원격의료가 대표적인 분야다. 4차 산업혁명에서 앞서 나가고 있는 중국은 11억 명이 ‘코로나 원격진료’를 받았다. 일본에서도 네이버의 라인 메신저를 통해 전 국민이 의사 진료를 받을 수 있다. 비대면 접촉의 언택트 흐름을 소비자와 연결하는 온택트로 빠르게 바꿔 나가고 있는 것이다.

우리도 과감한 정책의 발상 전환이 필요하다. 지금 같은 위기상황이야말로 암반 같은 규제의 벽을 뚫고 경제의 활력을 높이는 혁신의 계기가 아니겠는가. 금융위기 때도 당시 정부는 규제 개혁 과제 280개를 발굴해 경제 위기의 돌파구를 마련했다. 대통령 주재 5차 비상경제회의를 끝으로 경제사령탑을 다시 맡은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즉각 실행 방안을 마련하길 바란다. 혁신은 저성장 탈출의 지름길이기도 하다. 확실한 길을 놔두고 지체할 시간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