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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세대 위해 남긴다…남양주 왕숙에 ‘복합용지’ 많은 까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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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남양주 왕숙 지구 전체 조감도의 모습. 도시가 왕숙천과 산으로 둘러싸여 있다. [사진 LH]

남양주 왕숙 지구 전체 조감도의 모습. 도시가 왕숙천과 산으로 둘러싸여 있다. [사진 LH]

최근 국내 도시·건축 업계에 유례없는 큰 장이 섰다. 정부가 수도권 30만 가구 공급을 목표로 추진하는 3기 신도시의 마스터 플랜 관련 공모전이 줄줄이 열렸다. 국토교통부와 국가건축정책위원회, 한국주택토지공사(LH) 등이 1·2기와 다른 신도시를 만들겠다고 의기투합해 첫발을 뗀 결과다.

주거·상업·자족·공공용지 나눌 때 #GTX 들어선 뒤 활용 방안 감안 #현재보다 미래 보고 유연하게 구성 #건축 공모전 ‘공생도시’ 최우수작

무턱대고 공급량부터 앞세우기보다, 도시의 컨셉트를 정하고 도시와 건축계획을 함께 짜겠다는 목표다. 이전에는 사업 시행자인 LH가 용도별로 구획을 나눠 일괄 공급하면 공공이나 민간에서 용도 및 용적률 등에 맞춰 건물을 제각각 지었다. LH 측은 “도시와 건축이 잘 어우러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계속 이어져 왔고, 미래 도시에 대한 새로운 아이디어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5만3000가구가 들어서는 남양주 왕숙 지구의 경우 디에이그룹엔지니어링 종합건축사사무소 컨소시엄의 ‘공생 도시’가 최우수작으로 뽑혔다. 이 도시의 주요 특징 중 하나가 복합용지다. 주거·상업·자족·공공시설용지마다 다른 색깔의 복합용지가 들어가 있다. 컨소시엄에 함께 참여한 도시계획 전문가인 김현무 사이트랩 대표는 “현재 시점의 기능과 용량만 생각해서 도시 계획을 하다 보니 미래 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기가 어려웠다”며 “GTX-B 노선이 완성된 후 남양주 왕숙 지구가 또 어떻게 달라질지 예측하기 어려운 만큼, 도시가 만들어지면서 달라질 용도와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운신의 폭을 둔 땅”이라고 덧붙였다.

이 복합용지를 어떻게 운영할지를 놓고 LH는 현재 연구용역을 발주한 상태다. LH 관계자는 “복합용지의 경우 LH가 바로 매각하지 않고 모듈러 건축물을 짓거나 주차장으로 활용하는 식으로 쓰다가 도시가 완성될 때쯤 바뀐 수요에 맞춰 용도를 정해 팔 수도 있을 것”이라며 “물리적으로 한번 정해지면 바뀌기 어려운 도시계획을 이런 복합용지와 같은 공간을 둬서 유연하고 탄력적으로 만들어보자는 쪽으로 도시 계획 트렌드가 바뀌고 있다”고 덧붙였다.

학교도 공원과 맞물려 2개 이상 지어지도록 계획되어 있다. 이 역시 인구 변화에 맞춰 학교 공간을 유연하게 쓰기 위한 조치다. 김 대표는 “학생 수가 줄어들어 학교 공간이 많이 비게 될 경우 두 학교를 하나로 합치고 남은 건물을 공공시설로 이용하는 식으로 융통성 있게 쓰기 위한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일자리를 위한 자족 용지의 경우 남양주 왕숙 지구 전체의 14.6%에 달한다. 통상 이런 자족 용지를 한데 모아 두지만 당선작은 왕숙 지구를 남북으로 관통하는 S-BRT 노선을 따라 자족 용지의 3분의 1가량을 배치했다. 나머지는 랜드마크로 개발될 GTX-B 정류장 인근에 첨단산업단지로 배치된다.

이는 집 밖을 나와 걸어서 일터로 10분 만에 갈 수 있는, 일명 10분 생활권을 만들기 위해서다. 김 대표는 “3기 신도시가 서울에만 의존하지 않고 자생력을 가질 수 있게 직주근접의 일터를 쉽게 구할 수 있게 하기 위한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4차산업 혁명 시대, 앞으로 일의 개념이 어떤 식으로 바뀔지 모른다는 점도 감안했다”고 덧붙였다.

남양주 왕숙 지구의 총괄계획가는 총 8명이다. 도시설계 총괄계획가로 위촉된 이 대표를 포함해 교통·건축·토목 등 분야마다 총괄계획가를 뒀다. 이번 공모전 당선작의 아이디어가 잘 살아날 수 있게 총괄계획단의 자문회의를 거쳐 LH는 올 9월께 지구계획을 신청한다는 목표다. 이를 토대로 내년 하반기께 시범단지를 주축으로 입주자모집 공고를 한다는 계획이다.

한은화 기자 on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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