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팩플] 코로나19가 바꾼 무대…콘서트·뮤지컬, 유튜브로 넘어가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영국 록밴드 롤링스톤스가 지난 18일 원월드 공연을 위해 각기 자택에서 온라인으로 접속해 합주를 선보이고 있다. [글로벌시티즌]

영국 록밴드 롤링스톤스가 지난 18일 원월드 공연을 위해 각기 자택에서 온라인으로 접속해 합주를 선보이고 있다. [글로벌시티즌]

지난 주말 2개의 대형 콘서트가 온라인에서 열렸다. 미국 팝스타 레이디 가가가 기획해 전 세계 110개 팀이 참여한 '원 월드 : 투게더 앳 홈'과 방탄소년단(BTS)의 '방에서 즐기는 방탄소년단 콘서트(방방콘)'이다. 두 콘서트의 조회 수를 합치면 1억이 넘는다.

무슨 일이야?  

코로나19로 콘서트 시장은 큰 타격을 입었다.
· 전 세계 콘서트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라이브네이션 엔터테인먼트와 AEG 프레젠츠는 지난달 12일 이후 모든 콘서트를 잠정 중단했다. 라이브네이션의 주가는 두 달 사이 정확히 반토막 났다. (2월 19일 76달러→4월 17일 38달러)
· 국내도 콘서트부터 홍대 소규모 공연까지 모두 취소됐다.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는 최근 두 달간 200여 개 이상의 공연이 연기되거나 취소된 것으로 추산한다. 이 와중에 초대형 콘서트 2개가 온라인에서 성공리에 개최된 것.

온라인 콘서트, 뭐가 특별해?

· 내 공간에서: 두 콘서트 모두 '홈(Home)'과 '방(Room)'이라는 개인 공간을 앞세웠다. '콘서트가 내가 있는 곳으로 찾아온다'는 의미. '안방 1열'이라는 용어는 TV 대화면으로 공연을 즐기는 새로운 문화를 상징한다.
· 온라인 퍼스트: 방송 대신 유튜브·페이스북·인스타그램 등 디지털 플랫폼이 주축이 됐다. 원월드 콘서트는 8시간짜리 콘서트 영상 2400만 조회를 비롯해 누적 5150만 조회(공동 주최한 글로벌시티즌 유튜브 기준)를 기록했고, 방방콘도 18일~19일 이틀간 유튜브 '방탄TV' 채널 조회 수가 5000만회 이상을 기록했다.
· 스토리: 노래뿐 아니라 스토리를 살렸다. '원 월드'는 엘튼 존, 롤링스톤스 등 세계적 가수에 더해 제니퍼 로페즈 같은 배우, 빌 게이츠 부부와 미셸 오바마 등 톱스타들이 등장했다. 이들은 코로나19에 맞서는 시민·정부·의료진의 이야기를 하고 자신들의 일상을 보여줬다. 방방콘도 BTS의 일상생활, 팬 미팅 실황 등 기존 콘서트에서는 볼 수 없던 스토리를 담았다.
· 기술: 원월드 공연에서 영국 록 밴드 롤링스톤스는 멤버 4명이 각자 자기 집에서 카메라 4대로 화상 합주를 선보였다. 원격회의 시대에 맞춘 새로운 연주였다. 방방콘은 콘서트 영상과 응원봉(아미밤)을 연동시켰다. 블루투스를 활용해 영상 오디오 신호에 따라 응원봉 색깔을 바꾸는 방식으로 참여자에게 전에 없던 재미를 준 것.

지난 18일~19일 양일간 온라인에서 진행된 '방방콘' 영상. 아미콘이라 불리는 응원도구를 활용해 현장감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방탄TV]

지난 18일~19일 양일간 온라인에서 진행된 '방방콘' 영상. 아미콘이라 불리는 응원도구를 활용해 현장감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방탄TV]

온라인 콘서트의 배경은

콘서트 등 공연 시장이 내세운 핵심 가치는 '경험'이었다. 공연 전문가들은 "콘서트를 촬영한 영상이 콘서트 자체를 대체하기는 힘들다"고 평가해 왔다. 그러나 영상에 익숙한 젠지(Generation Z) 세대가 콘텐츠 소비시장으로 들어오며 상황은 바뀌고 있다.
· 마케팅 기업 메조미디어는 '언택트 트렌드' 보고서를 통해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는 공연 등 오프라인 콘텐츠도 안방 1열에서 동영상 플랫폼으로 소비한다"고 했다.
· 2018년 개봉해 국내에서 1000만명에 가까운 관객을 동원한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는 '보는 콘서트'의 가능성을 보여준 예로 꼽힌다.
· 콘서트를 '안방'으로 옮겨올 기술도 충분히 발전했다는 평가다. 현장감을 재현한 4K 이상 화질과 고품질 음원을 녹화·송출하는 데 어려움이 없고, 5G 등 통신기술 발전으로 라이브 영상 스트리밍도 쉬워졌다. 영상 플랫폼을 통해 팬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것도 온라인 콘서트의 장점.

국내에서는?

디지털콘서트 시장에 진출한 네이버와 SM엔터테인먼트(좌), 그리고 실감형 콘서트를 선보인 KT와 지니뮤직.

디지털콘서트 시장에 진출한 네이버와 SM엔터테인먼트(좌), 그리고 실감형 콘서트를 선보인 KT와 지니뮤직.

· 브이 라이브(V LIVE) 영상 플랫폼을 보유한 네이버가 SM엔터테인먼트와 손잡고 26일 아이돌그룹 슈퍼엠의 '비욘드 라이브' 콘서트를 연다. 네이버는 "오프라인 공연을 단순히 온라인 중계하는 걸 넘어, 디지털에 최적화된 콘서트 콘텐츠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 5G 기술을 가진 통신사와 음원 플랫폼도 디지털 콘서트에 관심이 많다. 국내 음원 플랫폼 2위 지니뮤직은 KT와 손잡고 음악에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을 결합해 공연을 풍성하게 하는 버추얼 플레이(VP)를 내놨다. 그룹 마마무가 첫 앨범을 냈고 VP는 글로벌 시장 진출을 계획 중.

해외에선 어때 

빌보드는 페이스북 라이브를 이용해, 온라인 라이브 공연을 지난달 부터 진행해 오고 있다. [페이스북 캡처]

빌보드는 페이스북 라이브를 이용해, 온라인 라이브 공연을 지난달 부터 진행해 오고 있다. [페이스북 캡처]

· 미국 빌보드는 페이스북을 통해 지난달부터 릴레이 라이브 콘서트를 진행하고 있다. 라이브 콘서트 페이지만 1312만명이 팔로우 중.
· 인스타그램 라이브 미니 콘서트도 인기다. #TogetherAtHome 해시태그를 통해 콜드플레이, 찰리 푸스, 국내 그룹 10cm 등이 콘서트를 열었다. 주요 온라인 콘서트를 업데이트하는 빌보드 페이지도 등장했다.
· 온라인 콘서트 플랫폼 스태이짓(Stageit)에선 코로나 전엔 월 2~3건에 불과하던 공연이 지난달 60건 이상으로 늘었다.

앞으로는

콘서트를 시작으로 뮤지컬, 클래식 등 공연 전반의 디지털화가 예상된다.
· 베를린 필하모닉과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하우스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으로 무관중 공연을 생중계하고 있다. 지난 주말 뮤지컬 거장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유튜브서 공개된 '오페라의 유령'은 조회수 1000만을 넘겼다.
· 해외에선 클래식 라이브 플랫폼 '아워콘서트닷라이브' 같은 서비스가 등장했다. 미국 브로드웨이의 뮤지컬과 연극 공연을 온라인으로 볼 수 있는 '브로드웨이 온 디맨드'도 5월에 출시된다. 국내도 예술의 전당, 세종 문화회관, 국립국악원 등이 온라인 공연을 시작했다.
· 파이낸셜타임스는 "코로나19 이후 수많은 예술가들이 온라인으로 향하고 있다"며 "코로나 종식 후에도 예술기술의 도움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 반대 의견도 있다. 한국 조지메이슨대 이규탁 교수는 "온라인 공연의 활성화로 잠재적 팬이 늘어날 수 있지만, 현장감이 중요한 오프라인 공연을 대체하긴 힘들다"며 "수준 높은 공연은 오프라인에 남고, 유튜브로도 충분한 수준의 공연은 온라인으로 소비하는 양극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했다.

정원엽 기자 jung.wonyeob@joongang.co.kr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