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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매카트니, 셀린 디옹, 슈퍼엠 등 8시간 동안 110여팀 노래 “코로나19 잘 견뎌내길”

중앙일보

입력

‘원 월드: 투게더 앳 홈’에서 합주하는 안드레아 보첼리, 셀린 디옹, 레이디 가가, 랑랑. [유튜브 캡처]

‘원 월드: 투게더 앳 홈’에서 합주하는 안드레아 보첼리, 셀린 디옹, 레이디 가가, 랑랑. [유튜브 캡처]

“어둠이 우리 삶을 뒤덮을 때/ 저희를 인도해주소서/ 안전할 수 있도록 믿음을 주소서”
중국 피아니스트 랑랑의 연주 위로 캐나다 출신 팝스타 셀린 디옹과 이탈리아 테너 안드레아 보첼리, 미국 팝스타 레이디 가가의 목소리가 차례로 더해졌다. 이들이 각자 집에서 들려준 ‘더 프레이어(The Prayer)’ 합주는 그 어느 때보다 경건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싸우고 있는 전 세계 의료진을 위한 온라인 콘서트 ‘원 월드: 투게더 앳 홈(One World: Together At Home)’의 마지막 곡이었기 때문이다. 19일 오전 3시(한국시간) 미국 안드라 데이의 ‘라이즈 업’을 시작으로 11시까지 장장 8시간 동안 전 세계에서 110여팀의 스타들이 총출동한 대장정이었다.

608억원 모은 ‘원 월드: 투게더 앳 홈’ #스트리밍 플랫폼서 337만명 넘게 시청 #레이디 가가 “세상에 보내는 러브레터” #코로나 위로송 ‘린 온 미’ 등 울려퍼져

세계보건기구에 기금 전달 계획을 밝히고 있는 레이디 가가. [유튜브 캡처]

세계보건기구에 기금 전달 계획을 밝히고 있는 레이디 가가. [유튜브 캡처]

세계보건기구(WHO) 및 자선단체 글로벌 시티즌과 함께 이번 행사를 기획한 레이디 가가의 활약은 공연 곳곳에서 빛났다. 앞서 애플의 팀 쿡 등 68개 기업 CEO와 직접 화상 통화를 하며 기부를 이끌어낸 가가는 “이미 5000만 달러(약 608억원)가 넘게 모였다. 오늘은 지갑을 넣어두고 함께 공연을 즐겨달라”며 “이번 콘서트는 세상에 보내는 우리의 러브레터”라고 소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4일 WHO의 코로나19 대응을 문제 삼으며 자금 지원 중단을 지시했지만, 가가는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을 향해 “의료진의 이야기를 전하고 자원 부족의 문제점을 깨닫게 해 준 당신은 진정한 슈퍼스타”라며 칭송했다.

미국 매사추세츠에서 빌리 아일리시 공연을 보고 있는 모습. [EPA=연합뉴스]

미국 매사추세츠에서 빌리 아일리시 공연을 보고 있는 모습. [EPA=연합뉴스]

이번 공연은 1985년 에티오피아 난민의 기아 문제를 돕기 위해 기획된 ‘라이브 에이드’와 맞먹는 행사로 화제를 모았다. 지난달 영국 밴드 콜드플레이의 보컬인 크리스 마틴이 시작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상의 라이브 공연 ‘투게더 앳 홈’이 일파만파로 커져 전 세계 뮤지션의 참여를 이끌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개별 뮤지션이나 기획사, 방송국 단위의 온라인 콘서트는 종종 있었지만 이처럼 대규모 기금 행사가 마련된 것은 처음이다. 당시 영국 웸블리와 미국 JFK스타디움에서 60여팀이 16시간 동안 공연을 펼친 라이브 에이드는 1억 5000만 파운드에 달하는 금액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댄스와 운동을 결합한 댄서사이즈를 선보인 잭 블랙. [유튜브 캡처]

댄스와 운동을 결합한 댄서사이즈를 선보인 잭 블랙. [유튜브 캡처]

‘21세기 온라인판 라이브 에이드’도 이에 못지 않은 스케일을 자랑했다. 오전 9~11시 2시간 동안 진행된 본 공연이 미국 ABCㆍCBSㆍNBC와 영국 BBC에서 생중계돼 각 방송사에서 간판 토크쇼를 진행하고 있는 지미 키멜ㆍ스티븐 콜베어ㆍ지미 팰런 등 스타 MC도 총출동했다. 사전 공연을 포함 8시간 동안 여러 스트리밍 플랫폼에서 동시 방영돼 정확한 숫자가 집계되진 않지만, 유튜브ㆍ페이스북ㆍ트위터ㆍ네이버 V라이브 등 실시간으로 시청한 사람만 337만명이 넘는다. 추후 순차 집계 결과가 발표되고 방영 후 SNS로 관람한 사람들을 고려하면 누적 시청 인원은 점차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영국 런던에서 나일 호란의 공연을 보고 있는 모습. [EPA=연합뉴스]

영국 런던에서 나일 호란의 공연을 보고 있는 모습. [EPA=연합뉴스]

전 세계에서 코로나19를 어떻게 극복하고 있는지 모습도 중간중간 담겼다. 지난 15일 제21대 국회의원선거가 치러지고, 다음 달 프로야구 시즌 개막을 앞둔 한국을 모범 사례로 소개하기도 했다. 보호장비를 착용한 채 환자를 돌보느라 생긴 상처에 밴드를 붙인 의료진 인터뷰를 보여주면서 “다른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쓴 희생정신을 보여주는 배지”라고 설명했다. 매일 오후 7시가 되면 의료진을 향한 박수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캐나다의 ‘박수 캠페인’이나 자가격리 중인 시민들이 발코니로 나와 함께 노래하는 이탈리아의 ‘발코니 음악회’ 등 코로나19가 바꿔놓은 다양한 풍경을 담았다.

폴 매카트니가 자택에서 피아노를 치며 노래하고 있다. [유튜브 캡처]

폴 매카트니가 자택에서 피아노를 치며 노래하고 있다. [유튜브 캡처]

영국의 폴 매카트니는 “우리는 코로나와 싸우기 위해 함께 뭉쳐야 한다”며 “전 세계의 지도자에게 건강 관리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고 이야기해야 한다. 그래야 이런 위기가 다시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어머니가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간호사여서 의료진과 많은 시간을 보냈다. 우리를 안전하게 지켜주는 그들에게 감사를 표한다”며 비틀스의 ‘레이디 마돈나(Lady Madonna)’를 불렀다. 미국의 스티비 원더는 지난달 30일 심장 합병증으로 세상을 떠난 동료 빌 위더스를 추모하며 ‘린 온 미(Lean On Me)를 불렀다. “나에게 기대라”는 뜻의 ‘린 온 미’는 최근 미국 병원에서 의료진과 환자들이 서로를 위해 불러주는 대표적인 ‘코로나 위로송’으로 자리매김했다.

숀 멘데스와 카밀라 카베요가 듀엣을 하고 있다. [유튜브 캡처]

숀 멘데스와 카밀라 카베요가 듀엣을 하고 있다. [유튜브 캡처]

합주나 합창을 택한 뮤지션도 많았다. 영국 록밴드 롤링스톤스의 네 멤버들은 각자 집에서 ‘유 캔트 올웨이즈 겟 왓 유 원트(You Can‘t Always Get What You Want)’를 연주하는 모습이 4 분할된 화면에 담겼다. 미국과 영국의 싱어송라이터 존 레전드와 샘 스미스는 벤 E.킹의 ‘스탠드 바이 미(Stand By Me)’를 듀엣으로 선보였다. 연인 사이인 캐나다 출신 숀 멘데스와 쿠바 출신 카밀라 카베요는 나란히 피아노 앞에 앉아 루이 암스트롱의 ‘왓 어 원더풀 월드(What a Wonderful World)’를 불렀다. 함께 하는 음악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보여주는 장면이 곳곳에서 연출됐다.

각자 숙소에서 취미 생활을 하며 '위드 유'를 부르는 슈퍼엠. [유튜브 캡처]

각자 숙소에서 취미 생활을 하며 '위드 유'를 부르는 슈퍼엠. [유튜브 캡처]

한국 가수 중 유일하게 이번 행사에 참여한 슈퍼엠은 사전 공연에서 ‘위드 유(With You)’를 선보였다. 샤이니·엑소·NCT 127·웨이션V 등 SM엔터테인먼트 연합팀인 이들은 다양한 취미 활동을 즐기며 각자 파트를 소화했다. 샤이니 태민은 요리를 하고, 엑소 카이는 프라모델을 조립하는 식이다. 미국 영화배우 잭 블랙은 댄스와 운동을 결합한 ‘댄서사이즈’를 선보이기도 했다. 이외에도 엘튼 존의 ‘아임 스틸 스탠딩(I’m Still Standing)’, 테일러 스위프트의 ‘순 유윌 겟 베터(Soon You’ll Get Better)’ 등 다양한 바람을 담은 노래들이 이어졌다. 미국의 퍼스트 레이디였던 미셸 오바마와 로라 부시, 빌-멀린다 게이츠 부부, 오프라 윈프리, 데이비드-빅토리아 베컴 부부 등 다양한 분야에 종사하는 인사들이 나와 격려의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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