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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ew] 한국 제조업 비중, 미·영의 2~3배…코로나 위기 버팀목 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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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자동차 산업은 부품·철강·전자장비 등 각종 후방산업과 함께 대규모 일자리를 창출한다. 사진은 기아차 광주 2공장 생산라인 모습. [뉴스1]

자동차 산업은 부품·철강·전자장비 등 각종 후방산업과 함께 대규모 일자리를 창출한다. 사진은 기아차 광주 2공장 생산라인 모습. [뉴스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한국 경제에서 제조업의 중요성을 새삼 일깨우고 있다. 환경오염의 ‘주범’, 부가가치가 낮은 ‘굴뚝 산업’ 같은 오명을 짊어졌지만 세계적인 경제 위기 속에서도 그나마 제조업이 제 역할을 하면서 한국 경제가 버티고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에도 ICT·자동차 등 선방 #성장률 하락 OECD 36국 중 최소 #일시 휴직도 서비스 비해 덜 늘어 #2분기부터 제조업도 타격 불가피 #“법인세·보험 유예, 규제 완화를”

국제통화기금(IMF)이 최근 발표한 세계 경제 전망보고서에 따르면 반년 전과 비교한 한국의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 하락 폭(3.4%포인트)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 회원국 가운데 가장 작았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도 비록 마이너스(-1.2%)지만 주요 20개국(G20) 가운데서는 인도(1.9%)·중국(1.2%)·인도네시아(0.5%)에 이어 4위다.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한 국가로 꼽힌다는 얘기다. 이는 우선 방역 성과가 양호한 데다, 전염병 확산에 따른 피해가 큰 산업에 대한 의존도가 낮은 영향이 크다.

주요 국가 GDP 대비 제조업 비중

주요 국가 GDP 대비 제조업 비중

여기에 상대적으로 제조업 비중이 높고 서비스업 비중이 낮은 경제구조도 충격을 완화하는 데 큰 몫을 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제조업 비중은 27.8%로 우리와 유사한 구조를 가진 독일(21.6%), 일본(20.8%)보다도 높고 미국(11.6%)·영국(9.6%)과는 격차가 크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페이스북 글을 통해 “코로나19 위기는 우리 곁에 가까이 있는 공장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게 해준다”고 짚었다.

반면 우리나라의 서비스업 의존도는 62%로 미국(80%)·스페인(75%)·독일(69%) 등보다 낮은 편이다. 대면 접촉이 맞은 서비스업은 전염병 확산의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김 차관은 “인적 교류 제한으로 직접적인 타격을 받은 관광산업 비중이 한국은 3%로 유럽 등 주요국 대비 4분의 1수준에 불과하다”며 “구박을 받아가며 어떻게든 국내에 뿌리를 내리고 사업을 영위해 온 수십만 제조회사와 종사자들이 우리들의 숨은 영웅이라고 말해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한국의 주력 산업인 정보통신기술(ICT)은 대외 악재에도 수출 감소 폭을 최소화하며 한국 수출의 버팀목 역할을 해주고 있다. 삼성전자가 평택 2기 라인을 연내 가동하고, SK하이닉스가 경기 이천 M16 공장을 올 하반기 준공하는 등 불확실성의 고조에도 신설·증설 투자는 계획대로 진행할 계획이다. 자동차·철강·정유 등도 수출이 예년보다 감소하고, 업황도 악화하고 있지만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인 항공·유통·관광·외식분야 등과 비교하면 상황은 상대적으로 나은 편이다.

코로나발 고용 쇼크에도 제조업은 비교적 선방했다. 코로나19로 인한 휴업·휴직이 늘어나면서 지난달 일시휴직자는 1982년 통계집계가 시작된 이후 역대 최대인 160만7000명으로 늘었다. 과거 역대 최대는 2014년 8월 87만8000명이었다. 증가폭은 126만명으로 역시 통계집계 후 최대였다.

3월 일시휴직자 증가 폭

3월 일시휴직자 증가 폭

일시 휴직자 증가폭은 소매·숙박음식점업이 20만5000명, 교육서비스업이 20만명 등의 순으로 많았다. 늘어난 일시휴직자의 3분의 1 정도다. 나머지 3분의 1은 정부 일자리 사업 연기 등의 영향으로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과 공공행정업에 분포했다. 통계청 관계자는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한 외출 자제와 개학 연기 등으로 타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반면 제조업과 광공업은 각각 5만3000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그나마 타격을 덜 받은 제조업에서 경제 충격을 완충해주고 있다”며 “규제 완화와 기업 환경 개선을 통해 해외로 떠난 제조 기업을 다시 국내로 불러들이는 ‘리쇼어링’ 정책을 코로나 극복 대책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라고 조언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지 않는다면,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 특성상 제조업 역시 추가 타격이 불가피 하다. 당장 2분기부터는 보릿고개를 맞을 것이라는 위기론도 제기된다.

주요 산업별 건의 내용

주요 산업별 건의 내용

지난주 대한상공회의소와 자동차·철강·석유화학·기계·조선 등 5개 업종협회가 공동으로 개최한 코로나19에 따른 산업계 대책회의에서 발제자로 나선 김진우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2분기에 공급 차질과 수요절벽이 겹친 부정적 수치들이 나오기 시작하면 경제주체의 불안 심리가 가중될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그는 “자동차 산업의 부진은 후방산업인 철강이 고스란히 영향을 받으면서 2분기에 철강 판매량 감소와 채산성 악화가 동시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석유화학도 관련 제품 수요가 2분기에 급격하게 축소되는 등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2분기 수요절벽과 유동성 위기에 정부의 선제적 지원 대응을 주문했다. ▶법인세·부가세·개별소비세 납부 유예, 4대 보험 및 세금 납부 기한 연장 등 간접적인 유동성 지원 방안 ▶특별연장근로 대폭확대, 유연근무제 조속개정 등 노동규제의 완화 ▶공공기관이 보유한 노후장비의 국산 조기 교체, 정부 조달 기계장비 구매 시국산장비우선 구입 ▶선박 제작금융의 만기연장, 운전자금 공급 등 금융지원 ▶석유화학 업종의 핵심 원자재인 나프타에 대한 긴급 영세율 적용 등을 요청했다.

손해용 경제에디터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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