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3석(지역구 84석)으로 쪼그라든 미래통합당의 당선인 중 유독 눈에 띄는 인사들이 있다. 야인 생활을 접고 국회에 복귀했거나 ‘생환’에 성공한 옛친이계 인사들이다.
친박계 의원들의 전성기였던 지난 19·20대 국회에서 친이계 인사들은 당내 ‘아웃사이더’ 정도로 인식됐다. 하지만 이번에 친박계 인사들이 대거 밀려나면서 “친이계의 약진이 상대적으로 돋보인다”는 당내 평가가 나온다. 지난 국회에서 ‘소수 의견’ 정도로 치부됐던 친이계 의원들의 당내 발언권이 무시할 수 없는 수준으로 커질 것이란 분석도 있다.
조해진(3선·밀양-의령-함안-창녕) 당선인은 ‘이명박 서울시장’ 밑에서 정무보좌관을 지낸 대표적 친이계다. 2016년 총선에서 무소속 출마해 낙선했지만, 4년 공백을 털고 부활했다. 박진(4선·서울 강남을) 당선인은 이명박 정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간사를 지냈다. 서울 종로에서만 3선을 지낸 박 당선인은 활동 무대를 강남으로 옮겨 8년 만에 국회로 돌아왔다. 이달곤(재선·창원 진해) 당선인도 두번째 국회의원 배지를 달았다. 2008년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한 이 당선인은 1년 뒤 MB정부 행정안전부장관에 임명되고, 이후 청와대 정무수석까지 거쳤다.
참패 속에서 의석을 지킨 친이계도 있다. 이 전 대통령 당선인 대변인, 초대 특임장관 출신의 주호영(대구 수성갑) 의원은 한때 이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통했다. MB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정진석(공주-부여-청양) 당선인도 5선 고지에 올랐다. 이외 장제원(3선·부산 사상), 윤한홍(재선·창원-마산-회원) 당선인이 생환했고, MB 정부에서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을 지낸 정운천 의원도 미래한국당 비례대표로 재선에 성공했다. 무소속으로 4선에 오른 권성동(강릉) 당선인은 MB 청와대 법무비서관 출신이다.
‘새로운 친이계’도 있다. 김은혜(분당갑) 당선인은 김병관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0.7%포인트 차이로 누르고 여의도 문턱을 처음 넘었다. 김 당선인은 MB 정부에서 청와대 부대변인을 지냈다.
특히 3선 이상 친이계 6인방(주호영·정진석·권성동·박진·조해진·장제원)이 원내대표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조해진 당선인은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향후 1년이 보수 진영의 고비”라며 “계파·당권 싸움은 접어두고 능력 있는 보수로 거듭날 때까지 처절한 자기반성을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반면 친박계는 희비가 엇갈렸다. 공천과 총선에서 대거 고배를 마셨다. 정갑윤, 원유철, 유기준, 한선교 의원 등이 불출마했고, 김재원 의원 등 친박 핵심 상당수가 컷오프됐다. 친박 성지로 불리는 대구ㆍ경북(TK)에선 곽상도, 추경호 의원 등 5명이 살아남았다. ‘친박 공격수’로 불렸던 김진태, 이장우, 민경욱 의원 등은 낙선했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